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누구나 생각했던 달. 탐험의 욕망이 폭포처람 샘솟던 그 시기, 우리는 누구나 가보고 싶은 동경의 대상으로 생각했었다.


나도 그랬다. 어렸을 적 달은 나에게도 현실을 버텨낼 수 있는 꿈이였다. 과학 시간만 되면, 과학 책만 읽으면 악몽의 연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에 온 것만 같았다. '저기에 가면 내 부모님을 만날 수 있다.' 그 희망을 품고 열심히 노력했다.


"할머니, 저 먼 달에는 틀림없이 우리 부모님이 살겠죠?"


"그럼. 저 반짝이는 달에는 부모님이 행복하게 잘 살고 계신단다."


"빨리 만나고 싶어요! 저 과학 책도 많이 읽고 수업도 열심히 듣는데 언제 갈 수 있을까요? 지금은 못 가요?"


"저 달에 가는 건 더 큰 노력이 있어야 해. 여러 상황들을 버틸 수 있는 훈련도 나중에 해야 할 거고. 가장 중요한 건 성숙해지는 거야."


"할머니! 저 이제 성숙해요. 우주선의 원리, 달의 모습은 안 보고도 알 정도로 책 열심히 읽었단 말이에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의지 아니에요?" 


"그래 그래. 우리 손주 말이 다 맞네."


할머니는 언제나 나를 격려하고 응원해 주셨다. 과학관에 여러 번 데려다 주시고 책을 끊임없이 빌려주셨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는 검은 옷을 입고 뛰어다니던 철없던 시절에서 어엿한 청소년으로 성장해 있었다.


달에 가서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던 나는, 중학교 3년은 가뿐히 월반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해 어느새 대학교에 와 있었다. 나이 때문에 차별을 많이 받고 여러 폭력도 당했지만, 그 어떤 화살도 내 의지를 뚫을 수 없었다.


나는 대학교에서도 열심히 했고, 그러다 10년 후쯤에는 한국인 최초로 달에 가는 사람이 되어 우주선을 타는 날이 되어 있었다. 나를 환영해주고 알아보는 수많은 사람들. 거기 사이에는 내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기분이 참 묘했다. 나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더더욱 외로움을 느꼈다.


우주선을 향해 걸어갈수록, 환영 인파는 더 많았다. 우주선 앞에는 수많은 업적을 세웠다며 나를 정치적 수단으로 쓰려는 대통령, 자신의 업적을 위해 온갖 연구를 부탁하는 과학자들이 서 있었다. 처음 만난 사이인 나에게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접근하는 사람들을 조금도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아래만 보며 더 재빠르게 걸었다.


우주선 타려고 머리를 드는 순간 자신의 이득과 행복만을 생각하는 나를 괴롭히던 고등학교 일진이었던 기업인이 후원자 이름으로 나에게 악수를 청하며 자신의 요구사항을 계속 말했다. 역겨웠다. 나를 괴롭히며 즐거워했던 사람이 나에게 이러는 것이 정말 싫었다. 나는 악수하는 척 하며 그의 팔을 살짝 비틀고 서둘러 우주선에 탔다.


이제 10초 후면 출발 시간이다. 내 어릴 때 꿈을 이룰 수 있는 바로 그 시간. 비록 부모님은 달에도 없지만, 곧 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강하게 생긴다.


'10. 9. 8. 7. 6. 5... 펑.'


한국 최초 달 유인탐사선 '희망호' 발사 실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