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군대에 있을 때의 일이다.

나는 운전병이었고, 당시 전역이 20일 조금 넘게 남은 말년 병장이었다. 오후 3시쯤에 갑자기 배차실로 전화가 오더니, 군차량 안에 고양이가 있으니 어떻게 좀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배차관은 ‘차 안에서 고양이가 똥오줌을 싸면 차에 썩은 내가 나니 그 전에 처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확인해보니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이렇게 두 마리의 고양이가 카운티를 개조한 영현차에 숨어있었다. 

그 때 내 후임 중 한 명이 휴가를 나가 있어서 운전병이 3명밖에 없었다. 정원 6명 편성인데 4명밖에 없는 병신같은 부서였다. 아무튼. 나는 밑에 애들 시켜서 고양이를 내쫓으라고 했는데, 얘들이 소리만 요란하게 피울 뿐, 고양이를 쫓아내지 못했다. 30분 넘게 아무 소득이 없어서 결국 내가 나서게 되었다.

창문으로 보니 카운티 조수석에 새끼 고양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주황빛 털을 가진 아주 작은 고양이었다. 카운티는 조수석 문이 없다. 운전석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 조그마한 녀석이 후다닥 어디론가 도망쳤다. 차 안을 살펴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나와서 주변을 살피다가 차 안을 보니, 그 고양이가 아까와 똑같은 자세로 조수석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다시 운전석을 열고 들어갔다. 전보다 더 꼼꼼하게 차 안을 뒤진 결과, 차 안의 커튼 사이에 숨어있던 녀석을 잡을 수 있었다.

(영현차는 시체운구차량인데, 카운티를 개조한 거라 겉으로 보면 그냥 소형버스이지만, 내부를 보면 좌석은 절반만 있고, 나머지 절반은 시체를 넣는 철로 만든 관? 같은 게 장착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관과 좌석을 나누는 커튼이 있었는데, 그 커튼 사이에 녀석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나는 손을 뻗어 녀석을 잡았다. 몸통을 잡았는데, 녀석이 미친 듯이 날뛰면서 내 손을 물고 할퀴었다. 목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재빨리 녀석의 목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이미 내 양쪽 검지 손가락에서는 피가 나고 있었다.

녀석을 들고 밖으로 나오자, 그녀석의 어미로 추정되는 큰 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야! 네 새끼 데려가라!”

나는 그 고양이를 향해 새끼 고양이를 흔들며 말했다.

그러나 어미 고양이는 내가 다가가자마자 부리나케 어디론가 도망가 버렸다.

 

일단 고양이를 잡긴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내가 목을 강하게 잡고 놔주지 않자, 고양이는 한참을 앵앵거리다가 포기했는지 가만히 안겨있었다. 새끼 고양이 특유의 귀여운 눈동자를 마주보며, 나는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했다.

놔주자니 또 차 안으로 들어갈 것 같았다. 그럼 또 이 난리를 쳐야겠지.

녀석의 작고 부드러운 목을 쥐고 있자, 여기서 조금만 더 힘을 주면 목이 부러져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짝 힘을 풀었다. 내가 이 생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방금 전까지만해도,

“고양이 새끼들 존나 싫다. 털바퀴새끼들. 다 죽여버리고 싶다.”

라고 말하며 빗자루를 흔들던 후임이 갑자기 나를 보더니,

“설마 죽이시려는 겁니까?”

라고,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네가 죽이게?”

“살생은, 좀 그렇습니다”

후임이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난감한 듯한, 그런 웃음이었다.

“어차피 풀어두면 날이 추워서 죽을 겁니다. 자연에게 맡기시는 게 어떨지...”

“나도 자연의 일부야.”

“그냥 이번에는 풀어주고, 만약 다음에도 또 차 안에 들어가면 그땐 제가 죽이겠습니다.”

“꼭 다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아, 진짜 죽이실 겁니까?”

나는 배차실 옆에 있는 창고에 들어가서 망치를 꺼내 들었다. 왼손에는 새끼 고양이를, 오른손에는 망치를 들고 그 후임에게 보여주었다.

“저는 못보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방금까지도 털바퀴 죽여버리고 싶다던 후임은 배차실로 들어가 버렸다.

 

창고에는 나 혼자 남았다.

목장갑을 낀 손 너머로 생명의 온기가 느껴졌다. 새끼 고양이는 이미 포기한 건지, 아니면 지친건지 모르겠지만, 더이상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내 손에 매달려있었다. 망치로 그것의 입을 살짝 치자, 그제야 ‘냐옹’하고 울며 버둥거렸다.

갑자기 무서워졌다.

무섭다기보다는, 뭐랄까, 거부감이 들었다.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죽인다는 것이 무엇인지 너무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고민 끝에 창고에 있던 끈으로 그것의 목을 묶었다. 그리고 배차실 뒤쪽의 나무에 묶어두었다. 

죽이기는 좀 그랬지만, 그렇다고 그냥 놓아주자니, 그것도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배차실에 들어가 장갑을 벗자 생각보다 피가 많이 나고 있었다. 오른손 검지에 네 군데, 왼손 검지에 두 군데 상처가 있었다. 따뜻한 물로 씻자 따가웠다.

길고양이라 병균이 있을지도 모르니 응급실에 가서 소독이라도 받으라는 막내의 조언에 따라 응급실에 갔다. 길고양이게 당했다고 웃으며 말하자, 거기 있던 간호장교(?)가 빨간약을 발라주었다.

다시 배차실로 들어가니 후임이 내게 고양이를 진짜로 죽였냐고 물었다. 

 

“네가 죽이라며?”

“제가 언제 죽이라고 했습니까?”

“네가 말했잖아. 고양이 새끼들 다 죽여버리고 싶다고.”

“‘죽여버리고 싶다’와 ‘죽여 버리겠다’는 다른 겁니다. ‘죽여버리고 싶다’는 한 80% 정도고, 진짜로 죽여버리는 거는 100%지 않습니까?”

“20%밖에 차이 안 나네.”

“생각을 하는 거랑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거랑 다르지 않습니까?”

“뭐야. 방금 전까지 고양이 존나 싫어한다더니, 갑자기 고양이 애호가가 되기라도 한 거야?”

“애호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죽이는 건 좀...”

 

글로 쓰고 보니 나와 내 후임이 서로 말다툼이라도 한 것 같아 보이지만, 분위기가 그렇게 험악하진 않았다. 나는 후임을 ‘고양이 애호가’라고 놀렸고, 후임은 방금 전까지 고양이 죽이고 싶다고 강하게 말했다가 진짜로 죽이려하니 당황해서 난감하게 웃으며 말한 것이다. 

 

내가 후임들과 그런 대화를 하고 있자, 원래 병사들 일에 별로 신경 안 쓰는 배차관이 내게 물었다.

“XX아, 고양이 어떻게 했니?”

배차관은 말을 하면서도 컴퓨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처리하라고 하셔서, 처리 했습니다.”

“어떻게 처리했는데?”

“그, 아마도 애가 추워서 차 안에 숨어든 것 같아서, 제가 춥지 않은 곳으로 보내주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땅에 묻기라도 했나?”

배차관은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순간도 나를 보지 않았다. 그는 계속 눈앞의 모니터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배차실 분위기는 내가 그 새끼 고양이를 죽인 것처럼 되었지만, 사실 새끼 고양이는 이 시점까지는 살아있었다. 분명히 말하는데, 나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개를 더 좋아하긴 해도 고양이도 좋아한다. 요즘은 이런 말을 하기 위험하지만, 소위 ‘캣맘’이라고 불리는 짓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가만히 있으니 손가락이 점점 따가워지기 시작했다.

밖에서는 야옹야옹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상처는 깊지 않았지만, 움직일 때마다 따가웠다.

갑자기 짜증났다. 나를 상처입힌 저 작은 생명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고백하자면, 그날은 안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던 날이었다.

왜인지 말하자면 너무 길고 또 내 군생활을 이병 시절부터 구구절절 읊어야 하기 때문에, 굳이 여기서 말하진 않겠다.

그냥, 내가 굉장히 억울하고 또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 정도로만 얘기하겠다.

 

갑자기 화가 났다. 

모든 것이 억울하고, 분하고, 이 부대 전체가 나를 괴롭히고 상처입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힘없는 병사니까, 간부들이 아무리 부당하게 나를 상처입혀도 나는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아무도 나를 존중해주지 않는다고 느꼈고, 심지어 내가 정말 잘해주었던 병사들, 후임들도 나를 존중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상처가 아팠다.

나를 이렇게 아프게 한 존재가 멀쩡히 살아있다는 사실이, 나를 더 아프게 했다.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저 고양이가 죽지 않는다면? 어미가 와서 저 줄을 풀어준다거나, 아니면 다른 병사나 간부가 저 고양이를 풀어버린다면 어쩌지?’

 

다음 날 아침 출근을 했는데 그 새끼 고양이는 없고, 풀려버린 줄만 있으면 어쩌지?

 

그런 생각이 들자,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억울해서 잠을 자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치고 상처 입었는데,

나를 아프게 한 저 존재는 어딘가에서 잘 살아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것 같았다.

 

16시 45분쯤, 우리는 저녁 먹을 시간이 돼서 배차실을 떠났다. 배차실을 나와 후임들과 함께 가고 있는데, 멀리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먼저 먹으러 가”

나는 애들한테 말했다.

“아무래도 쟤 죽여야겠다.”

 

후임들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홀로 남은 나는 고양이를 묶어놓은 곳으로 갔다. 벗어나려고 버둥거렸는지, 새끼 고양이의 목을 묶어놓은 줄이 다른 잡초들과 함께 엉켜있었다. 그것은 옴짝달싹 못 하고 가만히 앉아 냐옹거렸다.

그것을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목장갑은 방어력이 없다는 걸 확인했기에, 대신 가죽장갑을 꼈다. 장갑을 끼지 않은 왼쪽 손으로 그것의 목에 묶인 줄을 풀고, 새끼 고양이의 목을 오른손으로 쥐었다. 거칠게 저항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녀석은 가만히 있었다.

나는 그것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죽일 수 없었다.

 

손에 살짝 힘을 주는 것으로, 이 녀석은 죽는다.

나는 이 생명체를 죽일 수 있다.

충분히 그럴 힘이 있다.

 

그걸 인식하는 순간, 그것을 죽일 수 없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생포한 적을 향해 총구를 들이밀고 있는 군인. 그 옆에서 누가 빨리 죽이라고 소리치고 있다. 나는 총구를 적군에게로 향한 채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리고 있다. 한쪽 눈을 감고, 가늠쇠로 그의 얼굴을 보고 있다. 잔뜩 겁에 질린 듯한, 그러나 어딘가 체념한 듯한 그의 얼굴이 보인다.

‘죽여! 죽여! 빨리 죽여! 어차피 죽일 거잖아!’

옆에서 그런 소리가 들린다.

 

나는 영화에서 그런 장면을 보면 항상 이해가 안 됐다. 어차피 죽일 거잖아. 충분히 죽일 수 있잖아. 왜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 거지? 왜 시간을 질질 끄는 거지?

 

그러나 지금은 그 사람의 심정이 이해가 됐다.

 

방아쇠만 당기면, 이 생명은 죽는다.

아주 간단하게.

너무 쉽게.

 

그렇기에 오히려 죽이기 힘들었다.

차라리 생명을 빼앗는 것이 어려웠다면, 마치 거대한 괴수를 죽이는 것처럼, 온 힘을 써야 간신히 죽일 수 있는 녀석이었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생명을 죽이는 것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이 새끼 고양이를 죽이는 것은, 과자 포장을 벗기는 일처럼 간단하고, 쉬웠다.

그렇기에 나는 망설였다.

 

‘나아옹’

새끼 고양이는 떨고 있었다. 추위에 떨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내 눈높이까지 들고 있었고, 녀석은 네 발로 내 손을 움켜쥔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갑자기 그것이 울기 시작했다. ‘나아아옹’하면서, 힘없이 울기 시작했다.

나는 그 울음소리가 “차라리 빨리 죽여줘”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

그저 내가 양심의 가책을 덜기 위해 그렇게 느끼는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렇게 들렸다.

 

문뜩, 고양이의 목을 묶고 있었던 저 줄로 목을 졸라 죽이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래선 안 된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도구를 사용하는 건 왠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이 고양이를 죽인다면, 그건 내 손으로, 이 손으로 직접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 

 

왠지 모르게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을 죽인다는 감각을 온전히 느껴야 된다고, 생명을 빼앗는 감촉을 이 손으로 느껴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이 생명을 죽였다는 사실로부터 도망치거나, 눈을 돌리는 일은 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가죽장갑을 벗어서 맨손으로 그것을 죽이려 했다. 하지만 그것의 발톱이 너무 날카로워서 그건 좀 무리였다.

 

그래서,

그대로 손에 힘을 주었다.

 

살을 으스러뜨릴 정도로 힘을 줬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지 못했다.

여전히 두려웠던 것이다.

꺼림칙했다.

 

손에 힘을 주자, 갑자기 녀석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을 뻐금거리더니, 다리를 덜덜 떨었다. 나는 손에 힘을 더 주었다. 녀석의 숨통을 쥐었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장갑을 끼고 있었는데도, 그것이 침을 삼키는 것이 느껴졌다. 엄지 손가락 마디로 녀석의 맥박도 느껴졌다. 나는 깜짝 놀랐다. 설마 이렇게까지 생생하게 그것의 살아 움직이는 심장 박동을 느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걸 느낀 순간, 나는 당황해서 손에 힘을 풀어버릴 뻔했다.

그러나 나는 더 힘을 주어 녀석의 목을 졸랐다.

 

만약 여기서 힘을 풀어버리면, 녀석은 숨을 쉴 것이고, 그러면 나는 다시 처음부터 녀석을 죽이기 시작해야 할 것이었다.

그건, 그것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을 죽이는 내내, 나는 그것의 두 눈을 바라볼 작정이었다. 녀석에게 내 얼굴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너를 죽이는 사람이 바로 나다! 라고, 말해줄 생각이었다. 증오와 원망으로 가득 찬 녀석의 두 눈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녀석의 두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고 사시처럼 눈동자가 돌아가기 시작했을 때, 나는 시선을 피해버렸다.

녀석의 입이 점점 벌어지더니, 혀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그로테스크하진 않았다. 그냥, 살짝 튀어나온 정도였다.

 

그때,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17시가 되면 울리는 애국가였다.

 

애국가가 끝날 때까지, 나는 그것의 목을 졸랐다.

애국가가 끝날 때 즈음, 더 이상 그것의 맥박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따뜻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손에 힘을 풀었다.

갑자기 그것이 버둥거리며 움직일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었다.

 

녀석은 축 늘어진 채 죽어있었다.

나는 그것을 두 손으로 감쌌다. 부드럽고, 전보다 조금 무거워진 것 같았다. 내가 이리저리 흔들 때마다 녀석도 흔들렸다. 내가 목을 잡고 들어 올리면, 녀석은 그대로 따라 올라왔다. 내가 두 손 위에 올리면, 녀석은 동그랗게 몸을 말았다.

질식사하면 똥오줌을 지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나는 녀석이 진짜로 똥오줌을 지렸는지 보았다. 그러나 그런 흔적은 없었다.

 

죽지 직전, 그것은 혀바닥을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러나 두 눈은 여전히 뜨고 있었다. 동그랗게, 귀엽게 뜨고 있었다.

특별히 의미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영화에서 으레 하는 것처럼 그 눈을 감겨주려고 했다. 그러나 잘 되지 않았다. 몇 번이고 그 눈을 쓰다듬고, 눌러서 닫으려고 했지만, 녀석은 끝까지 눈을 감지 않았다. 여러 번 시도했지만, 결국 녀석은 반쯤 눈을 치켜뜬 채 나를 노려보는 형태가 되었다.

 

나는 그것을-그것의 시체를 주차장 뒤편의 나무 있는 곳에 놔두었다.

 

그리고 저녁을 먹으러 영내식당으로 갔다. 덜 익은 치킨텐더가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상처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