5분의 정적이 5년의 정적을 안고 울고 있다

할아버지, 온몸에 무음을 가득 채우시고

진공 속에 발을 헛디디신 지 오래되었다

스스로를 이미 어찌할 수 없는 비극으로 적어두셨다

침묵과 슬픔이란 그런 것이다

서로가 매질이 되어 영원히 진동하는 기이한 현상

서로가 서로를 낳는 왜곡된 멘델집단

조용히 기도하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무신론의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되고 있다

할아버지의 눈꺼풀이 천천히 깜빡이고

명멸하는 눈빛에서 수많은 슬픔의 연작들이 출판된다

거기서 파본을 골라내는 사람의 이야기는

더더욱 큰 비극이고 그 사람 아들의 이야기는

보잘것없다 침묵 밖의 사람이 침묵을 모르는 것은

가습기에서 내뱉어지는 투명한 수분의 진동만큼

당연하면서도 부박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