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끝났군."


체육관 관장의 시들시들한 목소리와 더불어


한 소년의 도전이 막을 내렸다.


곧이어 상처 위에 소금을 뿌리는 '으른' 의 독설이 시작되었다.


"도전자여."

"하..."


또 저 길고 지루한 잡소리를 들어야 한다니.

소년은 귀를 틀어 막아버릴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하면 역정을 내기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비행에는 전기와 바위, 얼음이 상성이 좋다고 말하지 않았나. 도대체 왜 내 충고를 듣지 않는거지? 무시? 고집? 어느 쪽이건 그닥 좋은 습관은 되지 않는 것 같다만. 넌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애초에 체육관 관장이라는 직책은 결단코 도전자를 파탄에 이르게 하는 것이 목적이나 목표인 지위가 아니다. 그런 지위여서는 안 되지. 체육관 관장이란 무릇 도전자의 마음가짐, 포켓몬 양육 방법, 배틀을 향한 전략 등을 총괄적으로 보고 판단하여서 모자란 점이나 우수한 점을 지적하여 모자란 점은 보완하게 하고 우수한 점은 더욱 갈고 닦게 하는, 일종의 후진양성과 관련 있는 직책이나 다름 없지.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하는 말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거라고. 귀 막지 말고 야인마 내 말 안 들을래?"

"돈이 없어서 몬스터볼이 없는데요."

"그럼 근성으로 잡았어야 하지 않겠나. 설마 주위만 살펴보고 없다고 하는 건가? 좀 더 원대하고 웅대하게 찾아 봐야지.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라는 말도 있지 않나. 네가 소년이 아닌 건가, 아니면 야망을 모르는 건가? 그도 아니면 설마 너의 야망은 그정도인 것인가? 라떼는 친구와 교환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장만을 하곤 했다. 그것이 진정 강해지고 싶은 자가 가져야 할 자세이거늘. 요즘 젊은이들은 안일하고 태평하기 그지없다는 세간의 풍문이 설마 진짜일 줄은 몰랐네. 나도 젊은이의 축에 끼지만 너 같은 이들 때문에 젊은이들이 폄하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어찌 됐건 그 정도가 네 한계라면 같은 트레이너로서는 한심스럽고 체육관 관장으로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군. 아무리 가장 기초적인 체육관이라고 슬로건을 내걸고 있기로서니 이런 나약한 트레이너가 기어들어올 줄이야. 체육관의 위신이 땅에 떨어졌는..."

"도전자 납시오!"

"... 쯧."


문지기의 우렁찬 목소리가 훈계를 끊자

젊은 잔소리 래퍼가 혀를 찼다.


체육관 관장이 혀를 찼다는
썩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에

소년은 얼굴을 찌푸렸다.


"도전자! 어... 이름이... 어?"

"이름이 왜. 뭐 잘못됐나?"


심판이 눈을 비비고 도전자의 트레이너카드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몇 번씩 고개를 갸웃거리던 심판은 이내 어깨를 으쓱하곤 다시 큰 소리로 떠벌렸다.


"아, 아닙니다 관장님. 도전자! 대양 - duck - 올드! 자리에!"

"대양? 올드? 처음 듣는 이름인데?"


미처 자리를 못 뜬 소년은 이국적인 이름에 관장의 얼굴을 쳐다봤다.

혹시나 이 마을의 터줏대감 격이자 체육관의 주인인 그라면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그러나 관장도 의아한 표정인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들의 의문은 결국 도전자를 직접 마주하고서야 풀리게 되었다.


"우효www 드디어 관장전 시작이라제www

... 일단 지쳤으니 조금만 쉬겠다는ww 계단 쵸 많았던www"

"아니 태양 더 골드 잖아 저건."



손자왈.

백전백승은 최고의 전략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전략이다.

초콜렛 색 피부에 금색의 머릿카락을 자랑하는 이 청년,

'태양 더 골드', 자칭 '금태양' 은 몸소 그것을 실천하고 있었다.


"망할... 가라, 구구! 몸통박치기!"

"구구!"

"잠깐."

"아 좀!"


관장의 포켓몬인 구구를 상대로

'금태양' 이 또 자신의 특기 기술을 쓰려고 하고 있었다.


"오이오이www."

"구...?"

"그렇게 공격해도 되겠냐고www"

"?"

"서투루 움직이다가는 네 비밀... 말해버릴 지도 모른다는 쑻."

"비밀이라니, 비상놈의 구구한테 무슨..."


어느새 관전에 몰두한 소년은

체육관 관장이 자신을 째려보는 것을 느끼곤 방금 자신이 뱉은 말을 수정했다.


"비상 '님' 의 구구한테 무슨 비밀이 있다는 거죠?"

"아아~ [그거] 말인가? 궁금해?"

"!"

"어떡할까나? 이 몸 쵸 고민되는 www

이대로 배틀을 계속하면 누가 주인 몰래 찍었다는 캠의 주소에 대해서 말해버릴 지도 모른다는 www"

"무, 무슨 캠이라고?"


체육관 관장, 비상은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주인 몰래 영상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린다는 것은 최근 포켓몬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설마하니 체육관 관장이라는 사람의 포켓몬마저...


"그 녀석 그때의 입 벌린 표정은 마지 최고였던 www 생각만 해도..."

"삐, 삐이익!"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채
작은 새 포켓몬이 재빨리 자신의 볼 속으로 돌아갔다.

항복의 의사표현 같았다.

조금 많이 급한.


이걸로 두번째였다.

관전 중이던 소년은 비슷하게 '날먹' 으로 흘러갔던 첫번째 전투를 떠올렸다.


- 처음은 너로 정했다 구구!

- 구구!

- 아아~ 저 녀석 내가 아는 녀석이라제 ww

- ?

- 저 녀석 내가 한번 먹었다 버린 포켓몬인 www 벌써 주인을 바꿔먹다니 얼마나 절도를 모르는 거냐고 ww

- 그럴 리가, 이 포켓몬은 분명히 야생에서...

- 그러니까 내가 방생시킨 그거라는 www 이렇게 절개가 없어서는 마지 포켓몬 실격이라는 www 진심 최악 www


그 직후 전의를 잃은 비상의 포켓몬은 힘 없이 몬스터볼 속으로 들어갔다.

제 아무리 장외전술도 전술이라지만

금태양의 그것은 썩 전술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런 점이 있었다.


"우효www 얌전한 암컷의 숨겨진 일면을 보는 맛이 역시 최고다제www
다음도 한번 꺼내보라는 www 다 이길 자신 있는 www"

"... 너로 정했다 피죤."


(좌 구구, 우 피죤)




체육관 관장의 탄식 섞인 목소리와 함께

방금 말한 구구의 진화형 포켓몬, 피죤이 모습을 드러냈다.

참고로 피죤은 본 체육관에서 가장 강하다는 포켓몬이다.


"그래봤자 똑같다제 www 몇번 들쑤시면 금방 내게만 꼬리를 치는 음란한 몸이 될 거라는 www"

"아니. 이 애는 내가 알에서부터 키워온 녀석이다."

"?"

"'캠' 이라고 했나? 그런 속물적인 것은 배우지도 못하게 해왔다."


캥기는 구석은 일절 없다.

관장은 그리 단언한 셈이었다.

소년은 금태양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같은 장외전술이 안 통하면 포켓몬 배틀로 갈 수 밖에 없을텐데..."


금태양이 내보낸 포켓몬은 슬리프.

레벨은 1.

아마 다른 포켓몬도 비슷한 정도의 수준일테다.
반면 체육관 관장의 포켓몬은 레벨 13.

즉, 이대로 포켓몬 전투로 간다면 금태양은 패배할 것이 확실했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결과였다.


그러나

금태양은 웃고 있었다.


"우효www 이번에야말로 정복할 보람이 있는 녀석이 킷타www 지금까진 너무 쉬웠던www"


방법이 있는 건가?

무슨 방법인 거지?


소년은

저 불가사의한 도전자의 불가사의한 반응에

놀라 중얼거렸다.



*




진짜로 해버리는 수가 있어요.
이번엔 댓글 대신 투표로 진행 바람.
물론 그외에 재미난 의견 있거나 하면 댓글도 좋고. 채용 여부는 차치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