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참 이름값하는 달이다. March라는 이름에 걸맞게 누구보다 빠르게 march하여 겨울의 시간들을 짓밟아놓는다. 행진은 누가 하는가? 시간이. 어떻게 가는가? 어느 불쌍한 한스가 그랬듯 여럿을 수레바퀴 아래에 몰아넣고서. 어디로 향하는가? 미래라는 보이지 않는 광명을 향해.

그리고 그것은 대개 누군가를 앗아감으로 행동한다. 16년째 같은 집에 사는 토박이인 나로썬 익숙하지만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일인데, 그것은 매번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친하게 지내던 친구를 앗아가기도 하고, 언젠가는 내 말을 들어주던 사람을 떠나게 하기도 하며, 언젠가는 내 심장을 고동치게 하던 사람을 가져가기도 한다. 그뿐이랴? 나를 졸졸 따라다니던 추종자라던지, 가끔 헛소리는 하지만 있으면 나은 형이라던지, 날 좀 놀려먹긴 하지만 재미있는 동생이라던지, 무언가 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든든한 아이라던지 같은 것도 데려간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에겐 새 만남이 존재하지 않는가?'라고. 맞다. 틀린 말은 아니다. 앞서 말했든 난 토박이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데려가는 일뿐이 아니라 데려오는 일도 많이 겪어보았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할 점은, 그들도 다른 누군가에겐 이별을 안겨주고 찾아온다는 것이다. 이제 막 찾아온 파릇파릇한 풋내기는 누군가에겐 울며불며 떠나보낸 절친일 수도 있고, 전학온 게 익숙치 않은 전입생은 누군가에겐 심장을 고장낸 첫사랑일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를 통해 새 인연을 얻기도 하고, 나쁜 인연도 떼어낼 수 있으니 긍정적 영향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소중한 사람들과의 이별이 잦아지는 것을 본다면 꼭 이런 방식이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그래서, 나는 3월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