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여행을 한다는 것 자체도 일생에 몇번이나 있을 법한 일은 아니지만, 본 풍경들 또한 몇번이고 볼만한 것은 아니었다.

우주를 항해하던 우주선은 가까운 행성에 착륙했다. 또 추락한 것은 아니라며 안도하다 본 창에는 색다른 풍경이 있었다. 창밖으로 보인 행성에는 호빵으로 지어진 집이 있었다. 물론 좀비들이 가득한 행성도 있었으니 이 정도면 준수한거다.


"할, 이 행성의 대기는 어때?"


-행성의 대기 상태 확인 중....확인 완료. 지구의 대기 상태와 동일 합니다. 보시다시피, 집이 호빵.... 으로 지어진 것처럼 지구와 동일하지는 않겠지만요. 지구와 몇 광년 떨어진 행성입니다. 지구는 아니라는 거죠.-


할의 말투가 좀 바뀐 것 같지만, 착각이겠지. 좀 얄미운 말투가 된 것 같지만, 착각일거다. 할의 바뀐 듯한 말투에 신경을 끄고 뒤를 돌아섰을 때였다.


-사용자님.-


"왜, 할?"


-저도 데려가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꽤 편리하실 겁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성분 분석이나 기록 등을 맡기면 편하겠지. 슈퍼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았다. 알아서 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까이 오십시오. 3초 뒤에 슈트로 전송하겠습니다.-


어깨부분에 전송되려나, 할의 본체 가까이에 서자, 입은 슈트의 어깨 부분에서 푸른 빛이 났다.


-3-


-2-


-1-


-전송 완료 되었습니다. 우주선의 시스템은 제가 잠시 자리를 비워도 작동할테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장미, 너도 내릴래?"


[그러죠. 꽤 신기한 행성이네요.]


장미의 말처럼, 꽤 신기한 행성이었다. 실날 같은 동심이 남아있던 옛적에 읽은 동화 속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장면에, 잠시 풍경을 바라보았다. 저번 행성에서 만들어놨던 오픈 카에 올라타려 할 때였다.


-사용자님. 총도 가지고 가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안전해 보인다 해도, 뭐가 나올지는 모르는 일이니까요. 저번 행성도 그러지 않았습니까?-


"할, 총은 있어. 성능도 좋다고."


-전송받았던 더블배럴 샷건을 말하는 겁니다. 어차피 슈트 덕분에 무겁지는 않잖습니까?-


"화력이 너무 강한데."


-언제나 안전이 제일 입니다. 저러다 호빵 좀비..... 뭐 가능성은 낮겠습니다만 소총과 자동권총이 통하지 않는 게 나올지도 모르잖습니까?-


호빵 좀비라... 생김새 만큼은 둥글둥글하고 귀여울 것 같은 데.


-사용자님. 썩은 녹색을 띌수도 있습니다. 귀엽다는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호빵 좀비면 썩은 호빵일 겁니다.-


썩은 녹색이라 생각하니 속이 울렁거린다. 그나저나, 할은 내 생각을 어떻게 읽은 거지?


-사용자님, 표정에 다 드러납니다.-


[표정에서 다 드러나요.]



"......"


할과 장미의 말을 뒤로 하고 더블배럴 샷건을 챙겼다. 슈트 덕분에 무겁지는 않았다. 챙기고 나서는 장미와 함께 오픈 카에 올라탔다. 물론 운전석은 내 자리였고. 처음이 어려워서 그렇지, 두번째 부터는 그럭저럭 할만했다.


새하얀 것이 겨울이라는 말에 더없이 어울리는 거리를 사람과 꽃, 컴퓨터를 태운 차가 달렸다. 설핏 보자면, 데이트의 한 장면과 닮아있었다. 물론 실상은 로맨스와는 거리가 멀겠지만 말이다. 시원하다 못해 차갑게까지 느껴지는 바람을 맞으며 거리를 달렸다.



-


[정말 호빵이네요.]


"그러게."


눈 앞의 하얀 호빵집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하얀 거리에 자리한 호빵집이, 먹음직스러운 냄새를 풍기며 하얀 자태를 뽐낸다.

호빵집은 음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마녀의 과자집과 닮아있었다. 물론 여기에 뭐가 살지는 알 수 없다만, 그처럼 마녀는 아닐거다. 크기로 봐서는, 간단한 장식인 진저브레드 하우스보다는 마녀의 과자집에 비유하는 게 맞을 터였다. 무턱대고 먹으면 안된다는 것또한 닮아있었다.

아주 조금, 티 나지 않을 정도를 때내어 할에게 가까이 가져다 댔다.


"할, 이건 호빵이 맞아?"


-성분 분석 중.... 호빵 맞습니다. 빼도박도 못하는 호빵이네요. 그렇다 해도 먹지 않는 것을 권장해 드립니다.-


"먹을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어."


-진심입니까?-


호빵집을 보아, 다른 것들도 호빵으로 이루어진 호빵 행성일지도 모른다. 할의 말을 무시하면서 발을 돌렸다.

먹음직스러운 호빵집을 지나쳐 나와 장미는 하얀 거리를 걸었다. 호빵집들이 모여있는 거리를 얼마나 걸었을까, 하얀 거리에서 주황빛 나무가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보자, 특이한 모양새를 띄고 있었다.


[귤 나무네요.]


유로파가 준 뒤로 질리도록 본 귤이다. 단 하나 특이한 점이 있다면....


[그런데 잎 대신에 귤이 한가득 달려있어요.]


잎이 있을 자리에 귤이 달려있다는 것. 잎 없이 열매만 달려있는 나무가 어떻게 존재하는 지는 궁금하지만, 평범한 말로 설명될 리가 없다. 애초에 옆의 장미의 존재부터가 말이 되지 않는다.


무턱대고 땄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지를 모른다. 막대 같은 것을 흔들었을 때 반응이 없으니 가까이 가도 공격하지는 않을거다.

할을 귤...로 보이는 열매에 가져다댔다.


"할, 이 열매는 귤이 맞아?"


-성분 분석 중.... 귤이 맞습니다.-


귤로 만들어진 나무가 있는 걸 봐서는, 호빵 행성은 아닐거다. 신기한 집들과 나무를 보았다. 겨울이라는 단어가 연상되는 것으로 보아, 겨울 행성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겨울 음식들로 만들어졌으니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겨울 음식 행성일지도.

겨울을 연상시켜서 인지, 꽤 로맨틱한 분위기의 행성이었다. 나중에 다시 온 이 행성이 데이트하러 온 커플들로 가득할지는..... 끔찍하기 짝이 없는 상상이니 그만두자.


겨울, 겨울을 맞은 행성이었다.



+


할의 말투가 좀 바뀌었습니다! 슈퍼 컴퓨터이니 학습을 통해서 말투가 바뀌었다는 설정입니다. 딱딱한 컴퓨터 특유의 말투보다는 약간 얄미운 말투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下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