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 Sheeren의 Perfect를 들으면서 읽으시면 좋습니다!] 

 

 

 

 

<- 카톡 ->

 

 [형우! 이번주 토욜에 알지? ㅋㅋ]

 

 [ㅇㅇ 알지. 난 중간에 합류할께]

 

 [웅웅]

 

 세상에... 고등학교 때 짝사랑하던 여자애와 그녀의 친구들과 나, 내 친구들 이렇게 여행을 갈 줄 누가 알았겠는가. 비록 이 여행은 우리끼리 고3때부터 계획한 것이지만, 그래도 너무나 떨렸다.

 

 그녀는 항상 밖에서 겉돌던 나에게 친구와 행복을 안겨준 사람이다. 혼자이던 나에게 이런 멋진 선물을 안겨준 그녀를 좋아하게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 따위가 그녀와 함께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이 마음을 무덤까지 가져가려고 했다.

 

 - 형우야, 들려? 카톡 좀 그만봐, 누군데?

 

 - 현지.

 

 -오올, 선톡 받은 거야? 우리 형우 다 컸네?

 

 - ㅋㅋ 꺼져

 

 같이 여행 준비중이던 내 친구, 도현이다. 까불거리긴 하지만 소중한 내 친구다. 그리고 내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걸 아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 그래서, 언제 고백할꺼야?

 

 - 안해.

 

 - 그러지말고 이번 여행 때 꾹 참고 말해봐.

 

 - 안한다니깐?

 

 - 에휴, 그러니깐 네가 모솔이지.

 

 - 닌 아니냐?

 

 결국 이렇게 티격태격하느라 여행계획을 다 짜지 못하고 집에 왔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러다 문득 이번이 그녀를 보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이게 마지막이라면, 정말 마지막이라면, 내 마음을 전해야 하지 않을까?

 

 <-전화->

 

- 으음... 여보세요?

 

 - 도현아, 자?

 

 - 아니, 왜?

 

 -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 뭘? 고백하는거?

 

 - 응. 그것땜에 여행 계획을 다시 짜고 싶어.

 

  - ... ㅋㅋ 우리 형우 드디어 고백하는구낰ㅋ! 이 형이 도와드려야지

 

 - 고마워 도현아. 나중에 한턱 쏠께.

 

 전화를 끊은 뒤, 나는 굳은 결심을 했다. 그녀를 위해 내 모든 걸 바치기로. 

 

- - - 4일 뒤 - - -

 

- 흠.. 여기서 합류하는게 맞을 텐데..

 

- 거기 아저씨! 빨리 타세요! ㅋㅋ

 

 현지였다. 웃으며 나에게 손을 흔드는 그녀가 그렇게 아름답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그녀를 따라 차에 탔다. 나를 포함해 6명이나 타니 차가 비좁았다.

 

 - 지금까지 도현이가 운전했으니깐 이번엔 형우가 운전하기!

 

 - 알겠어, 알겠어,

 

 나는 차를 몰아서 친구들을 캠핑장으로 데려갔다.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중인 뒷자석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와 같이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 쓸쓸한 나머지 나는 운전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느덧 캠핑장에 도착했고, 우린 캠핑 준비를 시작했다. 텐트 2개도 짓고 불도 피우고... 그렇게 준비를 끝내니 어느덧 밤이 되었다.

 

 우린 화롯불에 모여 서로 헤어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끝없이 이야기 했다. 신나서 이야기를 하는 그녀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 아, 화장실이나 가야지, 너도 갈래?

 

 - 응 그래.

 

 도현이가 다른 친구에게 물어봤다. 그러고서는 내게 윙크하고는 풀숲으로 사라졌다.

 

 - 우린 먼저 텐트 들어갈께.

 

 - 응? 어.. 응.. 

 

 현지를 제외하고 여자애들 2명도 텐트에 들어갔다. 키득키득하면서 가는 걸 보니 도현이가 이미 내가 현지를 좋아하는걸 말했나 보다. 그렇게 화롯불에는 나와 현지만 남았다. 

 

 - 혀.. 현지야.

 

 - 응...?

 

 마음 굳게 먹자, 김형우! 할 수 있어..! 

 

 - 나랑 산책하러 가자.

 

 현지의 얼굴이 잠시 붉어지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난 역시.. 

 

 - 형우야 뭐해, 가자.

 

 그녀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녀의 손에 내 손을 살포시 얹었고, 우린 손을 꼭 맞잡고 숲속으로 들어갔다. 

 

 - 형우야, 나 있잖아, 되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 ...

 

 - 그 사람은 보기엔 생각없어 보여도 마음은 엄청 깊어. 

 

 - 그렇구나, 그 사람이 언제부터 좋았어? 

 

 - 그 사람이 나한테 살포시 웃어줬을 때.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덧 숲을 지나 어느 언덕 위에 서있었다. 경치가 매우 아름다워서 나와 현지는 한참을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 예쁘다... 

 

 - 네가 더... 

 

 "그러게" 라고 말하려던게 말이 헛나왔다. 현지의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엄청 어색한 분위기가 될 것 같아 나는 어디서 본 건 있는지 탱고 추는 자세를 취했다. 

 

 - 음.. 어... 

 

 - 푸훕.... 하하하... 

 

 그녀가 갑자기 웃었다. 이번엔 내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가 내 손을 잡고 자신의 허리에 갔다 댔다. 그리고 나머지 한손은 꼭 잡았다. 

 

 - 따라해봐. 하나, 둘, 하나, 둘

 

 - 하, 하나 둘... 

 

 현지가 계속 웃었다. 그녀의 웃는 모습이 나에겐 너무 과분했다. 그렇게 우리는 달밤 아래서 계속 춤을 추었다. 그녀의 몸짓은 빛이 났고, 춤이 끝나갈 즈음에 나도 모르게 그녀와 입을 맞추었다. 세상이 끝나도록, 오래. 

 

 - 바보야, 아까 말했던 사람, 누군지 알겠어?

 

 - 응... 너무 기뻐... 

 

 내 눈과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 내 마음을... 너에게 전하지 못해 평생 숨겼는데,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깐 나는.... 

 

 - 쉿... 

 

 그녀가 다시 내게 입맞춤했다. 월광이 우릴 비추었고, 어둠은 물러났다. 

 

 너무나... 너무나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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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 둘이 어디갔다오냐? 

 

 우리가 언덕에서 캠핑장으로 돌아오자마자 도현이가 장난스레 물었다. 현지는 얼굴이 빨개져서 텐트로 들어갔고, 나는 도현이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같이 텐트에 들어갔다. 

 

 오늘 여행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