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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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초
오녁고와 아파트 사이의 뒷 골목에서 두 남학생이 담배를 피고 있었다.

"이야~ 오랜만에 담배를 피니 기분이 좋네. 그나저나 유몽, 날 왜 부른거야? 그렇게 아끼던 담배까지 주면서 말이지. 아, 물방울 빌려줘?"

손에서 물방울을 만들어낸 남학생은 담배를 물고 씨익 웃으며 물방울을 튕기고 있었다.

그의 앞에서 위아래로 움직이는 물방울을 보던 유몽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됐어. 맛대가리도 존나 없고 관장약보다 더 한걸 내가 왜 먹어."

"왜? 이거로 땡땡이 자주 해먹었는데 근데 이 나의 자랑스러운 물방울이 아니라면 뭐를 부탁하려고 날 부른 걸까."

"너 문과잖아. 그치? 말빨 어느정도 있지?"

유몽의 질문에 남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근데 그게 왜?"

"너가 연수 쌤 팬클럽 회장이잖아. 나는 일개 일원이고 말이야."

"으응... 그치."

"내가 김연수 쌤을 끌어당기는 법을 알아냈어."

남학생은 담배를 손에 들고 있다가 유몽의 말에 놀라 담배를 떨어트렸다.

"진짜로?"

유몽은 담배를 물고 크게 숨을 들이 마신 뒤
연기를 뱉으며 놀란 남학생을 보고 말했다.

"일단 회장인 너의 노력이 필요해. 말해줄게. 내 작전은..."
.
.
.

다음 날 점심시간
교무실 안에서는 여선생이 동아리 등록 신청서를 읽고 있었고 전날 유몽에게 작전을 들었던 남학생이 우물쭈물거리며 그녀를 보고 있었다.

"음... 그래. 이슬아, 밴드 동아리를 만들고싶다고?"

"네... 지도교사로는 연수쌤..."

"음~ 뭐 그래 좋아. 나도 음악을 듣는 건 좋아하니까. 그런데 왜 하필 나야?"

여선생은 남학생을 지긋이 바라보았고
그는 여선생의 눈을 피하며 말을 더듬었다.

"그... 그게 말이죠..."

여선생의 이름은 김연수였다.

그녀는 수학을 담당하면서 동시에 2-1반의 담임이며 특징으로는 값비싸보이는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 옷은 마치 고등학교 교사라고 보기 힘든 퇴폐적이면서도 우아하게 느껴지는 옷이었고 그런 옷과 더불어 외모도 우아하면서 묘하게 퇴폐적인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

그때문에 개학날부터 유몽과 양이슬을 포함한 몇몇 학생들은 몰래 팬클럽을 만들어 '어떻게 하면 더욱 자주 볼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회의를 한 적이 있었다.

그날은 끝끝내 나오지 않았지만 어제 유몽이 생각한 작전은 가능 할 것 같아서 이슬은 동아리를 만드는 목적인 김연수 선생님에게 신청서를 냈던 것이다.

'동아리를 만들자는 작전은 괜찮은거 맞겠지... 유몽 그새끼 이거 빠꾸먹으면 강제로 물방울 쳐먹여야지.'

양이슬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김연수는 그런 그의 표정을 보고 알아차렸다.
자신의 능력은 아니였으나 태어났을 때부터 능력을 가졌기에 여러가지 경험을 하고 고생을 해서 자연스레 웬만한 표정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그러한 기술은 지금 유몽이나 양이슬 같은 미성숙한 능력자들의 보호자 겸 교사로서 행동하기에 충분한 도움이 되었다.

'흐응... 딱봐도 비밀 팬클럽인가 뭔가하는 곳에서 나온 결정인가보네. 내가 예전에 고등학생때 밴드 동아리에 있었다는 건 어떻게 알고 이런 걸 준비한거지. 기특한걸... 하지만 급하게 만든 티가 나네.'

연수는 살짝 웃으며 이슬에게 바라보았다.

"좋아. 해줄게."

이슬은 그녀의 웃음을 보고 얼굴을 붉히며 멍하니있다가 해주겠다는 말에 눈을 반짝였다.

"정말로요? 해주시는거에요?"

"단, 조건이 있어."

"뭔데요?"

.
.
.

양이슬은 교무실에서 나와 방금 전 김연수에게 보여주었던 동아리 등록 신청서를 들고 천천히 8반으로 다가갔다.

8반에 도착한 그는 왁자지껄 떠드는 아이들 사이로 보이는 유몽을 보고 심호흡을 한 뒤 문을 세게 열었다.

쾅 소리에 아이들은 전부 문쪽을 보고 있었고
양이슬은 얼굴을 찡그리며 소리쳤다.

"유몽! 에휴 시발... 저기까지 안들리겠지."

이슬은 어차피 멀리 있는 유몽에게까지 목소리가 들리지않을 것 같아서 자신의 바로 옆에 있는 여학생에게 부탁을 했다.

"연초야. 유몽 좀 불러와라."

"좆까... 병...신아. 시...발 사람이... 자는데 억지로... 깨우고 부탁을 하면 받아주냐..."

비몽사몽하게 대답하던 그녀에게 이슬은 귓속말을 했다.

"연수 쌤 관련이라서 그래."

그러자 임연초 그녀는 바로 일어나 유몽의 멱살을 잡고 끌며 양이슬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들은 옥상으로 올라가 운동장을 보고 있었다.
유몽은 잠시 말없이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애들을 보다 신청서를 들고 부들거리는 이슬을 보고 태연하게 말했다.

"왜 불렀어. 뭐 때문인데. 설마 빠꾸먹었냐?"

이슬은 유몽을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래, 시발 생각해보면 참 멍청했어. 밴드 동아리를 만들자면서 어떻게 너랑 나만 하려는거야."

"뭐가 보통은 2인조잖아. '강냉이 털었다' 나 '5번째 청춘'같은 2인조로 활동하는 가수들 많잖아?"

가만히 듣고 있던 연초는 유몽의 뺨을 치며 말했다.

"멍청아 동아리는 최소 4명이어야 한다고 게다가 니 입에서 나온 밴드들은 인기가 있는 이유가 있어. 넌 그런거도 모르냐 어떻게..."

"입다물어 밴드광. 아! 그래 너도 참여해라. 너 중학생때 밴드 동아리 한적 있었다고 했지?"

"뭐 드럼 부분이었지만... 근데 아까 연수쌤이랑 관련 있다고 했잖아. 그게 무슨 소리야?"

유몽과 양이슬은 임연초에게 어제 생각했던 작전을 말해주었고 가만히 듣던 그녀는 다시 한번 유몽의 뺨을 쳤다.

"시발... 이번에는 왜 때리는데."

"오른뺨을 맞았으면 왼빰도 맞아야지. 그게 교훈 아니겠어?"

"아니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을 대라는거겠지 돌대가리야. 아무튼 너도 할거지?"

"할거도 없고 오랜만에 스트레스도 풀어보지 뭐... 좋아 할게."

양이슬은 싱글벙글 웃으며 주머니에서 볼펜을 꺼내 신청서에 이름을 썼다.

"오케이! 한명 더 들어오고! 우선 한명 더 추가하기 전에 역할부터 정하자."

이슬의 말에 유몽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취미로 베이스를 배우고 있으니 내가 베이스 하면 되고..."

연초는 팔짱을 끼고 담담히 말했다.

"나는 뭐... 중학생 때 한 거처럼 드럼을 하고 넌 뭐할거냐 이슬아."

연초의 물음에 이슬은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 난 음치니까 작사나 할까."

이슬의 대답에 유몽과 연초는 동시에 말했다.

"놀고 먹고 있네."

"맞아 놀고 먹네."

"둘이 뭐 짰어? 어떻게 동시에 비슷한 말을 함."

유몽은 한숨을 쉬며 이슬에게 말했다.

"넌 키보드나 해라. 초6까지 피아노 학원 다녔다면서 그 실력으로 키보드나 해."

"음... 키보드? 내가 타자 많이 나오긴 하지."

연초와 유몽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이슬을 지켜보다 서로 마주 보며 속닥거렸다.

"연초야 쟤한테 능력 좀 써봐라."

"안돼. 나 예전에 옥상에서 아무생각 없이 드럼 연주 영상 보다가 학교 애들 전부 최면 걸리게 한적 있어서 능력 쓰지말라고 경고 먹었어. 한번 더 쓰면 나 정학 당해."

"그랬냐? 근데 너 능력 쓰려면 드럼소리보다 커야한다면서 어떻게 한거야."

"심심해서 옆에 있던 확성기에 핸드폰 스피커 대고 틀었거든."

"너 병신이냐."

"돌대가리다."

양이슬은 속닥거리는 둘을 보며 말했다.

"키보드가 그거 말하는 게 아닌거 알아. 장난 친건데 왜 안받아주냐 섭섭하네. 그나저나... 누가 노래 부를거야?"

속닥거리던 둘은 이슬의 말에 움찔거리다 이슬을 보았다.

"너가 해라."

"맞아. 너가 해."

"나 음치라니까. 니들 내 말 무시하냐?"

유몽은 담배를 입에 물며 말했다.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럼 뭐 아는 애 없어?"

유몽의 질문은 두 사람에게 겨냥한 질문이었다.

양이슬은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고 연초는 문득 작년 축제에서 노래를 불렀던 한 아이가 기억나 입을 열었다.

"나, 알거같아. 보컬 할 사람을..."

"누군데?"

"이슬이 만든 연수 쌤 팬클럽에 있으면서 작년 학교축제때 유은정이랑 같이 노래를 부른 애 있잖아."

"아~ 걔 이름이 뭐였지?"

"걔 이름이..."

유몽의 질문에 연초는 조심스레 입을 여는 그 순간 옥상 문이 열리며 활발한 여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오빠. 응응 아까 점심 먹고있어서 못 받았어. 응... 아, 축제? 올해도 할지는 난 잘 모르겠는데 잠시만..."

셋은 여학생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는 세명을 보고 밝게 웃으며 다가갔다.

"하이하이~ 얘들아 올해도 우리 학교에서 축제 하는지 알아?"

유몽은 앞에 있는 여학생을 가리키며 연초에게 물었다.

"얘지? 너가 말한 애가."

"응, 얘 맞아."

"너네 갑자기 무슨 소리 하는거야?"

그때 이슬이 당황한 여학생의 양쪽 어깨를 잡았다.

"좋아! 너도 우리 밴드 동아리에 들어와라! 유지나!"

지나는 이슬의 말을 듣고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밴드... 동아리? 난 은정이가 만든 동아리에 들어갈건데?"

"뭐?"

"아이고..."

"그래. 이게 우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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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온... 어릴적 재미없어서 안봤지만 작년에 1기랑 2기 보고 3기가 나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나올 일은 거의 없겠지만 나왔으면 하네요.

어쩌면 이건 오마주가 아닌 오마주 일지도 몰라요. 근데 요즘은 케이온을 아는 분들이 있을까요.

참고로 뭔가 본 것같은 이름이 좀 보일 겁니다.
종종 대강 쓰고 올리는 글들 중에 이름이 연결되는 글이 몇개 있을텐데 네 그렇습니다.
같은 세계관 속 다양한 인물들의 내용을 담아보고 싶어서 하고 있는데 정작 제목을 정하지않아 중구난방할 뿐이죠.

그냥 느낌대로 적어서 시간 순서도 개판이고
관계도도 어쩌면 개판이 되겠지만 나중에 한번 모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차피 해봤자 또 유기할게 뻔해서 말이죠 ㅋㅋ

세계관 설정은 있으나 하겠다고 마음을 먹지 않아 사용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나중에 잡담이나 그런거로 말하지 왜 여기에 적어놓을까요.

지금 생각이 나서 그래요.

뭐 언제나 미숙하고 아쉬운 제 글들을 봐주시는 모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