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연극은 마무리가 되고 있었다. 미움을 산 얀붕이는 얀순이의 충동적인 날붙이의 삽입으로 인해 가슴에서 피를 꿀렁꿀렁 쏟으며  바닥에 고꾸라진 채로 허공을 바라봤다. 그 모습을 얀진이가 크게 놀라서 일어났다. 테이블은 뒤엎어졌고 커피잔들은 깨졌다..... 관객들의 심정은 그것을 치울 수도 없이 바라만 보는 처지와 같았다. 극중 카페의 창 밖으로는 아주 푸르고 이상적인 가을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그와는 대비되게, 얀붕이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될 준비를 끝마친 참이었다. 그저 얀진이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것이 괜찮았을 뿐인데. 얀진이 자체가 사랑스러운지는 아직 확신할 순 없으나 얀진이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 얀진이가 나에게 표현하는 애정이 나에게는 흥밋거리로 다가왔기에 그는 받아들였을 뿐이다. 하지만 얀순이의 마음은 그것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나보다. 그렇게 조명이 꺼지고 극이 끝난다.

 얀순이와 얀붕이는 소꿉친구였다. 얀순이는 어릴 때 얀붕이를 옆에서 지켜보았고 그러다가 얀붕이를 동경하게 되었다. 그리고 고등학생 무렵 동경은 격렬한 열망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얀붕이에게 자신의 사랑을 표현했다. 처음엔 눈치를 주는 정도였다. 그리고 수단은 간접적인 것에서 직접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마침내 얀순이는 그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어대면서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너를 사랑한다고! 너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진심으로 말해봤자, 그는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도, 진심으로 여기지도 않았다. 그에게 얀순이는 그저 소꿉친구일 뿐이었다. 얀순이는 진이 빠졌다. 하지만 그녀는 애써 쿨했다. 괜찮아. 아직 그는 어리니까. 참고 기다리다보면, 시간이 흐르다보면 그의 마음이 바뀔 수 있지. 그녀는 그 순간이 오길 희망하며 얀붕이의 곁에서 죽치고 기다렸다. 그런데, 얀진이가 다가왔고 얀진이는 적극적이었으며 얀붕이도 얀진이를 나쁘게 보지 않았다. 진이의 적극적인 구애가 계속된다면 어쩌면 자신의 기다림이 헛된 것이 될 수도 있었다. 그것을 얀순이은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가? 아무리 비극이라고 해도 연극은 연극이라는 것을. 잠시 뒤에 불이 다시 켜지고 쓰러져있던 얀붕이는 어느새 멀쩡하게 일어난 배우가 되어 다른 배우들과 함께 무대 위에 나란히 섰다. 그들은 관객석을 향해 인사를 했다. 관객들은 박수를 쳤다. 하지만 몇몇 관객들이 들고 일어섰다.

 "이대로만 가면 얀진이와 얀붕이의 순애 엔딩을 볼 수 있었는데 얀순이는 왜 끼어드는거야. 이건 NTR이야! 각본 쓴 사람이 NTR충이구나. 뻔뻔하게 자신의 취향을 대중들에게 전파하려고 하다니. NTR이 범죄라는 건 고구려 수박도에도 그려져있다. "

 그 목소리에서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맞야. 둘이 잘 이어져서 순애물이 되었어야해. 이런 건 순애가 아니야!!!"

 이렇게 말하는 관객은 그 자신과 주변에서 0.15초 간격으로 색반전을 일으키고 있었기에 눈에 띄었다.

  이때 항의하는 듯한 목소리도 들려왔다.

 "얀순이의 사랑을 무시하는 거야? 너는 얀데레물을 모르냐! 괜찮은 얀데레물을 NTR로 격하하지 마라!"

 "얀순이의 뜨거운 사랑을 몰라준 얀붕이가 잘못한거야! 그녀의 불같은 마음에 공감했던 관객은 나뿐만이었던거야?"

 이에 얀진얀붕측 관객이 다시 대응했다.

 "얀붕이는 얀순이에게 마음이 없었다. 그저 얀순 혼자서 불탔을 뿐이야. 하지만 얀붕이는 얀진이에게 흥미를 가지고 있었어. 관계가 진행되고 있던 쪽은 얀진이 쪽이었어!"



  소란이 잦아들긴 커녕 점점 커질 조짐이 보이자 극장은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뒷문에서 뿅망치를 든 바니걸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관객석 곳곳으로 들어가 항의하는 관객들의 머리를 향해 망치를 휘둘렀다. 경망스런 뿅망치 소리가 극장을 울리고 있었다.

 "호에에... 이렇게 관객들을 진압하다니 너무 잔인한 것이에요..."

 방금까지 언성을 높히던 얀진얀붕선호자는 뿅망치를 맞고서 제대로된 항의도 못하고 출구로 쫓겨나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모진 처분 억울해요 용서할 수 없어요! 호에에에에....."

 얀순얀붕추구자도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머리를 두 손으로 가렸다. 그리고 그 두 사람 근처에 있던 나머지 한 사람은 그 둘의 모습을 충격과 경멸이 반씩 섞인 눈으로 바라보면서 멍하니 선 채로 뿅망치를 맞고 있을 뿐이었다.



 다시 극장에 불이 꺼졌다. 관객석은 다시 어둠에 잠겼다. 무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관객들은 웅성거렸다.

 "쿠기연극이 있나봐!"

 무대에 불이 들어왔다. 얀진이가 쓰러진 얀붕이 옆에 서 있었다. 얀진이는 얀붕이에게 다가와서 속삭였다. 관객들은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말도 안돼."

 그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마침내 극장을 다 울릴 지경이 되었다. 그리고 점점 굵어졌다.

 "말도 안돼!!!!"

 뒤에서 지켜보던 얀순이가 말했다.

 "네가 남자가 아니었다면."

 "나를 죽이면 되는 것 아니였어?"

 얀순이가 얀진이를 향해 윽박질렀다.

 "비아냥거리지마!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그는 변하지 않아. 그는 결국 나의 것이 되지 않아. 그러니 너를 죽인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지. 하지만 걔가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면. 내가 걔에게 그 대가를 부여해야지."

사이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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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극중극으로 쓸 필요가 있었을까

나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