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음이 풍겨와

서울 밤공기 서늘해

고향 집에선 어떨까

분명 덥다고 하겠지


기껏 서울로 왔더니

별일 생기지 않는걸

나는 단칸방 천장만

계속 쳐다만 보는걸


고장나버린 노트북

배터리 없는 휴대폰

텅텅 비어간 통장속

나는 무엇도 못하네


모두가 멈춘 이 방 속에서

움직이는 것은 똑딱이는 벽시계

시간을 보니 딱 밤 열두시


핸드폰 없이

지갑도 놓고

입고 있던 츄리닝에 반팔티

양말도 없이

운동화 신고

대문 열고 골목길로 나가서

목적지 없이

내키는 대로

달님 별님 쳐다보며 가보자


어딘가에서 듣던 노랫말처럼

'자, 좀 더 뛰어가보자'

어딘지조차 모를 목적지 향해

'자, 좀 더 도망쳐보자'

수배범이나 되는 것도 아닌데

'자, 좀 더 멀리가보자'

바퀴벌레가 출현 그런게 아냐


'자, 지루해빠진 일상은 전부 버려두고서'

길따라서 발가는대로 뛰어가보자


여긴 어딜까 나는 누굴까

모두 몰라도 나는 있는걸

달은 짐싸서 퇴근 준비중

해는 차타고 출근 준비중


자정쯤보다 동틀 무렵의 시내가 더 조용해

빛은 밝아와 그래도 지금 적막이 더 흐르네

이젠 버스와 지하철마저 끊어진 완전 새벽

이따끔 가는 차들이 나를 무심히 쳐다보네


빨간 신호 있더라도 나는 그냥 건너가

도로 위엔 아무것도 없어 모두 인도야

나를 막을 어떤것도 없이 계속 걸어가

최근 이리 자유로운 일이 있긴 했던가


해가 떠올라 사람들 모이네

다시 돌아가 내일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