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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었다. 그건 단순하고도 특별하지 않을 이유이다..... 너는 바람을 느끼는가."

한적하고 어둡고 어쩌면 무언가가 튀어나와도 어색하지 않을 그러한 험난하고 살갑지 않은 길에 한 남자가 보따리를 든 채로 달리고 있었다.

"제기랄! 내가 이것들을 들고 간다 해서 문제 될 게 없잖아!"

남자는 뒤를 힐끗힐끗 쳐다보며 달리고 있었다.

남자의 뒤에서 다리가 없는 어떠한 귀신같은 형체의 무언가가 남자를 뒤쫒고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그건 단순하고도 특별하지 않을 이유이다.....너는 바람을 느끼는가."

"바람이고 자시고 시발 이건 내꺼란 말이야!!! 내가 가져왔으니 내꺼라고!!!"

남자는 밝은 길로 나왔다.

바로 그때

퍽!

"아야! 아으으... 아파라..."

"뭐야! 위험하게... 정신 놓고 다니지 말라고!"

남자는 한 여학생과 부딪혔고 여학생을 힐끗 보더니 들고 있던 보따리를 다시 집고 도망갔다.

"저기 이거 떨어트렸어요!"

여학생은 자신이 주운 물건을 들고 도망간 남자에게 소리쳤지만 남자는 이미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

"왜 그냥 가는 거지? 뭐... 나야 상관은 없지만..."

여학생은 자신이 들고 있는 물건에서 무언가 불길한 기분을 느껴 자세히 바라봤다.

그 물건의 생김새는 개 혹은 늑대처럼 보였으나 발톱이 없었고 어째서 인지 모르겠으나 눈이 있어도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의 입에는 작은 칼이 물려있었는데 여학생이 그 칼을 집어보니 짧고 작은 칼날에 무복(無腹), 무목(無目), 무이(無耳), 무심(無心)이라는 단어가 쓰여있었다.
여학생은 그러한 단어를 배운 적이 없었지만 자연스레 누군가가 자신에게 말을 한 것처럼 그 단어들을 읽을 수 있었다.

'이게 뭐야...? 이런 어려워 보이는 단어를 읽을 수 있다고? 설마 나 천재인건가?'

"야~ 유은정~"

유은정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주위를 둘러보니 한쪽에서 이은주와 오진석이 자신을 향해 오고 있었다.

"뭐하고 있었길래 바보처럼 멍하니 있었던거야."

유은정은 방금 전에 남자가 튀어나온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골목길에서 누가 나왔거든. 그리고 이걸 떨어트리고 갔더라."

"골목길?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지금 너가 가리키고 있는 곳은 벽이잖아. 골목길은 아까 우리가 오던 길쪽에 있던데."

유은정은 오진석의 말에 헛웃음을 지으면서 벽을 바라봤다.

"에헤이... 헛소리하지마 임마~ 벽은 무슨... 뭐야. 아니 분명히 여기서 어떤 아저씨가 튀어나왔는데?"

"야, 너 고등학생인데 벌써부터 술 마시거나 그런건 아니지?"

"아니 진짜야! 여기서 어떤 아저씨가 튀어나왔다니까!"

유은정의 말에 오진석과 이은주는 벽을 바라봤지만 역시나 특별한게 없는 평범한 벽이였다.

"별거 없네. 야 은정아. 아무리 기말고사가 싫어도 금방 끝날 변명거리는 쓰는게 아니야."

"맞아. 저 벽보단 기말고사가 더 중요하잖아. 그치? 그러니까 우선 독서실에 가자. 공부해야지."

"아니... 정말인데..."

셋은 독서실로 향했다.
그때 이은주는 떠나기전 반짝이는 돌을 하나 떨어트리고 둘을 따라갔다.

밤이 되어 아이들은 서로 흩어졌고
이은주는 길을 걷다 반짝이는 돌을 놓았던 자리로 가서 돌을 주웠다.

돌은 반짝이지 않았다. 그러나 돌에서 찐득한 검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이건 변형된 마법의 기운인데..."

그녀가 수상함을 느끼자 바람이 불며 그녀의 길고 굴곡진 머리가 휘날렸다.

"꺄악! 뭐야!"

이은주가 바람이 흩날린 곳을 보니 벽은 사라져 있고 어두운 골목길이 펼쳐져 있었다.

"진짜로... 골목길이 있었던 거야...?"

"와... 뭐야 이게. 진짜 골목길이 있네."

이은주는 갑자기 나타난 오진석을 보고 놀랐다.

"깜짝이야! 너... 어디서 나온거야...?"

"나? 너 몰래 따라 왔지."

"집에 안가도 되는거야? 시간이 늦었는데 괜찮아?"

"너야 말로 집에 안가도 되는거야?"

"끄응... 그나저나 은정이의 말이 진짜일줄은 몰랐어."

이은주가 골목길을 바라보고 있을 때 오진석은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그러게. 근데 너가 그 돌을 둔건 너가 수상하게 느껴서 그런거잖아."

"거기 함부로 들어가지마!"

"에이 뭐 어때. 이 길을 걸어서 받는 결과가 저주면 주황마녀인 너가 날 살려주면 되는거고 이상한 사람들이면 내가 싸우면 되잖아?"

"진석아 뒤! 뒤!"

"뒤?"

그가 뒤를 돌아보자 키가 작은 누군가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뭐야! 이사람은!"

"줘라 우리 했다 지키다 물건을!"

"시발 뭐라는 거야!"

오진석이 밀어내자 키가 작은 사람은 주머니에서 칼을 들더니 다시 한번 달려들었다.

"내놔라! 우리 했다 지키다 물건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네. 은주야! 도망가자!"

"그... 그래!"

오진석과 이은주는 뒤쫒아오는 사람을 피하기 위해 한적한 길로 뛰어가는데 가면 갈수록 사람이 보이지않았다.

이은주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지만 뛸 체력을 아끼기 위해 말하는 것을 참았다.

뒤에서 쫒아오던 사람은 소리쳤다.

"너를 없다 놓치다!!!"

"아니 시발 번역기 수준 존나 구려 미친놈아! 알아 들을 수 있게 얘기 해!"

"그래, 그럼 해주지."

그때 둘의 눈앞에서 다리가 없는 귀신 같은 형체의 누군가가 나타나 그걸 본 오진석은 이은주를 붙잡고 세웠다.

"바람이 불었다. 그건 단순하고 특별하지도 않을 이유이다..... 너는 바람을 느끼는가."

"너를 없다 놓치다!!!!"

"제기랄... 이은주 너 혼자라도 빗자루 타고 도망 가."

"너는? 너는 어쩌려고 그래!"

"나는 살아서 돌아갈테니까. 걱정말고 다음주잖아? 기말고사 잘봐야지."

"안돼. 같이 돌아가. 너 혼자 두고 갈순 없어."

"생각을 해봐. 저 뒤에서 오는 앵무새보다 번역 못하는 녀석이 '너희'가 아니라 '너'라고 했어. 그럼 내가 목표인거야. 그러니... 날 믿어. 저기로 가면 길이 있으니까. 뛰어 당장!!"

"그래! 알겠... 꺅!"

이은주가 골목을 향해 달려가려는 순간 붉은 머리의 여자가 나타나 이은주의 머리를 잡고 당겼다.
그녀는 끌려오면서 얼굴을 찡그리며 발버둥을 쳤다.

"아, 미안하구나. 옷을 잡으려다 그만..."

"너희의 상대는 나니까 걔를 놔 당장!"

"상대? 너희 같이 어린 아이들이 나의 상대가 될 것... 어머나. 이은주님 아니세요?"

붉은 머리의 여자는 이은주를 보고 놀라 머리를 잡던 손을 펼쳤고 이은주는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려고하는데 오진석이 그녀의 머리를 바쳤다.

"와... 순간 뒤질뻔 한거 살렸네."

"진석아 고마워... 그나저나 아줌마 절 아세요?"

"알다마다요. 저는 중방 붉은 마녀 소속인 주초우라고 합니다."

자신을 주초우라고 소개한 여성은 달려오던 사람을 말리고 이은주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우선... 저희랑 같이 조용한 곳으로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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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무지성으로 쓰는게 제일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