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역을 나오다

동전 몇개가 담겨있는 모자와

눈 감고 '감사합니다'만 하는

처진 얼굴의 노인을 봤다

지갑에서 이천 원을 꺼내

말 없이 모자 안에 넣어두니

깜짝 놀라서는 손자뻘인 내게 '고맙습니다'만 했다


오늘도 네온 간판과 진눈깨비가 어지러이 날리는 서울의 야경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눈물이 녹아 생겼을까

남몰래 나 역시 눈물을 흘렸으나

내 눈물은 어디에도 녹아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