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챈 처음와서 썼던올려 봅니다. 대충 1980년대 즈음 반정도 통일된 한반도에서 마약반 형사랑 마약왕이랑 싸우는 내용입니다.

사투리를 여러개 쓰려니 헷갈리는 부분이 많아서 엉망진창입니다. 그래도 모쪼록 재밌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니 그러니까요,아유,이미 다 아줌마가 팔았잖아요. 돈 받구 왜 그런데요 아줌마?

"와,무슨 일 있나?"

단파라디오가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거리,갑자기 들려오는 말다툼 소리에 한 가정집에서 남자가 나왔다. 이곳에선 찾아보기 힘든 동남 방언에,선글라스 양복 차림인걸 보아 꽤 잘사는 남한 사람인듯 했다. 동네 정자에서 말다툼을 지켜보던 소년 하나가 남조선 아새끼들...이라며 투덜거렸다.

"아니 글쎄,이 아줌마가요,하는말좀 들어보세요 여보."

꽤 차려입었어도 남한사람 치곤 거칠어 보이는 남자에 비해 옆에 선 여자는 험한 일이라곤 한번도 하지 않은듯이 하얗고 가늘었다. 소년은 이 마을에 그들이 처음 이사 온 날,마을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났다.
진단장에 옷까지 빼입은게 딱 미제 앞잡이 같네,남 다 홀리는 여우 같네,라며 불편함을 내비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이곳에서 뭔 나랏일을 하는 양반이라는 소리도 돌았다.


"무슨 일 있습니꺼,아지매?"

걸걸한 중저음의 목소리인 거구의 남성이 물으니 겁먹을 법도 하건만 그 아줌마는 전혀 기죽어 보이는 모습이 아니었다.

"아니,남조선 동무.이건 아니지비.내가 분명 450원에 판다고 했소.길티? 그라고는 이 녀성동무가 그냥 200원만 내고 간거요.오히려 내가 피해자 아니겠소?"

아뇨! 아줌마가요,저한텐 분명 200원이라고 했잖아요. 오빠,좀 도와주라."

부인인듯한 그 여성이 남자를 애처롭게 쳐다보자 남자는 헛기침을 큼큼 하고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윤기가 흐르는 가죽지갑을 보고 시장 아지매는 눈의 휘둥그레졌다. 이곳 북한에서는 지금은 없어진 노동당 간부들이나 쓸법한 고급품 이었기에 놀란 듯했다.

"그, 아지매. 제가 값 치룰테니까 그냥 가소. 아침 댓짝 부터 동네 사람들끼리 서로 언성 높이면 뭐가 좋다꼬 그랍니까? 

그러고는 200원 지폐 두장을 꺼내 꼬깃꼬깃한 아줌마 손에 쥐어주었다. 그 아줌마는 뜻밖에 횡재에 기분이 좋은듯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이걸로 얼라들 까까나 사 묵이십쇼."

아줌마는 그 남성의 부인을 향해 쓱 째려보고는 다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천천히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오빠. 매일 저런식으로 해결하면 안된다니깐. 가뜩이나 돈두 부족한데 우리.."

아주머니가 자리를 떠나자 부인이 곧장 팔짱을 끼며 짜증을 냈다. 하지만 그 남성의 눈에는 귀엽기만 했다.

"뭘 잘했다구 웃어...꺅!"

곧장 그녀의 몸을 뒤에서 와락 끌어안은 그는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어짜면 짜증을 내는것도 이래 귀엽노..내는 진짜 복받았다 복받았어. 김해 촌놈 김경식이 출세했다."

"됐어...간지러우니까 그만해.."

멀리서 지켜보던 소년은 에라 간나자슥들 하고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늦었잖아..출근해야지 이제.."

"오늘 그냥 가지마까? 와이프님이랑 놀믄 안되나?"

그 말에 여자는 남자 품에서 순식간에 빠져나오면서 정색했다.

"뭐래..빨리 갔다와. 퇴근하면은 맛있는거 해주께."

"알았다 알았스. 서방님 출근합니다~."

아내의 일갈에 멋쩍게 웃어보인 그는 차고 앞에 주차된 검정색 현대 스텔라 세단에 올라탔다. 야지를 많이 다녔는지 차 밑쪽에는 흙이 조금 올라와 있었다.

그는 새상 행복한 얼굴로 배웅하는 부인에게 인사하고는 직장을 향해 출발했다. 평양에 있는 대한민국 영사관 속 한 부서였다.



짹...짹짹짹...

어느 새벽,문짝이 부서져라 두들기는 소리에 평안 길산군의 한 사내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잠자리에서 거칠게 깨어났다. 무척이나 남루해보이는 방 안에는 어울리지 않는 감사패와 훈장들이 가득이었는데,대부분 농산쪽의 연구성과와 관련된 글귀였다.
한때 교수였던 걸로 보이는 그는 더이상 교수는 아닌듯 했는데,정리 안한 긴 힌머리와 수염은 둘째치고 피부에는 검은 반점들이 가득했고,주름은 깊게 패여 전형적인 농사꾼의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잠시 악몽을 꾼듯 멍하니 앉아있다가,문이 부숴저라 두들기는 소리에 어기적거리며 집 문으로 향했다

"김 선생,이리 날래 와보시라요."

문을 열자 농촌 청년회장이 다급하게 그를 찾았다.

"댓바람부터 뭔 난리네?"

청년회장의 뒤에는 고급 승용차와 큰 트럭 하나가 멈춰있었고, 차 앞쪽엔 왠 검은 피부의 덩치 큰 남자 하나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걸친 요란한 셔츠와 가죽 구두,금 목걸이로 보아 꽤 부유한듯 했다.

" 김순원 동미 맞소? 김일성종합대학 교수헜던?"

어리둥절 하며 밖으로 나온 그에게 걸걸한 목소리로 말을 건 사내는 곧장 손을 내밀며 통성명을 했다.

"반갑소,내래 리달건이라 하는 사람입네다."

그가 찾아온 목적이 명확히 보였다. 애초에 김순원이 시골에 내려와 하는 농사는 당연하게도 돈이 되는 대마농사였고,길산군 일대에서 이 20가구 남짓되는 마을의 대마초 품질은 최상으로 소문나 있었다.그리고 이 리달건이라는 인물도 이 주변에서 요즘 뜬다는 왈패 두목중 하나였다.

"김순원이오."

짧게 자기소개와 악수를 마친 그 둘은 잠시 서로 어떤 사람인지 측정하려는듯 눈을 가늘게 뜨고 서로를 쳐다 보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침묵이 이어졌다.

"미리 말하지만은,내래 이제 교수가 아니오. 돈도 일 없소."

그 말에 리달건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누런 이가 잔뜩 들어나자 김순원은 무심코 눈썹을 찡그렸지만 리달건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거 같았다.

"동미,자라이들 사이어선 돈이 다인 겁네다."

리달건은 투박한 함경도 억양의 대답과 함께 김순원의 옆으로 와 그의 왜소한 어깨에 솟뚜껑만한 손을 떡 올려놓고는 다른 손으로 담뱃대에 불을 붙였다. 대마초 특유의 냄새가 올라오자 김순원은 내심 질겁했다.

"김순원 동미,아니 선상." 리달건이 대마초를 깊게 빨고는 말을 이었다. "큰일 한번 해봅세다. 걸뱅이같은 뙤놈들이랑 남조선 아새끼들한테 당한것도 있지않소?"

그 말에 긴 수염에 가려지긴 했지만 내내 무표정이었던 김순원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구겨졌다.그는 어깨에 올려진 리달건의 손을 쳐내며 일갈했다.

"리달건이,나이도 어린 아이 글키 말하는 품새는 어서 배웠간?"

김순원이 노발대발하는 모습에 리달건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화가 풀리지 않은 김순원이 씩씩대며 노려봤지만 리달건은 한참동안 웃기만 했다. 김순원의 부르르 떨리는 주먹이 올라가려 할 때 즈음,리달건은 겨우 입을 열었다.

"아,고거이 미안하오.이걸 피면 웃음이 아니 멈추데."
"미치개가 따로 없구만."

김순원이 쯧쯧댔다. 하도 어이가 없어 화를 낼 힘도 없어 보였다. 리달건은 문득 이 초라한 노인네를 굳이 영입해야 할지 고민이 들었다. 달건이파는 길산에선 손가락 안에 꼽히는 조직이었다. 하지만 그에겐 더 큰 꿈이 있었다. 남조선의 꼭두각시나 다름없는 고려 임시정부를 능가하는 커다란 힘을 얻어 뒷세계의 권력자가 되는것.
그를 위해선 과거 북조선 희대의 천재라고 불렸던 김순원의 능력이 필요했다. 그가 이토록 빠르게 성장할수 있었던 건 싸움실력도 실력이지만 빠른 두뇌회전 덕분이 아니었던가. 

"아야,그것좀 차에서 얻어보라."

리달건은 그의 뒤에서 폼잡고 서있던 왈패중 하나에게 명령하고는 김순원의 어깨를 툭툭 쳤다.

"선상이 그러시면 내 꼴이가 우뿌게 되오. 여그서 매일 와자자 꼴로 로동하는것도 실은 돈때문에 그런거 아니오?"

김순원은 묵묵부답이었다. 리달건은 내심 미소를 지었다. 이제 쐐기를 꽂을 일만 남았다.

"공사 고문 자리에 경영권도 드리겠소. 그리고 저모사니.."
차로 물건을 찾으러 갔던 리달건의 부하가 그에게 무엇인가를 건냈다.
"리건 선대금이오. 2천만원. 시세보다 싸게 넣었으니 확인해보오."

뒤에 뻘쭘히 서있던 청년회장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김순원은 잠시 고민하다 헛기침을 하며 돈가방을 받았다.

"물건은 청년회장에게 받으시구다레.가지 동무 제안은 생각해 보갓시요."

"길티요.잘 생각했소."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뒤돌아서려던 리달건을 김순원이 불러세웠다.

"미리 말하지만은 난 왈패같은 짓거리는 할 맘두 없고 재능도 없소."

"선상꺼정 피 볼일은 없습네다~"

리달건은 그말만 남기고 나타났을 때처럼 흙먼지만 날리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눈치를 살피던 청년회장도 곧 리달건의 트럭에 타 없어졌지만 팔짱을 끼고 고민하는 늙은 사내는 집에 들어갈 기미가 없었다. 그가 마약사업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는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인지,아니면 이 기회를 살려서 돈을 굴릴 생각을 하는 것인지는 오직 그만 알고 있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