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칼날에 잘 익은 골통이 툭위태로이 지탱하던 가지로부터 떨어져 내린다수박의 과즙처럼 청량한 붉은 액이 온 사방에 튀어광이 나는 금속의 몸뚱이에 흩뿌려져 얼룩을 남긴다하지만 그들은 몰랐으리라머리가 베여도잎새가 떨여져 나가도설령 뿌리째로 뽑혀나갈지라도()에 대한 집착이 이루어낸 진보는 결코 후퇴하지 않음을이미 그의 씨앗은 약탈자들의 눈으로머리로정신으로 파고들어 뿌리를 내린 지 오래였다그의 머리가 떨어져 나가는 순간꽃은 피어올랐다그들은 꿀벌이 된 것이다그들이 자신들의 벌집으로 돌아가기만 한다면스스로의 이야기를경험을다른 벌들에게 전하겠지그렇게 입에서 입으로머리에서 머리로실체조차 없이 한없이 가벼운 홀씨로 화원은 영영 번창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