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날,
학원 교실에 나지막히 앉아
쌓여있는 터무니 없는 난제를
하나하나 풀어간다
에어컨의 차디찬 바람이
내 볼따구를 살짝
베어낸다
앉아서 한 시간,두 시간,
더 이상 얼마나 지나갔을 지도 모를 때쯤
문득 나는 내가 이 난제에
잡아먹히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피, 땀, 눈물, 허리뼈를 모두 갈아
부모가 주신 포크와 나이프로
나는 이 난제를 잡아먹어야 했으나
실상은
내 손끝부터 발끝,
어느새 팔뚝과 허벅지까지
그것은 내 육신을 잡아먹고 있었다
나는 정신이 아득해지는듯 하였다
악, 악, 으악
질러댈 수 있는 비명을 질러대고 다시 보니
내 몸을 잠식하는 것은 멈췄지만
여전히 잡아먹힌 부분은 그대로였다
이 공간에는 요동치는 내 심장박동만이
고요하게 뛰고있었다
그 순간, 천지가 뒤흔들렸다
저 하늘 위 기계가
미친듯이 요동을 치며
이 공간에 얼음폭풍을 불러오고 있었다
내 살점이 얼어붙는듯 하다
몸을 더는 가눌 수 없었다
팔을 더 움직이지 못하기 전에
난 책상과 의자를 붙들었다
의자도, 벽도, 책상도 버틸 수 없었다
나는 폭풍에 말려들어 공중에 붕유했다
이리저리 돌다 어딘가로 빨려가던 중,
그 순간,
공간이 무너졌다
벽도 건물도 기계도 모두 흩어진다
나는 무한한 암흑에,
우주의 한켠에,
조금씩, 조금씩 침전하는 것이었다
아, 내가 존경하는 우상들은
이 와중에도 한 줄 시를 적겠지
암흑속의암흑속의암흑속의암흑,
뭐 이렇게라도,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고 있다
끝나지 않는 무한의 우주로,
나는 가라앉고 있건만,
몸은 또한 가벼운듯 하다
어지럽다, 어지럽다, 어지럽다
무한한 추락에서
고개를 뒤로 뉘이니,
퍽,
하고 벽에 부딪히는 것이었다
내가 겪은 모든 추락은 허상이건만,
왜인지, 나는 알 수 없는 역겨움에 빠지는 것이었다
구역질을 참을 수 없어,
나는 비명을 지르며
그 공간을 뛰쳐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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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꿈을 펼쳐라 그것이 바로 문학일지니
🖋시
잡아먹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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