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깊고 조금은 습기가 찬 닭장 안 달걀 5개 중 달걀1이 자신의 가벼운 껍데기와는 반대되게, 무겁게 입을 뗐다.


"지금 이 닭장에선, 안타깝게도 모두 생존할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말 그대로 닭대가리 같은 생각이었다. 닭장은 그 주인이 자신의 생계가 걸린 일인 만큼, 목숨을 걸고서라도 닭과 달걀들을 지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닭장의 주인을 믿을 수 없었다.


"우선 태어날 수 없는 무정란부터 암탉의 바깥쪽 자리를..."


"싫다! 무정란이라고 갇다 버리는 게 상책이라는 거냐?!"


매섭게 쏘아대는 달걀4, 그는 달걀1이 몰아내려는 '무정란'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이 조용한 흑암만이 있는 곳에서, 달걀1에게 매정하고도 혹독하게 독설을 퍼부었다.


"하여튼간 유정란들은 출신만 믿고 까부는 놈들이야! 따지고 보면 태어날 가치도 없는 놈들이!"


"조용히 좀 해라! 태어나지도 못 하는 주제에! 사실은 유정란이 부러운 거지?"


"닌 또 뭐야!"


달걀1과 달걀4가 정책이고 나발이고 신경쓰지 않고 서로 싸우는 사이, 달걀2가 끼어들었다. 달걀1과 마찬가지로 달걀2도 유정란이었다.


"자자, 너무 싸우지들 말고 일단은 모두의 주장을 한 번 들어나 보자? 닭장 안은 절대적인 민주주의가 있으니까 말이야~"


유정란인데도 불구하고, 유/무정란에 상관없이 관대한 정책을 펼치는 달걀3이 말했다. 그는 이유는 몰라도, 모든 달걀을 공평하게 대하기 원했다.


"무정란을 몰아내고 유정란만이 이 닭장을, 이 세계를 지배하자!!!!!!"


조금 전의 싸움으로 지치고, 눈에 광기가 비치던 달걀1이 말했다. 그에 맞서 달걀4 또한 말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모든 달걀의 자유와 평등이다! 출신으로 모든 것을 결정짓지 마라!"


달걀4의 주장에, 모든 달걀을 공평하게 대하기 원하는 달걀3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보시오 달걀4! 그 주장이 진심이오? 모든 달걀의 자유와 평등 말이오!"


평소같지 않게 하오체까지 구사하는 달걀3에게서 믿지 못 할 말이 들려 왔다.


"합당합시다. 둘이 힘을 합치는 것이오!"


"나라꼴 잘~돌아간다! 뭔 유정란이 무정란이랑 합당을 하냐?!"


달걀3에게 퍼붓는 달걀1의 독설이었다.


 이미 그들에겐, 정치가 아닌, 반대세력을 몰아내는 게 목표였으리라.

진행될수록 참담해지는 그들의 대화에, 잠시 장르를 극본으로 바꾸어 서술하리라.


달걀1: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어느 머저리가 무정란과 합당하냐!


달걀3: 대의를 위해서다.


달걀2: (바닥을 치며)저 말도 안되는 소리는 언제까지 할 거요?!


달걀3: (세상의 모든 짐을 혼자 짊어진 것 마냥 비장한 표정으로)모든 올바른 일이 이루어질 때까지


달걀1:저 새끼랑은 대화가 안 돼! 딴놈들! 달걀4,5! 니들은 왜 가만히만 있어! 니들은 말 못 해?


달걀5: (허공을 바라보며)에휴


달걀4: 출신만 믿고 까부는 놈과 뭔 대화를 하냐!


이후의 대화는 더욱 참담해지고 서로의 목소리만 얽히고 섥혀서 소설로도, 극본으로도 표현이 안 되어서 그들의 대화만 적으리라.


"무정란의 멸망! 그것이 달걀의 구원!"

"쓰잘떼기 없는 것들이 태어나면 뭐 해?

"별 놈들이 별나게 싸운다."

"여러분께 양심고백합니다! 사실 전 무정란입니다!" "엥?"

"유정란이고 무정란이고 걍 다 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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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다 닥치고 있어!"

"닌 또 뭐야!"







그 사건이 있은지 한 일 년이 되었을까 안 되었을까 그들 또한 성장하여 사회로 나가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여타 다른 존재들처럼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


넓지는 않으나 좁지도 않은 골목길, 두 트럭이 서로 반대 차선에서 지나가고 있었다.


'에그토스트'

'왕닭꼬치'


그들의 새 이름이었다.


달걀들도 치열하게 정치하지만, 결국 인간의 정치판 속 더 작은 정치판일 뿐이다.




*필자는 실존인물, 지명을 모티브로 하지 않았고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