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https://arca.live/b/writingnovel/46596901?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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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 환웅과 웅녀가 만나 단군을 몸에 배었을 때였다.


"환웅이시여,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길래 그리 급하게 전하느냐?"


"백주대낮에 하얀 호랑이가 나타났습니다. 헌대..."


"헌대...?"


"평양성의 성벽에 머리를 찧고 있습니다."


과연, 성벽으로 가보니 머리를 찧다가 쓰러진 커다란 백호가 누워있었다.

환웅이 느끼기를 백호에게 강한 요기가 흘러넘쳐 불길한 기운이 넘실거렸다.


"잠깐, 호랑이 그대가 어찌 여기에 있는가?"

한때 곰이었던 그녀는 과거 자신과 함께 산의 동굴에 있었던 호랑이였음을 알게되었다.

백호는 웅녀를 바라보더니 힘겹게 말했다.


"곰인가....? 잘사는 모양이군..."


"호랑이여, 어찌 이런 요기가 흘러넘치는가? 이야기는 들었다만,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가?"


"환웅 님.... 간단합니다. 그저... 온갖 삿것 들을 해치웠을 뿐..."


"이런... 일단 급한 대로 이것을 먹으면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이다."

환웅은 빨간 과일을 꺼내서 백호에게 먹이니 백호는 다시 정신이 돌아와 건강히 서 있을 수 있었다.


"환웅 님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나은 것이 아니다. 잠깐 상태를 호전시킨 것일 뿐, 그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허먼, 그 과일에 대해서 알 수 있습니까?"


"불가(不可)하다. 이는 하늘의 물건인 데다, 나조차도 함부로 건들 수 없는 것이다."


".... 이런 운명이 천명(天命)이라면 받들겠습니다."


"기다려라. 그동안 무슨 일을 하였는가?"


"그저 삿된 것을 없애고 다녔을 뿐입니다."


"혹시 그것들을 먹었는가?"


"예, 그러하지 않으면 저를 옭아매는 고통이 강해지기에..."


"그것은 바닷물을 손으로 퍼마시는 것과 같다. 당장 고통은 없어지겠지만 그동안 쌓은 원혼들이 너의 혼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허면, 방법이 있습니까?"


환웅은 백호의 말에 골똘히 생각했다.

"전하..."

웅녀가 환웅에게 말했다.


"아주 방법이 없지는 않다."

환웅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


"내가 불러주는 삼악(三岳)의 신선에게로 향하라, 그들을 도와주면 너의 몸의 원혼에서 자유로워지고 또한 너도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이 과정은 너가 인간이 되기 위해 했던 시련과는 매우 어려운 길이 될 것이다."


"다른 바가 있겠습니다. 하늘과의 약속을 어긴 미물로써는 환인의 아들의 배려에 그저 감축할 뿐입니다."

환웅은 백호를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처음은 백두산으로 다음은 금강산으로 마지막은 삼각산(북한산)으로 향하라. 그곳에서 삼원(三原)을 깨달으면 너의 병마는 사라질 것이다."


"감사합니다. 다시 건강히 만나 뵐 날을 기다려 주시옵셔서."


백호는 즉시 길에 올라 백두산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하늘의 지붕 천지(天地)에 도착하니 과연 하늘의 땅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이내 천지에서 별안간 번개가 치더니 물 위를 천천히 걷는 신선을 마주하였다.

백호는 엎드려서 고했다.

"땅의 지붕이시자, 하늘의 문을 다루는 산신을 미천한 백호가 뵙습니다."


"흠... 그쪽이 환인께서 말하신 호랑이렸다?"


"그렇습니다."


"하늘(天)이 무엇이냐?"


갑작스러운 질문에 호랑이는 대답할 수 없었다.

"질문이 어려우더냐? 그렇다면 혼(魂)은 무엇인가?"


"높은 뜻이 담긴 말이라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너의 몸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혼(魂)과 몸(體)입니다."


"틀렸다. 혼(魂)과 몸(體) 그리고 백(魄)이다. 혼(魂)은 곧 하늘(天)! 어리석은 호랑이야, 너가 여기에 온 이유가 무엇이냐?"


"저의 병마를 고치기 위해서입니다."


"정말이냐...?"

백호는 흠칫했지만 이내 대답을 바꾸었다.


"하늘이신 환웅 님의 약조를 다시는 깨기 싫었습니다."


"그것도 좋은 답은 아니지만, 마음에 드는구나. 그러면 너가 이곳에서 할 일을 가르쳐주마."


백두산의 산신은 자신이 서 있는 물 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가 이곳에서 할 일은 물속에 꽃을 피우게 하는 것이다."


"네? 물속에서 꽃이 핍니까?"


"잘 생각해 보아라."

이렇게 말하고 산신은 다시 하늘 속으로 사라지듯 어느새 피어난 안개와 함께 사라졌다.


처음의 호랑이는 백두산의 주위의 꽃을 가져와 천지에 던져보기도 하였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내 꽃을 그리고자 물을 휘적이기도 했으나 아무것도 없이 물 위에 무엇인가 그려질 리는 만무했다.

그리고 주변의 동물에게도 물속에 꽃을 피우는 방법을 묻기도 하였으나 무슨 미친 소리냐며 핀잔을 듣기도 하였다.


하염없이 시간은 흐르고 백호는 점점 초조해갈 때쯤, 달이 밝은 날이었다.

그날, 천지는 매우 맑아서 하늘을 고고히 비추고 있었다.

백호는 물속에 피는 꽃을 생각하다 천지를 지나는 길이였다.


그날은 별이 하늘을 수놓았으며 달이 떠 천지 안에 들어와 잠시 쉬다 가는 것 같았다.


밤중의 별은 천지를 수놓았으며 그 안의 우주가 고고한 북적임을 느끼게 하였다. 


이러한 별과 달을 천지의 땅과 바람이 맞물리며 나는 바람의 음결이 우주를 반기고 있었다.


그러자 문득 백호는 알아차렸다.

물에 하늘의 씨앗이 떨어졌으니 어쩌면 자신의 피로 줄기를 그린다면 그것이 꽃밭처럼 보이지 않을까?


그것을 알아차리자 백호는 자신의 손톱으로 상처를 내 천지의 물에 자신의 피를 흘렸다.


피는 천지에서 천천히 퍼져 줄기를 타고 오르듯이 각자의 별을 찾아 헤메고 있었다.

물을 땅으로 삼아 피는 줄기가 되고 별의 꽃을 피운 하나의 꽃밭이 백호의 앞에 펼쳐졌다.


"물속에 피는 꽃...."


"꽤 아름답군, 서천의 꽃밭만큼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훌륭하지."


"백두산 신님."

어느샌가 곁에 있던 산신이 천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물속에 꽃을 피워냈구나, 어리석은 호랑이가 제법이구나."


"감사합니다. 산신님 그럼 이제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음? 아, 꽃이 피었으니 당연히 조금은 놀다 가야 하지 않은가? 자 어서 꽃밭에 들어가게."


"그... 근데 저기는 물..."


"여전히 말은 못 알아듣는구나."

갑자기 알 수 없는 힘에 호랑이의 몸이 들리더니 물속으로 던져졌다.

호랑이는 물속에서 몸부림치다 이내 정신을 잃었다.


새벽의 마지막의 별이 질 무렵, 백호는 천지의 뭍에서 정신을 차렸다.


"정신이 들더냐?"


"크헉!, 어째서 저에게 이런 일을..."


"필요한 일이었다. 그런데 물에 젖어서 새벽빛이 비치니 마치 청호(靑虎)처럼 보이는구나."

"이것으로 끝입니까?"


"그렇다."


"뭔가 허무하군요."


"그렇게 생각하나?"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조금은 알았다고 생각했것만, 어제 네가 한 것은 귀혼(歸魂)을 한 것이다. 너의 몸에 있던 혼들을 다시 하늘로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혼들이?"


"그렇다. 혼(魂)은 곧 하늘(天)! 혼은 하늘에서 내려와 다시 올라가는 것이다. 너의 몸 안의 혼을 모두 하늘로 돌려보낸 것이다."


"그럼 전 괜찮은 것입니까?"


"틀렸다. 아직 그들의 백(魄)과 체(體)의 변형을 고치지 못했다. 그들의 백이 남아있는 한 너는 후에 악령의 공격을 받을 것이고 체의 변형을 고치지 않는다면 너는 금방 쇠약해져 죽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개를 고치는 것은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백두산 신님."


"네가 여기서 할 일은 없다. 이만 이 산을 떠나도 좋다. 그리고 한가지 조언을 하자면, 오늘 이후로 물가는 되도록 피하거라." 


"무슨 말입니까? 산신님?"


"때가 되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이 말을 끝으로 새벽의 안개와 함께 산신은 사라졌다.


다시 시간이 흘러 백호는 금강산에 도착하였다.

여름에 출발했던 백호는 어느새 가을이 되어 붉게 물든 금강산의 풍경에 숨을 들이켰다.


"과연, 미(美)의 금강산이라 할 만하구나."


"아름다움이란 것이 가꾸기 힘들기는 하지만, 가꿔놓으면 보람이 들기도 하지."

금강산 신은 백두산 신보다 젊고 아름다웠다.


백호는 고개를 숙이며 산신에게 조아렸다.

"이곳에 온 것 만으로도 영광입니다. 산신님."


"좋은 때에 왔구나, 이곳은 단풍이 마치 축제를 벌인다고 하여 풍악산(楓嶽山)이라고도 한단다."


"옳은 말씀이십니다."


"그래서, 네가 여기에서 할 일은 용(龍)에게 이기는 거다."


"용(龍) 말씀입니까?"


"마침 여기의 용이 다소 골칫거리였는데, 백호, 네가 처리해 주었으면 좋겠구나."


"송구하지만 용(龍)은..."


"따라오렴."

백호는 설마 용(龍)을 상대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산신을 따라갔다.


산신을 따라가자 흑색의 용이 백호를 반겼다.

"너가 그 호랑이구나."


"정말로 용을 만나게 될 줄이야."


"언제라도 좋으니까 이 흑룡을 동해로 좀 물려줬으면 좋겠구나."


"이 백호가 나를 물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나?"


"그건 모르지만, 어차피 이 호랑이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오호..."


"잘부탁드립니다. 백호."

어디선가 바람이 불더니 춤추는 단풍이 날아와 산신을 감싸고는 이내 모습을 감췄다.


"용님께 폐를 끼치는 것은 죄송하지만, 약조한 것이 있어 싸워야 할 듯합니다."


"흥."


흑룡은 기지개를 켜더니 산허리를 두르던 몸을 일으키고 말했다.

"어디 한번 해보아라 물론, 나를 이길 수 있다면 말이다."


호랑이는 용에게 돌진하여 발톱을 긁었지만 흠집도 나지 않았다.

"간지럽지도 않고 아예 느껴지는 바가 없구나, 조금 더 노력하지 그러더냐?"


그 이후로 용에게 덤벼들었지만, 호랑이는 용에게 어떠한 상처를 주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밤낮으로 백호는 흑룡에게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돌아가야 했다.


어느 날이었다.


백호가 흑룡에게 다시 다가왔다.

"이번에는 다소 늦게 왔구나, 무슨 일이라도 한 것이냐?"


백호는 다시 흑룡에게 달려들었다.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건가? 나쁘지는 않지만, 이것으로는 한계가 있을 텐데?"


허나 백호는 오히려 용위로 올라탔다.

"확실히 그곳에 있으면 나는 공격이 힘들지. 하지만,"


흑룡은 이렇게 말하며 뱀처럼 산을 두르고 비비기 시작했다.

백호는 용 위에서 달리며 이윽고 봐둔 산맥이 보이자 뛰어서 착지했다. 

그리고 백호는 산맥을 따라 달렸고 흑룡이 자신이 봐둔 위치로 오도록 유인하였다.


"무엇을 준비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너는 질 것이다."


백호는 산맥의 끄트머리에서 용을 향해 뛰었다.

허나, 흑룡은 오히려 그런 백호를 향해 입을 벌렸다.

"어디서 다시 올라타려고 하느냐?! 이번만큼은 내가 널 씹어주마!"


허나 흑룡이 생각지 못했던 것이 있었으니 그 행동이 정확히 백호가 바라던 바였다.

백호는 흑룡의 입속에 들어가기 전에 발톱을 세워 목구멍에 들어가기 전에 혀를 발톱으로 그으며 상처입혔다.


"크아아아악! 잠깐!"


그러나 백호는 때를 놓치지 않고 발톱으로 이리저리 입안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그... 그만...!"


백호가 흑룡의 혀를 물자 흑룡이 목구멍에서 불을 뿜을 준비를 하였다.

백호는 그 즉시 흑룡의 입속을 빠져나왔고 흑룡은 아파하며 허공에 불을 뿜었다.

그리고 흑룡은 산맥을 따라 어디론가 도망갔다.


"정말로 통할 거로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금강산 신이 어느새 나타나 백호에게 말을 걸었다.

"대담하면서 대단하군요. 잘못 삼켜지면 못 나오는 건 알고 있나요?"


"이번 시련은 쉽지 않았습니다."


"글쎄요. 그런데 검은 피를 뒤집어쓰니 마치 흑호(黑虎)가 된 것 같네요."


"시련이 끝난 겁니까?"


"네, 금강산은 좋은 체들이 많은 곳으로, 용은 체(體)중에서 신에 가까운 체이니 그 피는 망가진 신체를 되돌리는데 최고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 검은 피는 신체의 활력을 돋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용과 싸우며 늘어난 체력도 포함이죠."


"감사합니다. 금강산 신님. 그렇다면, 이제 저에게 남은 것은 백을 정상으로 만드는 것이군요."


백호가 감사를 표할 때 숲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검은 머리에 사슴뿔을 가진 작은 아이가 뛰쳐나왔다.

"&@※♬※"


그 아이는 입안에 약초로 보이는 것을 잔뜩 물고서는 화난 듯이 작은 팔을 빙빙 휘둘렀다.


"산신님, 저 아이는?"


"그... 실은 동해 용왕의 딸이십니다. 환웅 님께서 당신을 맞이해 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하셨는데, 근데 당신이 이 정도로 상처 입힐 줄은..."


그 아이는 작은 팔을 빙빙 휘두르며 금강산 신에게 휘둘렀다.

"저 아이가 흑룡이라니..."


백호가 이리 말하자 흑룡은 허리에 양손을 얹으며 의기양양해 했다.

입에서 검은 피를 흘리면서.


"검은 피가 있으니 확실히 몸이 다소 가벼워진 것 같습니다."

이에 흑룡이 백호를 째려봤으나 백호는 못 본 척 무시하였다.


"다행이군요. 다음은 어디로 가시나요?"


"삼각산으로 갑니다."


"그렇군요, 꽤 험난하셨을 과정인데 이제 마무리를 지을 수 있군요."


"흑룡은 괜찮은 겁니까?"


"생각보다 상처가 예리해서 조금은 걸릴 듯합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환웅께서 동해 용왕과는 잘 이야기 할 것입니다."

"읍읍"


흑룡은 백호에게 오더니, 털을 당겼다.

"뭘 원하는 거지? 흑룡?"


"백호 씨 등에 타고 싶은 모양인데요?"


"음..."


"흑룡이 100년을 살기는 했지만 아직 용 중에서는 어리니 그럴 수도 있겠지요. 가을의 축제도 끝나가는데 한 번 태우고 이곳저곳을 다녀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산신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백호는 흑룡을 태우고 금강산의 마지막 단풍의 축제를 보며 이리저리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