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들이닥친 UFO, 지구 곳곳에 구석구석 숨어들어 왔다. 중요한 것은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건 아마도 나와 우리 가족뿐인 것 같다.

엄마에게 물어보아도, 아버지에게 물어보아도-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이 모른다.’. 나는 외계인의 자식이 아닌 걸까? 태연한 부모님을 보고 있으면 내가 이상한 건지 스스로에게 되묻고 만다.

하늘에 수놓은 비행접시들이 익숙해졌을 무렵의 오후. 공원 층계참에 걸터앉아 그저 하늘을 바라볼 뿐인 나이지만. 동생은 무슨 생각이 있는 걸까. 골똘히 무언가를 구상하는 시늉을 하였다.

저것들은 쳐들어오지 않는 건가이미 들어와 있지만.”

동생은 조심스레 나의 등 뒤로 숨으면서도 하늘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있잖아.”

.”

형은 UFO가 왜 지구에 왔다고 생각해?”

어려운 질문이다.

“..자기네 별로 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게 아닐까우주는 파랗잖아지나치기엔 너무 아름다운 거야.”

헤에하며 어깨 뒤로 얼굴을 기댄 동생은 한동안 말없이 하늘을 응시했다이유가 없다면 찾아올 이유가 없지… 않을까.

오늘도 큰 수확은 건지지 못한 채 집에서 걸어온 길을 되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