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달리고 싶었다. 

귀찮은 마음도 들었지만 

일단 신발을 신고나니 

몸가는대로 뛰었다. 


해는 산 너머로 져버렸고 

하늘은 하얗게, 

땅은 검게 물들었다. 


조금더 달리면 

하늘조차 검게 변해서 

세상 모든게 윤곽으로만 보였다. 


아무도 없는 곳을 달리며 

마치 온 세상이 

나만의 것이 된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슴에 너른 구멍하나가 생겨 

그리 숨쉬다보면



세상 모두 내 안에 

담을 수 있을 것같았다.



땅하늘 구분없이 

모두 까맣게 물들면 

오늘은 별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의 꿈이 뭉게뭉게 올라가 하늘을 덮고, 

마침내는 별들조차 끌어내려 

좁은 대지에 빽빽이 장식했다. 


옛 하늘의 모습을 달리는 나는 

손 위에 별하나 쥐고 

숨이차고 다리가 없어질 때까지 달렸다.

내 별은 아직 하늘 한구석에 숨어있다고 믿으면서

그 길 끝에는 거대한 괴물이 하나,

땅바닥에 뿌리박은 그것은 

세찬 바람에 흔들리며 

음산하게 비늘들을 

비비는 소리를 

내고있었다. 


어지럽게 

명멸하는 손가락들이 

내 마음을 긁어내리고 있었다. 

그 괴물은 내 천장을 모두 덮어버리고는 

나를 내려다보며 


네 별 없고, 

미몽에서 깨어날 시간이라며 

차가운 읖조림을 내뱉었다.

불타는 폐부와 찢어질 것 같은 허벅다리, 

흐르는 눈물과 

어느새 커버린 몸이지만 어린아이에서 한치도 크지못한 나라서.

나는 어린 마음에 무서움 안고 

집안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내 꿈과 내 사랑과 내 별을 두고 

차가운 건물 위로 

도망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