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존재가 있었다. 

이것은 ‘전능’그 자체였으나, 역설적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기에 모든 것을 '실행'하지 않는 존재였다.

 

가능하기에 생각치 않고, 

이루어지기에 행동치 않는다.

 

그저 존재하는 이것은 어느 순간 "나"의 존재를 인식했다.

그것이 “나” 의외 것을 생각한 순간.

거대한 변화가 생겨났다.

 

존재는 분리된 것이다.

 

“나”와 “너”

“너”와 “나”

 

그렇게 존재는 나뉘었고, 두 개체가 탄생했다.

그러나 이 탄생은 두 존재에게 고통이었다.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최초의 “나”를 시작 한 것 “너”인가? “나”인가?

 

이 질문에 누구도 답하지 못했다.

 

누구도 본인이 “너”라는 걸 용납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이기 때문이다.

 

합일을 노리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이기 때문이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고민 속에서, “나”는 동시에 말했다.

더 많은 “너”를 만들자.
더 큰 “너”를 만드는 “나”야말로 최초의 “나”다.

그리하여 두 존재는 또 다른 “너”를 만들었다.

두 존재에게서 분리된 “너”가 분리되었고.

 

존재만을 담았던 웅장한 공간은 무한히 펼쳐졌다.

존재에게 귀속되었던 장엄한 시간은 선형으로 미래를 향해 뻗어나갔다.

나뉜 또 다른 “너”들은 시간과 공간이었다.

 

미래로 간 시간은 공간에게 속삭였다.

 

-너의 이름은 락시안이다.

 

모든 곳에 존재하는 락시안은 시간에게 속삭였다.

 

-너의 이름은 모라스이다.

 

모라스와 락시안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투는 여전히 “나”와 “너”를 보았다.

과거의 모라스는 알았다. 

그렇기에 “너”와 “나”에게 말했다.

 

-“나”는 “너”일 뿐이다. 

 

“너”와 “나”는 무시했다.

언제나 존재하는 락시안도 알았다. 

그렇기에 다시 말했다.

 

-“너”는 “나”일 뿐이다.

 

여전히 “너”와 “나”는 무시했다.

또 다시 “너”와 “나”는 동시에 말했다.

 

더 많은 “너”를 만드는 게 바로 “나”다.

 

모라스와 락시안은 어리석은 형제자매를 보며 슬퍼했다.

그리고 수십으로, 수백으로, 수천으로, 수만으로, 수억 그 이상으로 분리된 “너”를 보면서, 모라스와 락시안은 생각했다.

 

-이제 “나”는 없다.

 

모라스와 락시안은 서로를 응시했다.

서로를 보듬고, 껴안았다.

 

락시안이 말했다.

 

-“너”를 “나”처럼 여기리라.

 

모라스가 답했다.

 

-“너”를 “나”처럼 여기리라.

 

이제 남은 “나”는 “너”를 사랑하고 사랑했으며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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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취미로 쓰는 소설에 창조신화를 써보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