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입니다. 현재 부산시 오성본사에서 TS빔이 관측되어..."

"속보입니다. ○○시에서 집단수간현상이 일어난 가운데, 탭댄스 추는 세균맨과의 연관성을..."

"속보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고등학생 장래희망 1위가 마법소녀로 밝혀져..."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현상이 관측되고 있었다. 멸망의 내용은 지역별로 극단적으로 가지각색이었다. 일단 심플하게 핵이 떨어진 곳도 있었지만, 집단섹X는 기본이고 수간에 TS암컷타락까지 너무나도 다양했다. 거의 악취미 수준이었다.


이런 뉴스기사가 쏟아지는 걸 보면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하나같이 괴랄했다.


특히 저 아나운서가 제로투를 추는 골든 리트리버 수인이라는 사실도 괴랄했다. 저긴 퍼리충으로 오염되어 멸망했나보다.


그래도 여기서 나오는 정보는 믿을 만 했다. 어제는 내가 사는 포항 앞바다에서 과메기들이 헬스를 알려주겠다며 해양쓰레기로 있던 바벨을 들고오다가 과메기들이 다리가 없어서 떼로 말라죽고 대신 바벨이 도로의 내리막길을 따라 자동차들을 부수고 다녔고, 그 자동차들은 사실 트랜스포머였는데 바벨을 잡더니 헬스를 알게되어서 아스팔트를 뜯어서 바벨을 만들겠다며 깽판을 치던 트랜스포머를 어떤 포켓몬 트레이너가 포켓몬볼로 잡아가는 참사가 일어났는데, 얼마 뒤에 저 퍼리 뉴스로 신속하게 잘 나오니 참 공신력있었다.


아무튼 집에 식량이 다 떨어져가고 있었다. 어떻게든 밖에 안 나가보려고 노력하고 있았는데 이제 힘들 것 같았다. 남은 건 이제 트랜스포머가 과메기로 바벨을 만들어볼까 해서 만들었다가 실패해서 빡쳐서 여기저기 잡아던져서 우리 집으로 들어온 과메기밖에 없었다.


아, 과메기가 있었구나.


바로 냉장고를 열고 과메기를 꺼내려 했다. 그러나 냉장고에서 갑자기 어디로든문이 열리며 도라에몽이 스몰라이트를 훔친 노진구를 죽이겠다고 전기톱을 들고 튀어나와 어디로든 문을 안 닫고 그냥 나가버리는 바람에 냉장고 문이 제철소 용광로로 연결되어버려 집을 나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체념하고 나가기 위해 일단 저 퍼리가 알려주는 일기예보부터 켰다. 


"오늘 사천시는 섭씨 4000도를 기록하겠으나, 내일은 다행히 켈빈온도로 4000도를 기록하겠습니다."


그만 알아보자. 아니지, 포항까지는 기다려야지.


"그리고 오늘 포항에서는 오직 한 명만이 멸망에 휩싸일 예정입니다."


그래? 설마 그 한 명에 내가 포함되어있지는 않겠지. 에이, 설마.



그래도 내가 수십만분의 일의 확률에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기에 나가기로 했다.


슈퍼마켓에 들어갔다 나왔다.


먹을 것을 샀다.


슈퍼마켓에서 나왔다.


다시 집으로...


어? 이거 괜찮은데? 이거 나름 안전한 거 아니야?


생각해보니 그랬다. 생각보다 길이 너무 평화로웠다. 이상한 과메기가 날아다닌다거나 TS빔이 날아다닌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저기 길 한가운데에 빨간색 봉고차만 한 대 있을 뿐이었다.


어, 잠깐만? 저게 가장 위험하잖아?


다리가 떨렸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디시인사이드에서나 보던 존재를 실물로 보니 모든 신경세포가 구석구석 전율했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새끼... 기열!"


빨간색 봉고차가 나를 전속력으로 쫓아왔다. 그 한 명이 나였다니. 그 퍼리의 말을 믿었어야 했다. 빨간색 봉고차에는 오도해병 뭐시기 하는 글자가 너무 선명했다. 또 인형뽑기기계에나 있을 법한 저 거대한 집게도 기괴했다. 잡히기 싫었다. 잡혔다가는 해병으로 상식개변을 당할 판이었다.


저 뒤에서 자꾸 아쎄이니 기열찐빠니 하는 소리가 확성기로 울려퍼졌다. 어서 도망쳐야했다. 어서 도 망가 지 않으면...


갑자기 눈 앞이 어두워지더니 빨간색 기운이 나를 덮쳤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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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의 일은 참으로 놀라웠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설마 포항 시민들이 이미 모두 이런 좋은 일을 하고 있었을 줄이야. 정말 인생 절반 손해본 느낌이었다.


어느새 벌써 저기 저 포켓몬 트레이너와 그 포켓몬 트레이너가 데려온 트랜스포머도 단체로 전우애를 나누고 있었다.


이런 아름다운 광경을 전파해야겠다.


그러면서 나는 빨간색 봉고차에 올라 확성기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저기 보이는 저 여리다못해 숙녀다운 남고생을 향해 소리쳤다.


"새끼... 기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