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방패의 전설 모음집(계속 업데이트) - 창작문학 채널 (arc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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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신성한 숲


검은 늪에서 남쪽으로 난 도로를 타고 수백 킬로미터, 며칠을 말을 타고 움직인 끝에 그들은 저 멀리 드넓게 펼쳐진 삼림을 발견했다. 마리가 말했다.


“저기야! 저기부터 우리 엘프들의 영토야.”


“엘프들은 숲 중앙에 난 거대한 나무를 중심으로 산다고 했는데, 그 나무는 안 보이는 건가요?”


루푸스의 영향으로 지팡이의 보석이 하늘색으로 변한 잔이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숲의 영역이 곧 그 나무가 보이는 장소니까.”


“그래요?”


“정확히는 숲의 모든 나무들이 그 나무의 자식들이야. 용들의 전쟁 보다도 훨씬 옛날에 세 정령, ‘물의 정령군주’, ‘빛의 정령군주’, ‘바람의 정령군주’가 나무의 묘목에 축복을 내렸고, 나무는 순식간에 하늘만큼 높이 자라났어. 고대에는 그 나무를 일컬어 ‘신성한 나무’라는 뜻의 ‘사크라 아르보’라고 불렀지. 우리 엘프들은 그 나무를 지키기 위해 나무 주변에 마을을 이뤘고, 나무는 자신의 힘이 닿는 모든 대지에 뿌리를 내려 자신의 후손을 키워냈어. ‘밀리우’와 신성한 숲의 기원이지.”


마침내 엘프들의 영토, ‘신성한 숲’의 입구에 들어서자 숲의 저 안쪽에서부터 상쾌하면서도 신기한 바람이 그들을 맞이했다. 천천히 숲의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그때, 셋은 동시에 방어 태세를 갖추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수 미터 위의 나무마다 수십 발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잔의 보호막에 꽂힌 수십발의 화살이 후두둑 떨어지자 나무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감히 우리들의 땅에 발을 들인 겁 없는 침입자가 누구냐?!”


아인이 나서서 항변했다.


“저희는 그저 여행자일 뿐입니다! 그리힌… 밀리우로 가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그러나, 그 남자는 전혀 믿지 않았다.


“여행자라고? 거짓말! 네놈들은 북쪽에서 왔다! 북쪽에서 오는 놈은 단 하나뿐이지! 그건 인간으로 위장한 오크다!”


“아닙니다! 이 남자는 정말 인간입니다! 저희 두 사람이 증명할 수 있습니다!”


마리가 항변했으나, 그는 듣지 않았다.


“예로부터 황무지에서 온 엘프는 오크의 노에니 믿지 말라고 했다. 죽여라!”


그 즉시 수십 발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아인 일행이 간신히 막아내자, 아인의 정면에 있던 나무 위에서 누군가 달려들어 아인을 말에서 떨어뜨렸다. 아인은 두 바퀴가량 구른 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 자를 바라보았다. 초록색 긴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남자 엘프는 양 손에 든 쌍날검을 번뜩이더니 번개처럼 빠르게 아인에게 달려들었다. 아인도 지지 않고 방패로 공격을 막음과 동시에 그의 칼을 튕겨냈다.


“이봐, 난 싸울 생각이 없어!”


“그렇다면 순순히 죽어라! au nom du prêtre!”


아인은 계속 방패로 공격을 막았지만, 점점 그의 공격은 강해져만 갔다. 결국 아인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찾아왔다. 아인 역시 검집에서 칼을 뽑아 들었다.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 구나! 죽어라 오크!!”


“너는 지금 상대를 잘못 만난 거야…!”


그렇게 두 사람이 격돌하려던 순간, 잔의 외침이 숲을 갈랐다.


“둘 다 멈춰!!”


잔의 목소리가 어찌나 컸는지, 두 사람 모두 깜짝 놀라서 그 자리에 멈췄다. 칼은 서로의 목에서 단 1센티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잔은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제기랄, 이 목소리 어디서 들어봤다 했더니… 킬리안!!!”


남자는 잔의 말에 몹시 당황했다. 아니, 그건 당황을 넘어 황당하다는 얼굴이었다.


“잔?!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던 잔은 그대로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지팡이로 킬리안이라는 그 엘프를 후려쳤다. 킬리안이 옆으로 1미터 정도 날아가 쓰러지자 다른 나무 위에 있던 엘프 병사들이 바람처럼 내려와 아인 일행을 둘러싸고 활을 겨눴다.


“사령관 님, 괜찮으십니까?!”


킬리안은 잽싸게 일어나 그들을 제지했다.


“괜찮아, 내 친구야.”


그들이 활을 거두자 킬리안은 잔에게 얻어 맞은 자리를 어루만지며 투덜거렸다.


“마법사가 됐다더니, 사실 전사였냐? 뭔 힘이 이렇게 쌔?!”


“네가 처음부터 그런 멍청한 짓만 안 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어!”


“뭐야? 말 다했냐!”


“다 했다, 이 멍청아!”


“잘났어요, 힘만 쌘 난쟁아!!”


두 사람이 돼도 않는 어린애 싸움을 하는 동안, 아인과 마리는 주변의 경비병들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다행히도 경비병들이 그리힌리즈로 들어가는 것을 허가하자 마리는 아직도 싸우던 두 사람을 슬쩍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아인에게 귀띔을 했다.


“두 사람, 잘 어울리지?”


“사귀는 사이예요?”


“옛날부터 다들 그렇게 생각했지. 둘만 부정하고.”


마리는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거기 둘, 부부싸움은 그만하고 이제 가자!”


그 말에 두 사람 다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소리쳤다.


“누가 부부야!!”


“내 말 맞지?”


칼리안의 인도를 따라 세 사람은 그리힌리즈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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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바페랑은 이름 말곤 관련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