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고요의 황야 어딘가, 0130시

달도 없이 사방이 어둡게 물든 하늘 아래, 커다란 서커스 텐트 안에서 빛과 음악이 새어나오고 있다.

텐트 주변에는 값 비싸 보이는 차들과 트레일러들이 여러 대 주차되어 있었고, 그 주변에는 경비처럼 보이는 인원들이 완전무장을 한 채 돌아다니고 있었으며 그 주변에는 생명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붉은 사막 뿐이다.



S#.2 노예 경매장, 0130시

가운데 있는 무대를 향한 관객석에 가면을 쓴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있다.

무대 위에는 정장을 차려입은 능글맞은 얼굴을 한 경매인이 마이크를 들고 관객들과 소통하며 경매를 마무리하고 있다.


경매인: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 이렇게 저희 경매장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반 노예들의 경매가 마무리 된 상태인지라 일부 자리는 먼저 떠난 사람들로 비어있지만 그 숫자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



S#.3 노예 경매장, 무대 위, 0130시

경매인: 일반 상품 경매는 전부 끝났습니다만, 사실 여러분들이 이렇게 이 자리를 빛내주신 이유는 그것 때문이 아니라는것을, 저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관객들은 환호한다.


경매인: 그렇습니다. 오늘은 무려! 저희 경매장에! 얼마전 지구에서 실종되었다던 바로! 그! 예카테리나 공주가 출품됩니다!


무대 위로 가면을 쓴 남자들이 커다란 케이지를 카트에 끌고 조심스럽게 올라온다.

남자들은 아주 조심스럽게 카트에서 케이지를 내려놓은 다음, 케이지를 덮고 있던 천을 벗긴다.

관객들의 환호성은 더욱 거세진다.


경매인: 네, 네. 여러분. 잠시만 진정해주시기 바랍니다.


관객들은 이내 사그라든다.


경매인: 자, 보시다시피 공주님께서는 겉보기에는 아주! 아주! 매우! 건강하게 계십니다. 저희 쪽 인원은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죠. 즉, 매우매우 상품가치가 높습니다.


관객들은 손을 대지 않았다는 말에 엄청난 환호성을 보낸다.



S#.4 노예 경매장, 관객석 맨 뒷줄, 0135시


가면을 쓰고 있는 레베카는 케이지 안에 고급 천 옷을 입은 채 힘없이 앉아있는 공주를 보고 이를 꽉 깨문다.

옆에 앉아있던 루카가 그런 레베카의 손목을 잡았고, 레베카는 몸을 부들부들 떨기만 하며 가면 아래에서 분노를 삼킨다.


루카: 넌 황녀 호위대 대장이나 된다는 놈이 좀 참아라.

레베카: 공주마마가... 노예라니....

루카: 휴... 주변에 제국어를 할 줄 아는 놈이 없기 망정이지, 있었으면 너도 저기 철창행이였다.

레베카: 크읏...

루카: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해라. 인육업자나 질낮은 놈들한테 가지는 않고 그나마 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노예 경매장으로 왔잖아.

레베카: 너는 저렇게 어리고 가냘픈 여자아이가 납치되어가지고 노예로 팔린다면서 앉아있는데, 아무런 감정이라는것도 못느끼는거냐?

루카: ...... 인신매매라는게 다 그런거 아니겠냐.

레베카: 하... 진짜 넌 제국민이였으면...

루카: 오, 이제 시작하려나보다.


루카와 레베카의 시선은 다시 무대로 향한다.



S#.5 노예 경매장, 0150시


경매인: 자, 그러면 10억 크레딧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단위는 10억으로, 들고 오신 태블릿으로 입찰을 하시면 됩니다.

루카: 10억 크레딧이라...


루카는 심각한 표정으로 태블릿을 내려다본다.

입찰 시작까지 남은 카운트다운이 태블릿에 표시되고 있다.


레베카: 너무 비싸... 제국에서는 500억밖에 지원해주지 않았단 말이야...

루카: 나도 끽해야 700억이야... 1200억 넘으면 우린 답 없어.

레베카: 으으..... 10억부터 시작인데 설마...

루카: 시작한다.


카운트다운이 00:00이 되자마자 입찰금액은 미친듯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경매인: 네, 자, 현재 120억, 290억, 350억... 이야, 신사분들 취향이 대단하신데요?

루카: 신사는 개뿔... 페도필리아겠지.


루카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입찰자 명단을 본다.


루카: 거기에 이종성애자들...

레베카: ...... 그치... 쟤들 기준으로는 그렇네...

루카: 인간들도 수인이나 동물 상대로 성욕을 느끼는건 위험하다고 말하지 않냐?

레베카: 말 하지... 그치....

루카: 어쩔 수 없이 참여하고는 있지만 매우 기분이 역겨워...


레베카는 루카를 잠깐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루카는 계속해서 입찰 버튼을 누르면서 역겹다는 표정을 얼굴에서 버리질 못하고 있다.



S#.6 노예 경매장, 0215시

레베카는 1500이라는 숫자를 보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태블릿을 보고있다.

루카는 소지금 부족으로 더이상 입찰 버튼을 누를 수 없는 상황에 그저 태블릿만 보고있다.


경매인: 자... 3! 2! 1! 낙찰!!!


레베카는 고개를 푹 숙인채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레베카의 울음소리는 주변의 환호와 음악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루카는 그런 레베카의 어깨에 손을 둘러 토닥이며 레베카를 위로해주면서 무대 위에서 노예를 받아가는 수인족을 유심히 지켜본다.


페이드 아웃.



S#.7 노예 경매장 주차장, 0245시

페이드 인.

루카는 한 트레일러 앞에 서있다.

루카의 옆에는 후드를 뒤집어쓴 레베카가 조금은 불안한 표정으로 서있다.

곧 루카의 앞에 예카테리나 공주를 목줄채워 데려가는 수인이 나타났다.


아돌프: 잉? 뭐야?

루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구만.


루카는 아돌프를 막아세웠고, 아돌프는 이내 루카를 알아보았다.


아돌프: 잠만... 너 루카냐?

루카: 그래. 이상성욕자 아돌프.

아돌프: 전직 우리학교 대표딸감이라는 너한테서 들을 소리는 아닌것 같은데.

루카: 뭐, 난 그냥 내 몸 사진을 상품으로 팔았을 뿐이야. 어릴때부터 좀 상품경제에 해박했지.


레베카는 완전히 질렸다는 표정으로 루카를 쳐다보고 그건 아돌프도 마찬가지였다.


루카: 어쨌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자고. 혹시 그 인간, 내쪽으로 팔 생각 있어?


아돌프는 예카테리나와 루카를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아돌프: 내가 이거 사려고 몇 개월을 모았는데...

루카: 알아. 충분히 이해해. 인간을 좋아하는 특이 취향이라 그런거 다 이해한다고. 충분히 할 수 있지. 그치.

아돌프: ...... 이렇게 예쁜 인간은 애완 동물 매장에 없다고... 봐, 오직 노예 시장에서만 구할 수 있다고 했단 말이야....


<< 인서트 - 아돌프가 보여준 화면

나무라이브 인간사랑 채널 [베스트] - 오늘 S급 인간 구매함. 리뷰 약스압.


요즘 누가 애완 동물 매장에서 인간 사냐...

... 중략 ...

인붕아 노예시장 가면 S급 인간 존나 많다. 화성 노예시장 특히 존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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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는 차마 못볼것을 봤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고 루카도 간신히 평정심을 유지하는 기색을 내보인다.


아돌프: 거기다가 황녀라니, 봐. 이렇게 예의범절 바른 노예가 어디 있냐고. 어떤 애는 막 반항해가지고 때렸다가 인간이 관절이 접혀져가지고 병원 가서 수술까지도 했다는데.

루카: 아, 그렇지, 하긴 말이 안통하지...


루카는 주머니를 뒤져 통역기 여분을 아돌프에게 건네고 아돌프는 통역기를 귀에 착용한다.


루카: 그 황녀 말 알아듣고 의사소통하게 해주는 통역기다. 이쪽 인간이랑도 의사소통이 가능해.

아돌프: 어어어어??? 인간이라고?


아돌프는 순간 흥분해 레베카가 쓰고있던 후드를 휙 젖혔고 레베카는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한다.


레베카: 뭐, 뭐야...!

아돌프: 오오오오... 이거 완전 누님계 스타일 아니냐?

루카: 그... 렇지... 거기에 근육질에...

레베카: 난 노예도, 상품도 아니야. 제국 황녀 친위대 대장이다. 황녀님을 데려가려고 왔다.

아돌프: 오오오오... 거기에 까칠한 성격... 나 완전 취향.


아돌프가 거의 군침을 흘리면서 레베카를 보고 있을 때, 예카테리나가 조심스럽게 레베카 쪽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어 레베카의 손목을 잡았다.


아돌프: 귀여워!!!!!! 너무 귀여워! 진짜 너무 귀여워!


아돌프는 목줄 손잡이를 풀리지 않게 단단히 팔에 고정한 다음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그런 예카테리나의 모습을 사진찍는다.


레베카: ...... 황녀님...

예카테리나: .... 레... 베카...


예카테리나는 이내 레베카를 꽉 끌어안았고, 아돌프는 행여나 놓칠세라 그걸 또 주저앉아 사진을 찍었다.


예카테리나: 레베카... 훌쩍...

레베카: 황녀님....


예카테리나는 훌쩍이다 이내 울기 시작했다. 레베카는 그녀를 같이 안아주었고, 아돌프는 이 모든 순간을 촬영해 저장했다.

루카는 그런 아돌프를 한심하게 쳐다보다 아예 바닥에 누워 아래에서 위로 우는 얼굴을 찍으려는 아돌프를 걷어찼다.


루카: 어이, 이상성욕자 변태, 사진은 이따 보고, 일단 이야기나 좀 하자.


아돌프는 순간 멋쩍어져 옷을 툭툭 턴 다음 사진을 확실하게 클라우드에 업로드까지 해놓고 루카를 쳐다본다.


아돌프: 너 이거, 얼마에 샀는지 알아?

루카: 알아. 1500억 크레딧.

아돌프: 그정도 돈이 있으면, 니가 경매를 하지 그랬냐.

루카: 없으니까 거래를 하자는거지.


아돌프는 매우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루카를 쳐다본다.


아돌프: ...... 무슨 거래?

루카: 일단 1000에서 시작하자고.

아돌프: 미쳤냐? 내가 500이나 손해보게?

루카: 대신 날 가질 수 있게 해주지.


아돌프는 순간 침을 삼켰다.


아돌프: ...... 내 애를... 낳겠다는거지?


동거라는 말에 아돌프의 아랫도리가 조금씩 부풀어오른다.


레베카: 루카...!

루카: 친구가 임무를 수행하려고 목숨걸고 여기까지 왔는데, 애 하나 낳는게 대수냐.

레베카: 아니... 이건 좀 문제가 다르잖아...!


레베카는 이해가 되지 않는 조건이였지만 아돌프의 눈은 이미 반쯤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아돌프: 하... 하지만 나는....


아돌프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보며 예카테리나가 레베카의 번역기를 착용한다.


예카테리나: 아돌프여, 그대가 나를 돌려보내준다면 그대에게 내 시녀를 한명 하사해주겠다.

아돌프: 예, 예에?

예카테리나: 늑대인간을 좋아하는 시녀로 하사해주겠다. 그리고 뭣하면 결혼까지도 주선해주마.

아돌프: 겨, 결혼...! 인간과...!

예카테리나: 인간도 수인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과인은 아니지만.

아돌프: 오... 오호... 오호호..... 흐흐......


아돌프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알수없는 웃음소리를 낸다.


루카: 내 생각엔 얘 지금 손자까지 본것같아.


레베카와 예카테리나는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아돌프를 쳐다본다.


페이드 아웃.



S#.8 제국 황성 / 몽타주

페이드 인.

- 예카테리나와 레베카는 멀쩡하게 돌아오고, 예카테리나는 황제에게 안긴다.

- 황제와 황비는 예카테리나를 안아주고, 서로 얼싸안으면서 좋아한다.

- 루카와 레베카는 흐뭇하게 쳐다보고 아돌프는 그런것에 전혀 관심없이 사람들이 많이 있는것에만 신기해한다.

- 아돌프가 한 여성과 사이좋게 이야기하며 길을 걷는다.

- 여성이 임신 테스트기에 두 줄이 뜬 것을 아돌프에게 보여주고 아돌프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해한다.

- 황제 일가가 참여한 가운데 아돌프와 여성이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S#.9 나무라이브 인간사랑 채널

<< 인서트

[베스트] 인간이랑 결혼한 썰 푼다...

챈럼들아 안녕하냐 난 요즘 너무 행복하다...


... 중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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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드 아웃.




앉은 자리에서 바로 생각나는대로 쓰다보니 기승전결이건 구성이건 뭔가 애매합니다.


19금.... 장면이 없습니다.


애초에 사람이 시리어스하지 않아서 내용이 전혀 시리어스해지지 않습니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썼습니다.


본인이 맨날 이상성욕쪽을 보다보니 정상성욕의 허용범위가 넓습니다. 하지만 관련해서 규정이 딱히 없던것같아 일단 그냥 썼습니다.


수필/극본 인데 두개 장르가 완전 다르..... 지 않나...


극본도 이게 완전 형식 지킨건 아닙니다.


애초에 극 용도보다는 읽히기 위한 용도의 극본인지라 많은 부분에서 그냥 최소한의? 시나리오의 일부 형식만 가져다 썼다고 보면 될 듯 하네요.


좋은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