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처벌 기준이 이래?"


[어이없네요. 가서 따지고 올까요?]


장미가 화를 내며 씩씩거리던 와중에, 이 나라 경찰로 보이는 사람 둘이 다가왔다.

아니, 외계인이라고 해야 하나? 그들은 하나같이 불만스런 표정을 띠며 입을 열었다.


"예~대우주선소재기준및크기기준과기술규정에관한우주협정 4932항들 중 4893, 4880, 2891항 위반하셨고요~

이 우주선은 저희 나라로 반납되니까 그 점 양해해주시고요~ 나머진 알아서들 하세요~"


"아니 어쩌란 거에요 그럼 저희 이 우주선만 타고다니는데"


"그거는 업무사설과로 가시면 되고요~ 저희 반납담당팀은 상관 없습니다~"


그들 뒤로 커다란 드론이 나타나더니 멋대로 줄을 걸고 우주선을 끌어 그들과 함께 날아갔다.

장미는 방금 전까지 벌어진 상황에 말문이 막혔는지 아무것도 반박하지 못했다. 

그녀는 자기가 말을 못 하는 걸 알까? 그녀의 머리카락이 다시 빨개지고 있었다.


[이거 왕한테 가죠? 대빵한테 따지면 되지 않을까요?]


"방금 제국이라 하지 않았어..? HAL 이 새끼 다른 데로 오게 한 것 같은데..?"


원작이랑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식물박이 어린왕자에 장미 인간형까진 그나마 이해 가능한데 조그만 행성의 왕도 아니고 무려 행성계 제국의 황제라니...

하늘에는 드론들이 날아다니고, 구름을 뚫은 건물들이 떼지어 몰려있다. 

마치 지구의 SF 영화나 마블 영화를 빼다 박은 비주얼에 나는 얼굴의 어리둥절함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알 수 없는 느낌에 이끌려 낮은 건물들이 있는 시내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아니 원작이든 뭐든 그냥 가서 따지자니까요?라고 귀가 아프도록 외치던 장미는 시내로 들어오자마자 조용해졌다.

시내에는 시장이 열리고 있었고, 그곳에는 꽃집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꽃집은 테라리움 전문으로, 모든 식물을 가둬놓은 꽃집이었다. 난생 처음 보는 시장이라 그런 것일까,

아니면 유리병에 갇혀있던 자신의 어머니가 떠올라서였을까? 온갖 잡다한 것들이 모인 탓에 정신이 없었다.

어디선가 공짜 이벤트요~ 어쩌고 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웅성웅성. 나때는~ 이런거 없었어~ 웅성웅성


[공짜는 못 참죠]


순식간에 달려가 자리를 꿰찬 장미가 나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기분이 나쁜 것 같진 않아 다행이었다.

그곳에는 로봇 몸체 몇 대가 있었고 파는 사람은 자기가 만들어놓고 자기가 짜증나서 그냥 무료나눔한다는 식으로 말했다.

'좋은 소프트웨어가 없어서 말이야'라면서 우리한테는 여성형 로봇몸체 한 대를 주었다. 


"로봇 예술가인가.."


[이게 왜 예술이에요]


"아 왜 그런거 있잖아. 자기가 만들어놓고 마음에 안들어! 하면서 막 부수는 사람들"


[이해할 수 없네요..]


그때였다. 로봇 몸체를 바닥에 끌면서 장미와 잡담을 나누던 중에, 큰 길가에서 비명소리가 들리고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침공 경보, 침공 경보>

하늘에서 엄청나게 큰 갈색빛 우주선이 내려오고 있었다.


"아니 저거, 어린왕자 그거잖아??"


우주선 모양이 모자, 아니,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회전시켜놓은 것 마냥 생겼다.



착륙하고 벽에서 문이 생기더니, 터벅 터벅하고 웬 초록색 정장에 노란색 스카프를 한 남자가 걸어나왔다.

그의 뒤에는 여우 가면을 쓴 군대가 있었다.


그가 처음으로 꺼낸 말은...
"아 뭐야 여기 지구 아니야? 장미 많다면서 무슨 인간들이 이렇게 많아? 어후 역겨워~"


그 우주선 앞에도 경고판이 떴다. 수많은 위반 사항과 함께..

"뭐야 이건? 아 여기 그 처음에 꼰대 거기네? 얘들아 여기 날리자~"


명령과 함께 수많은 여우들이 총을 장전했다.

나는 그 장면들을 넋 놓고 보다가 누군가의 손에 도망치는 사람들 사이로 끌려나갔다.

장미였다.


[저 사람, 기억이 나요. 어린왕자에요.]


"저렇게 늙은 놈이 '어린' 왕자라고? 전혀 어리지 않잖아 완전 아저씬데?"


[떠날 때는 어렸었죠.]


총소리가 비명소리와 함께 섞여 들렸다. 


"아니 아까 보니까 지구가 목적인 것 같은데, 저렇게 폭력적인 놈이 지구에 가면.."


[저 사람의 목적은 식물이에요. 취향이 사람을 만든다 몰라요?]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아니야?"


[그거나 그거나죠. 빨리 도망쳐요.]


그때, 계속 끌고 다니던 여성형 로봇 몸체가 갑자기 소리를 내며 일어서기 시작했다.

나는 무게중심을 잃고 앞으로 넘어졌다. 


"뭐.. 뭐야?"


위잉- 시스템 가동중- 소프트웨어 검색- 최상위 형태의 소프트웨어 발견. . .


-어? 뭐죠?-


"?"


[?]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HAL이었다!



"뭐야, 이 목소리 HAL 아니야?"


[어, 진짜 그렇게 들리네요.]


-뭐죠, 갑자기 끌려왔네. 우주선은 이쪽입니다.-


"근데 HAL, 몸체랑 어울리지 않게 남자 목소리가 뭐냐. 남자 목소리가."


-그럼 이렇게 말하겠습니당, 이 몸체 좋네요. 아공간포도 있어용.-


갑자기 애교를 넣은 여자애 목소리가 났다. 여자애 목소리에 아공간포라니.. 로봇 제작자 취향을 알 것 같다.


[것봐요, 취향이 사람을 만든댔죠?]


"저건 로봇이잖아.."




분량 조절을 못해도 너무 못했네요. 죄송합니다.

설 연휴 껴서 짬짬이 쓰다 보니까 시간이 많이 걸렸네요.
기다리는 분들이 많아서 빨리 내겠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