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직거리는 잡음만 들린다] …[판독불가].......[흐느끼는소리]....[판독불가]…...안나.


[이하 대화는 모두 표준 일본어로 확인되었다. 본 기록에서는 모두 번역하여 표기하였다.]


여인A: 참 말도안되는 기운이네…


[한동안 잡음과 숨소리만 들릴 뿐 어떠한 음성도 기록되지 않았다.]


[문이 열리는 소리]

여인B: 나 참, 불러서 왔네만 무슨일로…. 저게 대체 뭔가?


여인A: 미리 말하지만 내가한건 아니야. 오히려 나는 저걸 늦춰주고 있다고? 내가 내 집을 일부러 더럽힐리 없잖아?


여인B: 흠흠, 우리가 하루이틀 본 사이인가? 그 정도는 나도 알 수 있다네. 자네는 식량을 제외하면 경계에 외래인을 들이지도 않고, 잘 포장해서 저장해두지. 그렇다면 저 속이 다 터진 김밥같은 자는 스스로 여기에 떨어졌단 말인가?


여인A: 한없이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렇게 볼 수 밖에 없어. 일단 저 복장에 명찰을 보면 우리가 그동안 파악 못한 바깥의 어떤 비밀결사가 일을 저질러준것 같지만, 그건 더더욱 말도 안되는거 아니야?


여인B: 시간이 남는 좌부동자들을 고용해 바깥을 감시하는건 완벽하게 가동중이라네. 특정 단체가 여기까지 손을 뻗었다면 그 전조가 감지 안될리가 없지. 그런데 불시에 이렇게 등장했다는건 더 바깥의 소행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여인A: 수학적으로나 겨우 존재할까 말가한 이론인데 그걸 들먹이는건 현실성 없지 않아? 란이 그 소리를 들었다면 일단 한숨부터 쉬고 "그래요 주인님의 친구분이시니 차마 생각없는 이론이라는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이런 반응이 나올게 분명하다고.


여인B: 무얼, 자네가 아니라 겨우 식신에 불과한데 부족한건 당연하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미 계산은 다 끝난거 아닌가? 그래서 내가 직관적으로 찍은 가설을 수학이론으로 검증한 결과는 어떤가?


여인A:[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오늘 이 현상을 보지 못했다면, 설령 수유 단위로 샘플링하더라도 앞으로 천년동안의 누적확률이 피코 수준…조의 역수수준에 불과하지만, 지금 저걸 업데이트해서 다시 계산하면, 실제로는 반반이었던거네.


여인B: 하, 거보게 결국 이렇게 되었구만! 축하하네, 마침내 환상향은 이세계의 환상마저 받아들였다네!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 아닌가!


여인A: 참으로 잔혹한 이야기이지. 저들에게도, 무엇보다 우리에게. 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잖아? 이건 명계나 마계같은 단순한 이계의 경우가 아니야. 그야말로 이세계라고. 우리가 그저 모를 뿐 앞으로 알아가면 되는 그런 세계가 아니라, 현실의 법칙과 환상의 법칙이 근본부터 다른 세계의 등장이야. 하아… 이미 결계 보수작업만으로도 포화상태에 다다랐는데, 앞으로 새로 세울 이론과 그걸 구현하고 적용하기까지 할 일이 수십배로 늘어버렸어.


여인B: 후후, 걱정 말게나, 앞으로 요 몇달과 몇개의 이변은 정신없이 바빠지겠지만, 금방 안정될걸세.


여인A: 네에, 네에, 천구들이나 할법한 덕담은 고맙네요. 아 몰라 일단 란이나 끌어안고 현실도피좀 하고 올래. 너도 온 김에 저거 뒷처리좀 부탁할게.


여인B: 허허, 이 몸을 그리도 못믿는건 여전하구만. 그래그래, 생명력을 충분히 넣어주고 인간마을에 떨어뜨려주면 알아서 잘 살겠지. 후후, 너는 참 운이 좋은 아이란다. 이 세계의 외래인들은 극히 낮은 확률로 얻어걸리는 혜택을 누리게 해주는거란다? 대부분 대결계를 넘으면 숲속에 떨어져서 날짐승이나 야생요괴에게 먹혀버리고 말지. 아니, 네 세계에 무슨 일이 생긴건진 모르겠지만, 진작 이런 상태였다면 여기에 올 수 밖에 없었던거려나? 뭐 선문답은 이쯤 해두지.


그래서 빨간 빛의 녹음기야, 보아하니 너도 저 아이와 함께 넘어온것 같은데 우리의 대화는 충분히 기록했으려나? 앞으로 누가 이걸 돌려볼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너의 동료들이 이 세상에 잘 동화되기를 기대한단다. 어디… 영어로군, S.C.P. 박사 R. 스크랜턴. 대지의 신, 노가쿠의 신, 뒷문의 신, 장애의 신, 이방인들의 신, 여행자들의 신, 별과 별자리의 신, 비신 마타라 오키나의 이름으로 R. 스크랜턴, 너를 축복하마. 비록 잃어버린 신체는 되찾지 못하고 평생 불구로 살아가겠지만, 그래도 너는 살아남아 한적한 시골속에서 여생을 보낼 것이다.


[육중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여인A: 오키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큰일났어! 저 인간! 저 인간 동료들이 떼거지로 나타났어어어어어어!


[여인B의 웃음소리,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기록이 종료되었다]



"...허, 적어도 은퇴한 뒤에나 신앙에 눈돌릴 줄 알았는데, 이거 벌써부터 얼굴도 모르는 신에 대한 신앙심이 마구 솟아나는군."


"사실상 이쯤 되면 우리는 이미 은퇴한거나 다름 없지 않아? 윗선에서는 아직도 앞날에 대해 박터지게 싸우지만, 사실상 이 환상향 자체가 스스로 재단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잖아. 인류의 횃불은 어둠을 몰아내고 어둠이 스스로 태양을 피해 동굴속에 숨어들도록 만들었어. 오히려 그들 스스로가 동료들을 확보하고, 격리하고, 인간으로부터 보호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실제로 이렇게 잘 작동중인데, 이거 참. 이제와서 재단 강령의 이상향에 도달해버린거 아니야? 오묘한 기분인데."


"나는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구만. 제정신으로 그 끔찍한 공간에서 벗어난것도 모자라 당신과 함께 조용히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시골에 떨어지다니. 현실성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데."


"그래서 여기가 '환상향'인게 아니겠어? 현실로부터 도망쳐온 환상들의 마지막 안식처."


"재미있는건 과거에 환상을 가두는 간수였던 우리들이 오히려 D계급과 다를바 없이 전락해버렸다는거지. 카르마라는게 이렇게 돌아오는건가… 잠깐, 진동이 울리는데, 당신 PDA 메일온거 아니야?"


"에휴, 개인 표준 단말은 전부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니까… 일단 메일 온건 맞네, 아무래도 인원 전체에 긴급공문으로 돌린것 같은데? 음성재생 켤테니까 당신도 같이 들어봐."



제목: [긴급공지] 현재 재단의 상태와 미래


친애하는 여러분.

최근에 발생한 7K급 사건에 대해서 우리 모두 느낀 점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우선, 최근의 사건에 대해 온 힘을 다해 대응해준 모든 직원분들께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보내드립니다. 우리는 온갖 K급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훈련해왔지만, 최근 열흘간의 여러분의 헌신은 그 어떤 시나리오보다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평의회는 여러분의 공헌에 보답하고자 재단의 미래에 대해 많은 고민을 거쳤고 이제 그 결론을 공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 이 공문이 공표된 시점에서 7K급 사건의 완전 종료 및 비상체제 해제를 선언하며 일련의 사건은 사건번호 SCP-2747-오메가로 분류될것을 알려드립니다. 모든 재단 인원은 SCiP Net에서 해당 사건에 관련한 문건을 각자 부여된 보안등급에 맞게 열람할 수 있을것입니다.


2. 많은 인원은 우리가 존재하는 '환상향'이라 명명된 세계에 대해 이미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업무적으로든 업무 외적으로든 말이지요.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인원은 우리가 서있는 이 땅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SCiP Net에 지금까지 수집한 환상향에 대한 정보를 정리하여 추가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요주의 단체 교육자료 중 최상단에 새롭게 추가된 단체 '환상향'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많이 들리는 소문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답해드리겠습니다.

    • 예, 이 세계의 변칙개체는 '요괴', '선인', '천인', '신', '마법사' 등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들은 스스로 발현시키는 변칙현상을 '요력', '신력', '마력' 등으로 명명합니다.

    • 예, 많은 노력 끝에 '바깥세상'이 실존하는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곳은 원래 우리 세계의 양지의 평범한 대중적인 세계와 동일하다고 봐도 됩니다.

    • 아니요, 이 세계에서 '바깥'은 실제로 변칙현상이 거의 소멸했다고 봐도 좋습니다.

    • 예, 오니에게 볶은 콩을 던지니 실제로 두드러기 반응이 나타나더군요. 그러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으니 여러분의 목숨을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 아니요, 탄막놀이는 실제로 일종의 스포츠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만, 충분히 훈련되지 않은 인원은 목숨을 잃을 수 있으니 가능하면 승부를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 예, 일부 인간형 개체에 대해 '정도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환상향의 주민들에게 소개해도 됩니다.

    • 예, 요괴의 식인 사례를 확인했습니다.

    • 아니요, 우리는 절대로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3번 항목을 보시면 됩니다. 이것이 이번 공문의 목적입니다.

    • 아니요, 그럼에도 재단은 환상향 내에 머물것입니다. 우리는 환상으로 남아있어야 하는 존재입니다.


3. '환상향'에 대해 많은 정보를 수집한 인원들은 재단의 존재의의에 대해 많은 회의감을 갖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충성도 검사지표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재단의 강령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확보하라. 격리하라. 보호하라' 무엇으로부터? '이해할 수 없는 그것들'을. 현생 인류는 사반백만년 동안 존재했지만, 인류가 세계의 무대 위에서 활약한 시간은 최근 4천년에 불과합니다. 인류는 신이나 악마의 두려움을 피해 숨던 그 시절로 되돌아가서는 안됩니다.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는 온당하고 평범한 세계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피난민은 우리 뿐이 아닙니다. 우리는 평범한 세계를 누리던 민간인을 멸망하는 세계에 버려둘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온당히 누릴 수 있는 세계를 물려주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단은 피난해온 민간인들을 환상향으로부터 격리하였습니다. 또한 바깥세계로부터 넘어오는 '외래인'들 역시 동일합니다. 우리는 그들을 확보해야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이매망량으로부터 보호하여야 합니다. 그들이 어두운 동굴속에 삼켜지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우리는 환상향 내부에 존재하는 또다른 바깥세계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음지속에 마지막 양지를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최종적으로는 그들을 바깥으로 돌려보낼 방법을 강구해야합니다. 잊지마시길, 재단은 억압받는 인류가 아닌, 정복하는 인류를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우리의 어께에는 우리의 유산이 메여있습니다. 길을 벗어나지 않고, 죽은 자와 아직 살아있지 않은 자들을 위해 강인해져야 합니다. 세부적인 업무지시는 각자 속한 부서장으로부터 받으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대부분의 자원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이 세계에서는 이정도의 자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경계는 기지 내부로 숨어들 수 없습니다. 대피 과정에 사용한 SRA에 의외의 효과가 있더군요. 


덧붙여 모든 재단인원은 가능한 빠른 시일내로 일본어에 익숙해지길 바랍니다.


확보하라. 격리하라. 보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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