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였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도서관은 사람들의 지성을 채워주는 참 고마운 곳이다. 하지만 그 때 만큼은 나에게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것을 안겨주었다.


  역사 서가 였다.로마의 멸망에 대한 책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 때 였다. 반대편 서가에 있던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난 책에 손을 댄 채로, 그녀는 책을 안고 있는 채로. 서로 한참을 바라보았다. 뇌보다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지. 이유있이 좋아하면 존경이고, 이유없이 좋아하면 사랑이라고.


  그녀는 창가쪽 자리에, 나는 도서관 중앙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자리는 달랐지만 서로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떠나가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손으로 책장을 넘기고 눈으로 글씨를 읽고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 뿐이었다. 그 때 였다. 내 머릿속에서 생각이 번뜩였다. 바로 밖으로 뛰어 나갔다. 도서관 입구 쪽의 자판기에서 핫초코 하나를 뽑았다.


  그녀가 다시 서가쪽으로 갔다. 지금이다. 아직까지 따뜻한 핫초코를 놓아뒀다. 갈려고 했다. 하지만 돌아섰다. 포스트잇에 무언갈 빠르게 적었다. 그리고 그녀의 자리에 붙여두었다. 그러고선 돌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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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잊고 살았다. 핸드폰도, 내 마음도 울리지 않았다. 그 때 따라 책도 오랫동안 읽었다. 곧 대출기간이 끝나기에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오늘도 역사 서가에서 동로마 제국에 대한 책을 가져왔다. 이번엔 창가쪽 자리에 앉았다.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갑자기 왼쪽에서 초콜릿이 미끄러져 왔다. 의아해 하며 왼쪽을 봤다. 그녀였다. 채광에 얼굴이 빛났다. 우리는 처음 그 때 처럼 한참을 서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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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잇에 이렇게 써 두었었다.

  ' 오늘 밤 달은 유독 예쁠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