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게 물든 도화지 위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수십 곳에서 세어나오는 미세한 빛에 빠져들어


구멍 너머를 상상하고 갈망하지만

해소되지 못한 욕망은 목을 말라가게 만들 뿐이다.


그 갈증에 견디지 못해 결국

짓누르고 있는 모든 것을 밀어내고, 도화지 위를 떠다니는 희미한 물방울들을 제치며, 시선에 놓여있는 도화지를 찢었다.


폐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 끝에 보게 된 바깥 풍경은

예상과 달리 밝지 않았고, 오히려 더 어두웠다.


거기에 미칠듯한 해방감과 자유로움.

이는 안전장치 하나 없는 위태한 다리 위를 건너는 것마냥 공포로만 느껴졌다.


내가 심취했던 욕망했던 세어나오는 빛은 도달하지 못 할 거라는 듯히 변함없는 모습 그대로 차갑게 떠다닐 뿐이었다.


손을 뻗어보아도 닿지 않는 거리감에 등 뒤가 시렸다.


지나간 자리가 너무나 비어있는 것 같이 느껴져 마치 추락하는 것 같았다.


그 위기감에 나는 빛에서 눈을 떼고, 지나갔던 곳을 돌아보았다.


놀랍게도 그곳에는 커다란 푸른 구슬이 놓여 있었다.


갈망했던 빛보다 훨씬 더 찰란하게 빛을 내는 푸른 구슬을 말이다.


그 주변에는 연소되어 나온 짙은 회색 안개가  마치 실처럼 푸른 구슬과 나를 연결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한 풍경에 포근한 속박감을 느꼈고, 공포감과 허탈감이 사르르 사라지면서 살며시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