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죽은 자들의 영혼이 저승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공간. 바로 저승문이다.


"타테냐..."


그리고 이 저승문을 넘으면 저승에 도달하게 된다. 


"여기 어딘가 익숙하지 않아?"


저승의 구조는 저승을 가로지르는 황천길을 중심으로 우측은 형무소 겸 주거구역, 좌측은 행정타운으로 나뉜다.


"네. 익숙하네요."


그리고 커다란 저승문에는 작은 검문소 하나가 딸려있다.


"너 여기서 영혼 입국심사 하고 있지 않았냐?"


그렇다. 이번에 내가 받은 퀘스트의 수행 장소는 내가 타테냐와 처음 만났던 바로 그 검문소이다. 


지금으로부터 20분 전-


"일단, 퀘스트는 무조건 덜 힘든걸로 받는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여러 퀘스트가 준비된 퀘스트 리스트를 뒤졌다. 수행할 수 있는 퀘스트도 많은데 왜 굳이 돈 덜받고 쉬운 퀘스트만 찾는거냐고?


"이제 더 이상 몸이든 머리든 쓰기 싫다고!"


첫번째 퀘스트에선 추리와는 그리 맞지 않은 머리를 열심히 굴렸고 저기 프랑크푸르트에선 이전에 근무했던 회사로 잠입까지 해서 겨우 사기범을 잡았다.


두번째 퀘스트에선 느닷없이 피라미드가 나타나질 않나, 타테냐가 악마에게 끌려가 그거 구하겠답시고 마왕에게 사기까지 쳐가며 진짜 죽기 직전까지 갔다.


"이제 고생은 지긋지긋해!"


그래서,이제부턴 돈은 좀 덜 주더라도 최대한 빨리 끝나는거 위주로 할거다. 그러기 위해선 적당한 퀘스트를 찾아야겠지.


"어? 이거 괜찮아 보이는데? "


그렇게 열심히 퀘스트 목록을 뒤지던 내 눈에 별 하나짜리의 퀘스트가 들어왔다. 퀘스트 내용은 '저승문 경비업무, 장비는 현장에서 제공' 이다.


"보자, 퀘스트 보상이... 500?"


내가 처음 했던 퀘스트가 별 두개, 보상은 1000만원 이었다. 근데 이건 별 하나짜리, 500만원이다. 게다가 이 500만원이 하루 일당이다. 딱 하루만 이 퀘스트를 수행하면 500이나 얻을 수 있다는 소리.


"좋아. 이걸로 결정이다."


내가 퀘스트를 결정하자, 타테냐가 다시 포스기를 꺼냈다. 그렇게 나는 세번째 퀘스트를 수행하러 떠났다.


다시 현재-


"그래서, 도대체 뭔 보안임무야? 장비는 또 어디있고?"


그렇게 한 십분 정도를 기다렸다. 여전히 검문소는 텅 비어있고 누군가 나타날 기미는 보이지도 않았다. 저승문 경비 퀘스트가 그냥 여기 죽치고 앉아서 누가 들어오려고 하면 잡는게 퀘스트인가?


"여기 원래 누가 있어야 하는거 아니야? 너도 전에 여기서 검문했... 어, 문 열린다."


그때, 여는것도 힘들것 같은 거대한 저승문이 천천히 기괴한 금속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저렇게 거대한 문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걸까. 마법?


"저 문은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 까지, 매일 같은 시간에 열리고 닫혀요. 보통은 열리기 10분 전 즈음에 검문소로 와 신규 사망자 목록 확인이나 저승문 점검같은 검문 준비를 하는게 보통인데 이번에 검문을 맡은 천사는 좀 늦네요."


타테냐가 유경험자라서 그런지 참 아는게 많다. 이래서 경력직을 뽑는건가?


어쨌든, 나는 완전히 활짝 열린 저승문과 그 너머에 희미하게 일렁이는 삼도천의 모습을 보며 한숨쉬었다. 언제쯤 오는걸까.


"오늘 내에 오기는 하는거야? 이거 퀘스트 보상은 주는거 맞지?"


슬슬 그냥 다 때려치고 퀘스트 새로 잡을까 생각하던 그때, 어디에선가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잠깐만 기다려...!"


자세히 보니 누군가 소리치며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분이 우리가 기다리던 퀘스트 의뢰인인 모양이다. 참 빨리도 온다 그치?


"그... 집에... 불을 안 끄고 와서... 미안해. 좀 늦었지?"


검문소를 향해 달려온건 한 남성 천사였다. 딱 봐도 급하게 입고오느라 단추도 제대로 채우지 않은 복장과 이미 까치 한마리가 다녀간 노란 머리, 삐딱하게 쓴 뿔테 안경을 쓴 천사는 날개도 있는데 굳이 뛰어와 숨을 헉헉거렸다.


저러는 이유는 둘 중 하나다. 너무 급하다 보니 날아올 정신이 없었거나 아니면 일부러 자신이 늦었어도 최대한 빨리 오려고 했다는걸 어필하기 위해서. 내 생각에는 후자이다.


"거 목 빠지는줄 알았어. 퀘스트를 받았는데 의뢰인이 없는 이런 경우는 뭘 어쩌라는건지."


천사는 다시한번 숨을 들이쉬더니 겨우 정면을 응시했다. 그리고 날 보더니 느닷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ㅋㅋㅋㅋㅋ 너 어디갔냐 했더니 여기엨ㅋㅋㅋㅋㅋ"


초면에 싸가지가 참으로 볼 만 하다. 몇십분을 기다렸는데 저지랄이니 저 보기싫은 얼굴에 예쁜 주먹을 몇대 꽂아주고 싶었지만 500만원을 생각해 참기로 했다. 살인까지 면하게 해주는건 참을 인 세번이 아니라 사실은 돈이 아닐까? 


"하아아아..."


그리고 그런 천사를 말없이 바라보던 타테냐가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걸까.


"ㅋㅋㅋ 야, 너 전에 미친놈 걸려서 걔랑 노역 다닌다더니, 진짜였어? 대단하다 증말 ㅋㅋㅋㅋㅋ"


아무래도 이 정체불명의 폭소의 대상은 타테냐인 모양이다. 근데 타테냐가 걸렸다는 미친놈이... 나 인건가?


"선배, 제발 닥쳐요."


타테냐가 썩은 표정으로 안경 쓴 천사에게 일갈했다. 저 둘은 무슨 선후배 사이인 모양이다. 학교 선후배인지 직장 선후배인지는 모르겠지만.


"잠깐, 네가 아까 말한 그 '미친놈'이 설마 나는 아니겠지?"


나는 어느새 검문소로 들어가 허겁지겁 준비를 하는 안경 천사에게 물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나는 이쪽 세계에서 나름 유명인인 것이다. 나쁜쪽으로 유명한거지만.


"맞는데? 천사 하나 엿먹이려고 닥치고 강제노역을 택한 영혼은 유래가 없다고. 너는 이제 또라이들의 선구자나 미친짓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모험가가 될 자격이 있다는 소리지. 이제 잡담은 그만 하고 일이나 하러 가자고."


이름도 묻지 않는건가. 근데 어차피 여기선 나름(?) 유명인이니 내 이름 정도는 알것이다. 몰랐으면 이름을 물어봤겠지.


"야. 저 녀석 이름이 뭐야?"


문제는 내가 저 천사의 이름을 모른다는 것이다.


"아즈라엘 선배에요. 보셨듯 상당히 짜증나죠."


아즈라...엘? 어딘가 익숙한데?


"뭐라고? 이즈리얼?"


저 아즈라엘 이라는 천사는 다행히 내 말을 듣지 못한것 같았지만 타테냐는 내 되도않는 개드립이 맘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저거 표정 썩어들어가는거 봐라.


"닥치고 퀘스트 수행이나 하시죠."


나는 조용히 쫄아서 오케이를 외쳤다. 앞으로는 저 천사에게 아재개그 치는건 삼가하도록 하자.


"네 임무는 간단해. 이걸 들고 입장하려는 영혼에게 이걸로 검사해. 만약 그 영혼이 금지된 물품을 지니고 있다면 여기서 경고가 울릴거야. 그럼 그 물품은 압수한 뒤에 저기 상자에 담아둬. 나중에 처리할꺼야.


아즈라엘은 그렇게 말하며 내게 타테냐가 들고있는 포스기 비슷한 물건을 건넸다. 이거...


"어? 나 이거 본 적 있어. 그 재판장 경비가 썼던거 아냐?"


나는 기억을 다시 거슬러 내가 타테냐와 처음 만났을때를 떠올렸다. 나는 그때 타테냐의 신분증을 몰래 슬쩍했고 재판장 앞 검문소 직원이 이걸 써서 들통났다. 아마 같은것이겠지.


근데 디자인도 비슷해보이는데 굳이 거짓말 탐지기와 금지 품목 감지기를 따로 운용하는 이유는 뭘까. 만약 합친다면 굳이 이런식으로 알바까지 쓸 필요가 없을텐데.


"이걸 천사 놈들이 생각 안해봤겠어? 안되는 이유가 있으니까 이런식으로 운영하는거겠지. 일이나 하자."


나는 혼잣말과 함께 검문소 옆에 섰다. 곧이어 영혼들이 저승문을 통과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틍과."


나는 그렇게 말하며 탐지기를 내리고 다음 영혼을 입장시켰다. 지금까지 내가 일한 시간이 대충 세시간 정도이지만 지금까지 내가 검사한 영혼들의 숫자는 곧 있으면 세자릿수를 넘길 정도로 많았다.


게다가 죽은놈들중 절반이 미친놈인건지. 중기관총을 '실수로' 가져오는것 부터 시작해서 이게 왜 금지품목이냐며 검문소 앞에서 애처럼 떼쓰는건 기본, 죽기 전에 술에 꼴아있었던건지 술주정을 부리며 뒤에 서있는 저승문에게 시비를 걸고 지 혼자 문에 들이받아 기절하고, 저승으로 가기 전에 한을 풀겠다면서 검문소 위에 올라가 장기자랑을 하는 놈 까지. 정말 가지각색의 미친놈 모음집이 아닐 수 없다.


"너가 여기서 입국심사 할때도 이랬어? 그리고 그때는 이런 보안 검사 없었잖아."


나는 허공에서 밀려들어오는 영혼들을 잠자코 지켜보던 타테냐를 향해 말했다. 누구랑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진짜로 미쳐버릴것 같다.


"미친놈 보존법칙이라고, 저런 놈들은 언제나 있어왔어요. 그리고 추가적인 보안조치에 대해선 아마 무슨 사정이 있어 보안을 강화한것 같은데 자세한 사항은 잘 몰라요."


젠장. 별 하나짜리라더니 진짜 다리 더럽게 아프다. 타테냐에게서 그리 유익한 정보를 얻지 못한 나는 다시한번 업무에 돌아왔고 기계적으로 영혼들을 확인했다.


"[삐빅. 영혼 소지 금지 품목 발견.]"


그러던 와중 갑자기 탐지기에서 음성이 울렸다. 이번에는 또 뭐가 걸린걸까.


"저기요? 지금 그쪽 뭐 금지된 물건 들고 있거든요? 잠깐만 몸수색 좀 할께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영혼의 몸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고 허리 부분에서 딱딱한 무언가를 발견했다. 뭐지?


"잠깐만... 이거 한두개가 아니야."


깎지도 않은 머리칼과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영혼은 내가 몸수색을 진행하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영혼 뭔가 이상한데, 대체 뭐지.


"잠깐만! 이사람 아무래도 235694018번 영혼 아닌것 같거든? 이거 어떡ㅎ..."


사망자 명단을 황급히 뒤지며 소리치던 아즈라엘은 말을 채 잇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즈라엘 뿐만이 아니었다. 나, 타테냐, 기다리던 영혼들 전체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얼음이 되어버렸다.


"모두 움직이지마."


어느새 그 영혼의 떨리는 오른손에는 자그마한 스위치가 들려있었다. 설마 그때 발견한게 폭탄이었나?


"타테냐. 저 새끼 저거 진짜 폭탄이야? 걸린 금지품목이 뭔지는 안 알려줘?"


나는 조용히 타테냐에게 겉눈질하며 물었다.


"뒷면에 회색 버튼 눌러봐요. 그럼 뭐가 걸렸는지 나와요."


나는 타테냐의 말을 듣고 손잡이 뒷면에 버튼을 꾹 눌렀다. 이윽고 3초간 로딩이 지속되더니 금지 품목과 그 사유가 홀로그램으로 띄워졌다.


[금지품목: 다이나마이트. 금지사유: 테러위협]


"다이나마이트라고...?"


나는 지금 내 눈앞에 띄워진 글자를 믿을 수 가 없었다. 저 미친 새끼 진짜로 폭탄 차고 여기까지 온거야?


솔직히, 이 폭탄이 이곳에서 먹힐지 의문이었다. 영혼은 둘째치고 천사에게 이 폭발의 영향이 갈까? 에초에 천사라는 존재가 현실의 물리법칙이 먹히는 존재인지 부터가 의문이다.


"어쨌든 저 놈은 위험해."


하지만 두 천사들도 굳어버린걸 보면 저 폭탄이 천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듯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진작에 타테냐나 아즈라엘이 포스기를 써서 제압했겠지.


"씨발 움직이지 말라고 했지..."


영혼은 거의 으르렁대는 목소리로 다시한번 경고했다.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고 눈은 마치 마약에 취한 사람 마냥 쉴새없이 흔들렸다. 


"너... 너가 검문하는거 맞지?"


그가 부들거리는 왼손으로 아즈라엘을 가르키며 말했다. 아즈라엘은 패닉 상태에서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가... 천국행을 결정하는거야?"


어느새 소란을 눈치채고 검은 양복의 사내들 —아마도 저승사자들일 것이다.— 이 주변을 애워싸기 시작했지만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아즈라엘이 그의 물음에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럼... 그걸 결정하는 놈을 불러와. 5분 안에. 안그러면 전부 소멸하는거야. 나는 한놈이라도 더 불태울거니까."


그는 혼잣말과 같이 작은소리로 중얼거렸다. 내가 당황하며 눈알을 굴리는 동안 타테냐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천국의 출입을 관리하는 존재는 당신도 알죠? 베드로님을 여기로 불러냈다간 더 위험할지도 몰라요."


타테냐의 말에 따르면 저 남자가 찾는, 천국행을 결정하는 자가 바로 베드로인 모양이다. 


"아니. 베드로는 반드시 올거야. 저기 저승사자들이 이미 보고했고 무엇보다 천국의 문 문지기야. 저승문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면 반드시 올 놈이거든. 어쨌든 10분 안에 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시간이라도 끌어야 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저 눈깔을 보면 괜히 말걸었다 베드로가 나타나기도 전에 죄다 터져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없어. 우선 기다리는게..."


그때, 저 멀리 금빛 상의를 뒤집어쓴 누군가가 천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달려왔다. 저 인간 벌써 온거야? 


"이거, 확실히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인데."


너무 이른게 아닌가 생각하던 나는 베드로가 아무렇지 않게 현장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는걸 보며 살짝 놀랐다.


"사기훈. 또 네놈이냐. 넌 안 끼는곳이 없군."


현장으로 들어선 베드로가 내 얼굴을 알아보고는 욕인지 반가움인지 모를 인사를 건넸다. 나는 가볍게 손을 들어올려 베드로에게 인사했다.


"나도 이런곳에 끼고 싶어서 끼는게 아니라고."


나는 그렇게 말하며 폭탄을 찬 영혼을 보았다. 아까부터 계속 베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야...? 너가... 천국행을 결정하는거야? 넌 누구야."


파르르 떨리는 손과 눈꺼풀. 


"뭐, 내 이름은 들어본 적 있을거야. 천국의 문지기 베드로라고 한다. 그리고 그쪽 말대로 자격이 있는 사람을 천국으로 보내고 그렇지 않은 자를 저승으로 돌려보내지. 그럼 용건이 뭔가?"


베드로의 말이 끝나자 마자 갑자기 영혼이 흥분하며 날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발작이 끝나자 다시한번 폭파 스위치를 들어올렸다.


"대답해... 어째서 그녀를 천국으로 보내지 않았던거야? 대체 왜 편히 쉬지도 못하게 했던 거냐고!!!"


그는 금방이라도 기폭장치를 누를듯 흥분하며 날뛰었다. 나와 다른 천사들은 이미 패닉에 빠진 상태였지만 베드로는 이상할정도로 침착했고, 평온한 목소리로 답했다.


"내가 하루에 만나는 사람이 한둘은 아니지만 혹시 그녀의 이름이 이지아가 맞나?"


베드로가 추측하듯 물었고, 영혼의 눈에서 눈물 몇방울이 흘렀다. 폭파 스위치를 잡은 그의 손이 다시한번 떨렸다.


"그래... 우리 지아. 원래는 반드시 천국으로 가야 했어. 근데 어째서 가지 못한거야? 내가 가지 못하더라도 지아는 천국에서 쉬게 하고 싶었어... 근데 대체 왜!"


이제 알겠다. 아마도, 저 영혼은 이지아라는 여성이 천국으로 가지 못한것에 불만을 가지고 이런 일을 벌이는 모양이었다.


"잠깐, 나 저 영혼 이전에 본 적 있었어. 천국으로 가는게 좌절되어 이번과 똑같은 이유로 저승에서 깽판을 치다 저승에서도 추방됐어."


이전에도 이런 짓을 한 적이 있다고?


"잠깐, 저 영혼이랑 그 이지아라는 여자는 왜 천국으로 가지 못한거야?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거야?"


일단 저 영혼은 폭탄을 차고 깽판을 치려 드는 미친놈이 맞다. 그래도 이유를 들어주고 공감하는 척 해주는게 그나마 유혈사태를 피할 수 있는 길일지도 모른다.


"저 둘은 자살했다."


베드로의 입에서 뜻밖의 단어가 튀어나왔다.


"그게 이유야. 자살한 자는 천국으로 들어오지 못해."


영혼은 잠시 허탈한 표정으로 베드로를 보았다. 이윽고 그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서있는 베드로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겨우... 그것 때문이야?"


이거 위험하다— 순간적으로 이 단어가 머릿속을 스쳐갔다. 직감적으로 느낀것이지만 이거 진짜로 위험하다.


"말도 안돼. 말도 안됀다고!"


영혼의 주위로 검은 무언가가 모이기 시작했다. 


"거지같은 가난을 견디며 평생을 죄 하나 짓고 살지 않았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믿음 하나만으로 버텨왔어. 지아에게 결혼식은 고사하고 마땅한 결혼 반지 하나 주지 못하는 형편에서도 선행을 한다면서 우리는 모아둔 돈을 기부했어. 그런데 그 천국으로 가지 못하는 그 이유가 겨우 이런거라고?"


영혼의 주위에 모인 무언가들은 곧 그의 주변에서 소용돌이 치기 시작했다. 


"고통뿐인 삶, 가난에 찌들어 굶어 죽어가는 삶에서 벗어날 방법이 그것밖에는 없었어. 그것 밖에는 없었다고!"


검은 소용돌이가 주위를 둘러싼 영혼의 눈이 붉게 빛났다. 베드로는 잠자코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대답해, 베드로. 우리는 어째서 천국으로 가지 못했던거지?"


소용돌이는 점차 커져가기 시작했다. 말없이 그 광경을 지켜보던 베드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생명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자 계획이다. 선물을 그런식으로 집어던지는건 죄악이자, 배신행위지. 그렇기 때문에 너희들은 천국으로 갈 수 없어."


그때, 하늘 저 멀리서 빛이 번쩍하더니 영혼의 몸을 관통해 굉음을 내며 바닥에 착지했다. 곧이어 영혼의 몸이 대각선으로 두동강이 나버렸다.


"어째서... 갈 수 없는거지?"


빛이 착지한 곳에는 어느새 금발에 천사가 흰색으로 빛나는 검을 들고 서있었다. 반으로 갈라진 영혼이 잘린 부분에서부터 서서히 소멸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마치 완전히 녹아버린 초에서 애처롭게 꺼져가는 불꽃처럼, 처절하게 절규하는 목소리를 끝으로 영혼은 완전히 가루가 되어 소멸했다. 


"상황 종료. 오늘은 검문은 여기까지."


미카엘이 검을 다시 검집으로 넣으며 말했다. 잠시간 침묵이 이어지더니 아즈라엘이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사기훈, 퀘스트는 이제 끝났어. 500만원 받아."


<저승문 보안업무 퀘스트 완료. 보상 500만원이 벌금에서 공제됨.>


허공에 떠오르는 글자를 바라보며, 나는 복잡한 심경을 느꼈다. 이번 퀘스트도 종료되었다.


"끝났네요. 이제 가죠."


타테냐의 목소리가 어느새 텅 비어버린 저승문 앞에서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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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해피 뉴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