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금요일의 오후, 스펙터는 조직 내의 트레이닝 룸에서 훈련을 받고 있었다.

가상의 모의전투인데 범죄자 로봇을 제압하는 훈련이었다.

그녀는 숨을 한번 내쉬고는 로봇이 쏘아대는 미사일을 고속으로 피하고는 단숨에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오오, 확실히 굉장하군. 전투력이 어제보다 130%더 상승했군 그래."

훈련을 바라보던 조직의 리더, 제임스가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직 속단은 이릅니다, 저 아이에겐 유일한 부작용이 하나 있거든요."

닥터 가우스가 말한 부작용은 바로 너무 격렬한 파괴본능이다.

가끔씩 스펙터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거칠게 범인을 제압한 적이 잇었다.

단순 소매치기범을 검거할때도 너무 거칠게 제압하는 바람에 전치4주의 상해를 입혀서 역으로 고소를 당할뻔했다.

다행히도 어찌저찌 유야무야 넘어가긴 했지만 종종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사람들에게 범죄자 다음으로 공포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지금 조직은 어떻게 하면 그녀의 부작용을 조정할 수 있는지 고민에 빠졌다.

처음에는 전기초크를 이용한 강제로 억제하는 방법을 고안했으나 너무 비인도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하는수 없이 그들은 그녀를 그냥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

훈련을 마치고 나서 제로는 이번년도 범죄율 리스트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대부분 불법 무기탈취가 주된 범죄였다.

그녀는 종이를 꾸깃 잡고는 모든 범죄자는 사라져야 한다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러던 중 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출동하게 되었다.


어떤 불량배 조직이 불법으로 암거래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거래하는 물건은 붉은 에메랄드라 불리우는 신 자원이었다.

아마도 어느 광산에서  불법으로 채굴해서 판매하고 있을 것이다.

제로는 조직에서 만들어준 그녀만의 이동수단인 엑셀러 바이크를 타고 사건현장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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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불량배 조직의 멤버들은 붉은 에메랄드를 잘게 부숴서 가루로 만들고 잇었다.


"있잖아, 대장. 왜 우리한테 이거 부수라고 한 거야?"


"어, 그러니까... 내가 어디서 전해들은 소문이 있는데, 그걸 잘게 부숴서 코로 흡입하면 초인적인 힘을 얻게 된다고 하더라."


"정말요? 근데 이거 원래는 금속에만 쓰는 건데, 인간의 몸에 들어가도 괜찮은 건가요?

잘못하다가 죽고싶진 않은데...."


"야야, 걱정말고 이 형님만 믿어봐. 만약에 성공한다면 우린 이걸로 떼돈 벌 수 있는 거야."


"글쎄, 과연 그럴까?"

한바탕 웃고있는 그들의 뒤로 제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미리 도착해서 몰래 엿듣고 있었던 것이다.

"넌 또 뭐야?!"

"......" 

불량배 조직의 어느 멤버가 그녀에게로 다가오고는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며 추파를 던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귀여운 애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너도 이런거 관심있니?"

그순간 제로가 단숨에 그의 손목을 잡고는 뒤틀어 꺾어버렸다.


"끄아아아악~!!"

"내 몸을 만질 수 있는건 파더 뿐이다. 멋대로 만지다니 무례하기 짝이 없군 그래."

비명을 들은 나머지 멤버들은 철봉을 들고 마구 제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넌 뭐하는 새끼야?"


"안티 크라이시스의 제로 스펙터다. 불법 암거래 혐의로 체포하겠다."


"뭐야, 짭새 새끼였어?"


제로는 무언가 각오한 듯한 표정을 짓고는 이내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해버렸다.

근처에  떨어져 있는 뾰족한 날붙이로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철근을 휘두르며 달려오는 그들의 목을 베어 상처를 내서 죽여버렸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손목이 꺾여버린 남자의 얼굴을 마구 발로 짓밟았다.


"너 같은 사회의; 버러지들은 전부 제거해야 돼!"


"자... 잘못햇어요......"


"아니, 사과해도 소용없어. 너도 네 동료들처럼 실컷 두들겨패다가 죽여버릴 거거든."


제로는 마구 피범벅인 된 남자의 얼굴을 보고는 광기에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너희같은 범죄자한테는 이런 게 어울리단 말이지...."


마지막으로 그녀는 주머니에서 조그만 커터칼을 꺼내 남자에게로 던지고는 자살하라고 협박했다.


"자, 어서 죽어버려. 진정으로 용서받고 싶다면 말야."


"흑..... 흐윽......"


그순간 무전기로 호통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뭐하는 거야, 스펙터?! 너 제정신이야?! 당장 본부로 돌아와!"


".......알겠습니다."


제로는 하는 수없이 바이크를 타고 본부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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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회의장에는 지금  따귀소리가 연달아 나고 있다.


조직의 리더인 제임스가 혼을 내고 있는 중이다.


"봐주는것도 정도가 있지, 사람을 죽여? 네가 살인범이냐?!"


"...... 전 그냥 범죄자를 처단한 거 뿐입니다. 그게 잘못인가요?"


"이 자식이?! 넌 그냥 체포만 하면 되는 거야. 너한테 그럴 권리는 없단 말이다."


"그럼 당신은 범죄자의 편을 들어주는 건가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 커녕 오히려 대드는 그녀를 보고 제임스는 순간 화가 나서 골프채로 머리를 때리고 말았다.

제로는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져서 의식을 잃었다.


"너 때문에 우리 이미지가 얼마나 안좋아진지 몰라?"

제임스는 혼을 내던 중 제로가 방금 자신이 때린 걸로 인해 의식을 잃자 닥터 가우스에게로 데려갔다.


"아, 가우스 박사 미안하네. 혼을 좀 내다보니 나도 모르게 주먹이 나가 버렸어. 수리 좀 해주게."


"아.... 네, 알겠습니다. 보나마나 그 과잉진압 건 때문이겠죠? 전 개인적으로 이 아이의 주장에 지지하는 바입니다."

 

"그치만 자네도 알다시피 범죄자에게도 인권이 있지 않은가?"


"하.... 인권이요? 범죄자에게 그런 건 줄 가치가 없습니다. 그들은 이 사회를 좀먹는 버러지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자네는 왜 그렇게까지 범죄자들에게 필요이상의 증오를 갖고 있는 건가?"


"그야, 왜냐하면 전 어린시절 범죄자에게 제 가족을 전부 잃고 말았으니까요.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을 전부 잃었을 때 전 이 세상의 모든 범죄자를 없애버리겠다고 각오했습니다.

설령 주변인들에게 비정하고 냉혹하다고 비난받더라도 말이죠."


"..... 자네에게 그런 과거가 있을 줄이야. 자네에게 한마디만 충고해주겠네. 자신의 갖고 있는 신념의 폭주를 조심하게나."


"네, 그말 명심하죠."


가우스 박사는  제임스가 연구소를 나오자 책상에 엎드려 소리죽여 눈물을 흘렸다.

"나도 원래는 이런 냉혹한 병기를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버린 걸까?"

그가 처음 제로를 만들었을 때 외형을 자신이 제일 사랑했던 아내의 고등학생 시절 모습을 참고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내면은 이미 증오와 슬픔으로 곪아버렸다.

울음을 그치고 나서, 그는 제로를 수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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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제로야. 원래는 널 인간의 순수한 마음을 가진 모습으로 만들었어야 했는데, 너한테 내 사상을 강요하고 말았구나.

 정말로 미안해....."


가우스는 잠시 고민하고는 이내 제로의 모든 것을 초기화시켰다.

"이 참에 다시 태어나는 거야. 더이상 내 사상 때문에 네가 원치 않는 살인을 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그는 제로가 갖고 있었던 증오의 마음을 지워버리고 다른 평범한 인간들의 마음을 러닝시켜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공포의 상징이었던 레일건 무기 대신 여러가지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

한마디로 요약해서 그는 제로를 '최흉최악의 개조인간'이 아닌 '진정한 정의를 따르는 천사'로 개조시켰다.

마지막으로 성격도 친근하고 온순한 성격으로 바꾸고 나서 다시 재기동 시켰다.


우웅하는 기계음 소리와 함께 제로는 다시 눈을 떴다.


"여긴 어디야...? 그리고 당신은 누구지?"

"난 널 만든 창조주야.  한마디로 말하자면 네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거지."


"아버지?"

제로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자신의 몸을 훑어보았다.


"당신이 내 아버지라면 그럼 난 누구야?"


'새로 고치는 과정에서 기억이 날아간 건가? 뭐 상관 없겠지.'

가우스는 그녀에게 제로 신 스펙터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네 목적은 바로 잘못된 길을 걷는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거란다.

절대로 증오심에 휩쓸려서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하면 안돼, 알겠지?"


"응, 알았어."

제로는 유리관 밖으로 나와 가우스 박사에게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전라였기에 가우스 박사는 급하게 옷을 건네줬다.

그 옷은 과거 자신의 딸이 중학교 때 입은 교복이었다.

아마도 가우스는 제로에게서 자신의 아내와 딸을 투영시켰을 것이다.

'제로야, 이번엔 부디 나같은 길을 걷지 말아줘. 단 티끌 하나도 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남아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