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그것은 참으로 위협적이기도 하고 고요하기도 한것. 폭풍은 멈추지 않는다. 그 생명이 다할때까지 모든것을 날려버릴것이다


전쟁. 그것은 참으로 무서우면서도 기묘한것. 전쟁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전쟁이라는것을 아는 모든 이들이 죽을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몸상태는 괜찮나?. 카라스"


그리고 여기, 온몸에 상처를 입은 장군과, 이젠 죽어서 영혼도 남지 않은채, 그저 흔적만 남은 위대한 별의 마법사가 서있다


전쟁. 전쟁이라는 폭풍이 그 둘을 그렇게 만들었다


"모든전선에 암울한 소식이 들려오고있다네. 이제 더이상 신들은 입을 열수 없다네. 강대한 마법의 주문들도 모두 말소되었네. "


"그래서? "


장군은 검을 놓지 않았다


"나보고 포기하란 말인가?. 오 매즈. 넌 절대로 그런 사람이 아니야. 더 싸우라면 싸우라고 하지. 포기하라는 말을 할 인물은 아니야. 넌 그저 내가 더 고통받는것을 멈추길 원하던 그가 남긴 사념일뿐. 죽은자의 소리없는 말에 내 마음이 변할일은 없다"


"이걸보고도 모르겠나?. 별들이 꺼져가고있어. 더이상 새로운 탄생을 위한 성운도, 마력도 없다고. 모르겠어?. 그들이 이긴거야"


별의 마법사는 마치 예언이라도 하는듯이 우울한 곡조로 장송곡을 부르는것처럼 말했다.


"이제 끝내자. 우리가 졌어"


카라스는 검을 놓지 않는다


"졌다고?. 아니, 우린 아직 지지 않았다. 아직 지기에는 일러!. 우린 스스로 배수의 진을 쳤으니, 마지막 한명이 남을때까지 항쟁을 멈추지 않을것이다. 세상이 멸망의 길을 걷는것이 확실하다면!. 우린 그 멸망의 길을 기쁘게 걸을것이니, 허나 결코 무기를 놓을일은 없을것이다. 난 차원연합 칠성함대의 대제독이자, 아리아의 대공. 그리고 이순간에도 포화속에서 사라지고 사라질 모든 병사들의 지휘관이다"


카라스는 뒤에서 달려오는 괴물들을 베어 죽였다. 온몸에 난 상처에게 그는 스스로 아직 싸울수 있다는것을 보여졌다.


별의 마법사는 별들 사이로 목도한, 그의 최후를 기억했다. 그는 슬픔의 노래를 부르는것을 멈췄다. 이미 눈물을 흘릴 눈은 멀었고, 곡성을 들을 귀는 피가 흐르니.


"그게 너의 선택이구나. 그것이, 나보다 강인한 너의 선택이구나. "


그렇게 별의 마법사는, 마지막의 마지막으로, 별들사이로 사라졌다


***


카라스는 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지막 남은 행성. 이곳은 한때 위대한 만신전이 세워졌던 곳이였다. 그리고 지금, 적들의 사악한 마법으로 인해 신들의 이름은 먹이 칠해졌다.


허나 그럼에도 마지막 남은 최후의 저항군은 항쟁의 준비를 마쳤다


"제군들. 제군들에게 말하겠다. 그대들이 싸우는 이유는 뭔가? "


그 어떤 병사도 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지쳐 쓰러질 몸을 이끌고 묵묵히 자신들이 있어야할곳이 있을뿐이였다.


"좋다. 충분하다. "


하늘에서 무수히 많은 괴물들이 몰려오고있었다.


"총원!. 전투개시! "


'전투개시! '


그리고 지금 이순간, 사선을 마주하는 순간만큼은, 살아있는 모든 이들이 우렁차게 소리를 높였다


녹슨 포에서는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화염이 치솟았고, 괴물들은 그 어느때보다 격렬한 저항을 직면했다


"지킬 나라가 사라진게 뭐 어떠냐! "


카라스는 전선의 선두에서 검을 휘둘렀다.


"지켜야할 국민들이 모두 죽은게 어떠한가! "


마치 영역을 지키는 맹수처럼, 공격은 거침없었다


"우린 잃을게 없다!. 죽일것만 있을뿐!. 오거라 이 괴물들아!. 한놈이라도 네놈들을 길동무로 삼아야 눈을 감을수 있겠구나! "


그는 마지막으로 마법을 휘감은 검을 크게 내리쳤다. 괴물들은 태풍속에서 고깃덩이로 산화했다


하지만 얼마안가, 더 많은 괴물들이 전선을 가득 매웠다. 더 많은 적들이, 더 많은 공포가.


하지만 병사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동요할일이 없었다. 그들의 영혼은 이젠 죽으면 완전히 사라질 운명이 되었지만, 그 어느때보다 경건하고 명예로웠다


그리고, 명예로운 불꽃은 서서히 꺼져갔다


***


이젠 더이상 행성의 형태도 아닌, 심우주속에서 떠다니는 조각위에 한사람이 무릎을 꿇고있었다.


전쟁은 끝났다. 그 결과는 모든것이였다. 모든것이 사라졌다. 이제 그가 서있는 조각만 바스러진다면, 그리고 아직 어둠속에서 남은 생명을 먹어치우려는 괴물들이 모두 명을 다해 사라진다면 오로지 어둠뿐일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검을 놓치지 않았다. 자신을 따른 모든 이들이 사라지고, 지키고자 한 모든것들이 멸망했음에도, 그의 멈출줄 모르는 영혼은 검을 놓치지 않았다.


그에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각위에는 괴물들의 시체가 가득했다


"아직도 검을 놓지 않은거야? "


오랜만에 들어보는 사람의 목소리. 카라스는 고개를 들었다. 알고있었다. 눈앞에 마주한 그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음을. 허나 이것이 작게나마 남은 운명의 장난인진 몰라도, 엄연한 현실이였다


마법연맹의 연맹장. 그가 지금 눈앞에 서있었다


"살아..있었던..건가.. "


"아니. 이곳에서의 난 이미 죽었어. 난 저 너머에서 왔거든. "


연맹장은 우울한 콧노래를 불렀다. 그것은 그의 나름대로의 이 세계에 대한 장송곡이였다


"완전히 멸망했네. 너가 방금 죽인 괴물이 마지막이야. 이제 이 세계에는 아무것도 없어. 오직 너뿐이야. "


카라스는, 제독은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어서 말하라고 했다. 찰나의 정적이 그의 조각난 심장을 내동댕이 치고있었다. 어서, 어서 말하라. 제발 나의 이 모든것이 헛되지 않았다고 말해다오. 끝까지 싸우고 끝까지 의지를 잃지 않은, 나의 부하들이 무의미하지 않았다고-


"너가 이겼어"


카라스는 그저 바라볼뿐이였다. 


이미 조각난 심장속에서, 무언가가 피어났다. 이건 무엇일까. 그래, 이제야 알것같다.


홀가분함. 마침내, 끝났다는 홀가분함이 영혼을 가득 채웠다.


"넌 그 모든 희생을 헛되게 만들지 않았어. 너의 승리야. 이제 쉬어도 돼. 장군"


그가 서있는 땅이 서서히 바스러져갔다. 그와 동시에, 이젠 더이상 미련따윈 없는 그의 몸역시 사라져갔다.


마지막 순간, 우주를 바라봤다. 이젠 별 하나 떠있지 않은 우주를, 하지만 왠지... 하나쯤은 배웅해주는듯 떠있는것같다. 그 빛을 보진 못했지만, 아마 그런것같다. 넌 끝까지, 참 다정한 벗이였구나. 매즈


"하..하하하..적어도 마지막은... 적의 손에 죽는게 나을줄 알았는데... 이것도.. 나쁘지 않-"


다정하게도, 운명은 그가 말을 다하기도 전에 안식을 줬다. 그의 검이 꽃혀있는 부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연맹장은, 이젠 심연으로 변해버린 우주를 봤다. 더이상 빛도, 그 빛을 비춰줄 성운도 없었다. 그럼에도 어째서일까?. 이곳에 곧 새로운 별이 탄생할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또 억겹의 시간이 흐를것이다. 하지만 이젠 중요치 않는다


연맹장은 링을 열었다. 이제 더이상 그가 있을필요 없기에, 그는 떠나려한다.


 자신의 세계는 이렇게 만들지 않겠다 다짐하고서


그리고, 끝까지 저항한 이들을 위한 장송곡을 멈추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