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 위 깜빡거리는 불빛은 짙게 빛나고 있습니다. 아아. 밤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늘은 어느샌가 석탄가루를 까맣게 칠하고선 부끄러운 듯이 달 조금 별 조금 빛나고 있습니다. 그저 바라보는 책 내용은 한 글자 한 글자 글자가 떨어져나가기 시작합니다. 고개를 돌리면 탁상 위의 시계는 째깍거리면서 초침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선풍기 위이잉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만년필 놀리는 소리 책장 넘어가는 소리 옆 방에서 아 우는 소리 여러가지 들립니다. 바람이 부는지 비가 내리는지 모를 밖의 소리와 함께 머릿속이 정렬됩니다. 아아. 거실의 텔레비젼에서는 소리가 들립니다. 무언가 뉴스 같습니다. 물고기가 첨벙첨벙 뛰어노는 태평양 한복판의 열대어장에 물고기밥을 한 움큼 던지듯 의자에 기대어 천장을 바라봅니다. 비가역적으로 돌아가는 나의 시간을 생각해보면 진정 원은 직선을 살해하였는지 킥킥대며 하나의 가십거리를 만듭니다. 웃음. 하여간 이렇게 하면 여러 언어가 섞여 무엇을 쓰려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글, 영어, 일본어, 중국어, 에스파냐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산스크리트어, 이누이트어 등등등 무엇인가 이름만 들어본 언어들이 왜인지 머릿속을 스쳐지나갑니다. 역사의 흐름 속을 찬찬히 살펴보다 현대사 막 시작할 즈음을 떠올려봅니다. 엊그저께 책에서 본 내용이 마치 머릿속에서 생생히 재현됩니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하는, 조그만 의문을 남긴 채로 말입니다. 이렇게 어찌 그런 실속없는 말만 늘어놓고자 하니, 이게 어디선가 잘못된 사고방식이 내 자아를 잠식한건 아닐까 가벼운 걱정을 하며 손을 멈추지 않아갑니다. 온갖 양념과 조미료와 향신료 등등이 한데 섞여 이상한 향취를 내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머릿속의 자유로운 사상의 배열은 마치 가스 봄베 속을 떠도는 기체 입자 같습니다. 마치 탁구공이 테이블을 한 대 세게 때리는 것 처럼 말입니다. 혹자는 복선에 대해 질문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소나기로도 충분합니다. 서가 앞의 소설집을 아직 다 읽진 못하였지만, 언젠가는 팔 계획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아무튼 최근 들어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얇은 옷을 슬슬 입는게 어떨지 합니다.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왜 내 앞에 새장이 텅 비어있는지 설명을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뭐 여러가지 있겠지만 나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시계가 지금 이십육시를 가리키고 있군요. 그렇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책도 언젠간 다 읽어버리지 않겠습니까. 조금 아쉬워집니다. 그러면 세상에선 어떻게 돌아가며 그 쇳덩이들은 어떻게 나무 빻은 것을 토해내는지 갑자기 궁금증이 생기는군요. 그렇다고 합시다. 궁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을 수 없음을 확인하겠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유기화학이 재밌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일이 실제로 있을 수 있겠습니까. 뭐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다만 나는 괜찮다고 봅니다. 문학은 어떤가요. 나는 문학을 사실 잘 못합니다. 그러나 문학은 싫어합니다. 엑셀이라도 혹시. 아니면 파워포인트라도. 저기 경찰서는 어떠신지. 한번 보면 좋겠네요. 그래서 어느샌가 얼음이 얼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인가 정렬되는 느낌을 받는 것 같은데, 확실합니까. 사실 느리게 달려나가는 토끼도 결국 밤새면 이길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하세요. 혹 여우가 포도를 먹지 못했어도 그건 맛있을 정도로 새콤한건 아닐까요. 참 아쉽습니다. 그리하여 필통은 배가 빵빵하게 부른 것 같습니다. 무엇을 먹였길래. 이러한 파라솔이 나를 감싸주는 순간 나는 진정으로 행복인지 뭔지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을 받는군요. 그렇게 하면 검은 눈물을 토해내던 것도 어느샌가 울음을 그쳤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