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아서

 '창작 커뮤니티(문학)'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좀 적어봄


 나도 그리 오래 썼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어쨌든 중1 때부터, 아예  시나 소설을 처음 쓸 때부터 웹 창작 커뮤에서 자랐으니까

 '창작 커뮤'에 대해선 나름 잔뼈가 있는 셈이지... 그래서 흥망하는 과정도 꽤 많이 봤음

 당시엔 주로 네이버 카페 쪽인데, 중고딩 때는 그런 데서 비평단으로 활동하거나

 열 명 정도 모여 비공개 카페에서 돌아가면서 주제를 내고 3주~한 달에 한 편씩 소설을 써 서로 의견을 내기도 햇다. (그건 그래도 3, 4년 가기는 했음..)


 근데 이게 항상 잘 생각해야 되는 게, 여기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창작 커뮤는

 어디까지나 '창작자 또는 창작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의 집단이지

 '독자들의 집단'이 아님.

 주로 타인의 글보다는 자기 글에 집중하는 사람들, 읽는 것보다 자기가 쓰는 것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거지.


 독자들은, 다른 곳에 있음.

 웹소설 쪽이라면 노피아든 카카오든 연재 사이트에

 순문학이라면 Axt 같은 문학잡지와 서점에

 장르소설이면 거울 웹진이나 브릿G 같은 곳에 있겠지

 그러니까 창작 커뮤니티에서 많은 관심을 바라던 사람들은 결국 다들 뭔가 상처 입고는 떠나더라고

 (사실 그 과정은 연재 사이트에서도 첫연재 때 많이들 똑같지만서도..)


 글쓰기는 궁극적으로 혼자 자기 실력을 쌓아서, 맞는 시장을 찾아가 거기서 읽어주는 사람을 찾는 거라고 봄

 그런데 창작 커뮤는 애초에 '독서'보다 '창작'을 관심사로 모인 거라 오히려 반응은 각각 시장과 다를 수 있음.

 전에 여기에도 어머니한테 웹소설 멸시 받는 고민 글 올라왔던데,

 그저 창작을 위해 모인 이 소수의 사람들의 취향은 서로 얼마나 다르겠음...


 글쓰기라는 게 진입 장벽이 낮은 대신 좋은 성장환경을 찾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음.

 특히 웹에선 불가능에 가깝지. 자기 현재 수준에 맞는 곳을 찾기 어렵거든..

 (고2 때 18년 인생 역작이라고 <거울>웹진에 들고 갔다가 '아장아장 걸음마 단계가 귀엽다'고 얻어맞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함)


 그래서 결국 문학 과외를 받거나 돈 주고 웹소설 유료 강연을 듣고 하게 되는 듯함.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 말인데 작가란 인종들은 원래 워낙 폐쇄적이라, 정말 잘 쓰는 작가들은 자기 글 쓰는데 바빠서 커뮤 같은 참가할 시간도 없음. 다른 창작자들보다도 글쓰기 외에 소통을 잘 안한다는 거지. 그래서 작문서에 늘 나오는 말이 '글은 혼자 쓰는 거'가 되는 듯 함..


 그런 면에서 나는 처음 눈팅하면서도 여기가 좋아보였음.

 소규모고 반응도 적어도 처음 쓰는 걸 응원해주고 또

 처음 쓰는 얘기들을 옆에서 읽을 수 있는 곳이 내가 글을 처음 쓸 때는 없었거든.


 전문적인 비평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수준이 너무 높고

 그렇다고 문학 수업을 찾아가면 판타지는 반지의 제왕도 안 읽어본 순문학 작가들이 자기 기준을 강요하고

 오프라인 스터디에선 서로 완성 안 된 글을 갖고 서로 물어 뜯기 바빴음.

 그러다 싀벌 버팔로들 등판해서 분위기 조지고, 예쁜 여자 나오면 글이 아니라 얼굴을 읽고 있고... 늘 난장판이 됨.

 그런 면에서 (놀랍게도) 여지껏 여기만큼 희망적인 환경을 본 적이 없다.

 

 암튼 하고 싶은 말은

 글쓰기는 어찌되었든 독자를 만나기까지 혼자 쓰는 수 밖에 없고

 이곳도 '창작 커뮤니티' 이상 그 '혼자'의 범위에 속해 있다는 거임. 

 왜냐하면 이곳도 '독자'가 아니라 '창작자'의 집단이니까.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런 면에서 조회수나 추천 수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고 꿋꿋하게 성장했으면 함

 스스로의 글에 자신감과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면

 수많은 독자들이 있는 시장으로도 뛰어들게 되겠지.

 그러니 그 전까지는 요람 속에 있다고 생각하고 건필하기를 바람여

 개인적으론 그 점을 염두에 두고 가끔 활력소로 삼거나, 유용하게 이용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모양새가 아닐까 싶음


 글쓰기는 ㅈㄴ 장기전임. 쓰는 사람이 글을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더더욱

 결국 고민하고 더 쓰면서 존버 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