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의 인파들이 종점 역에 모여있었다.

그 인파 중 나도 포함되어있었고, 분명히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뭔가... 친근감이 느껴져서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어디로 가시느냐고 물어봤더니 본인 또한 잘 모르겠다며

그저 정신을 차려보니 이곳에 있었고 그저 앞에 사람처럼

줄을 섰을 뿐이며, 당신 또한 이곳에 나타난 뒤 내 뒤에

자연스럽게 줄을 섰다며 신기하면서도 어이없이 서로 웃었다.


'나는 4번째 줄인가...?'


아무런 의심도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맨 앞에 사람처럼 순서를 기다릴 뿐.


그러고보니...

이 전철에는 1명씩 탑승하는 거 같다.


그래서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린 거였나?

참으로 신기했다.


전철이 떠나고 몇 분도 안돼서 돌아오기에 큰 불만은 없었다.


오 내 앞에 서 계셨던 분 차례다.


나는 작게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분 또한 창문으로 손을 흔들며 웃어주셨다.


"음... 음? 잠깐 졸았나..."


기다리면서 졸은 모양이다.


그 때 저 멀리서 전철이 들어오고 있는 게 보였다.


'오 드디어 내 차례인가...'


문이 열렸고 나는 전철에 탑승했다.


전철은 나 이외에 아무도 없었고 새벽인지라 조금 무서운 감이 있긴했지만

마치 나 혼자 이 전철을 전세 낸 기분? 같은 게 들어 나쁘지는 않았다.


문이 닫힌 뒤 전철은 출발했고 나는 창문으로 바깥을 보며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


...


...


음?


무언가 이상하다...


'이 전철... 왜 멈추지 않는 거지?'


안내방송또한 나오지 않아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전철은 그저 계속 달리고만 있었을 뿐.


'보통 역이 하나 정도는 있지 않나...?'


나는 뭔가 불안함 감이 번뜩여 마침 지하철 끝부분에서

탑승했었기에 기관실 문으로 보이는듯한 문을 두들기며


"저기요! 궁금한 게 있어서 그러는데요!"


"안 들리시나요!!"


문은 굳게 닫혀있었으며 점점 불안해져 가던 나는 무슨 상황인지

생각을 하며 다른 칸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별일 없겠지...'


라고 생각하며 걷던 도중 2개의 칸을 넘어오자 뭔가 종이같은 게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었다.


'뭐지? 쓰레기들인가...?'


약간 꾸겨져 있는 종이 하나를 들어보자 거기에 적힌 건...



<...사항>


- 이 전철은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자들만 '바깥'에서 탑승할 수 있습니다.


- 이 전철은 입구에 도달할시 멈추며 '산자'는 이곳에서 내릴 수 있습니다.

 '죽은 자'는 '산자'가 인식하기 전까지 간섭할 수 없습니다.


- '죽은 자'는 입구에서 내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산자'가 내리는 것을 거부할 경우 '산자를 대신하여' 내릴 수 있습니다.

전철 내에서 어떠한 상황이 일어나도 모든 책임은 '산자'가 책임지오니 주의해주십시오.


- 전철 도착 후, 문은 1번 칸에서만 열립니다.

문은 앞 부분 2곳만 열리니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 탑승하신 '산자'는 내리고 싶지 않으면 1~10번 칸 중 비어있는 자리에

매너를 지켜 착석해주시길 바랍니다.

매너를 위반할시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미친 이게 뭐야..."


여기저기 꾸겨져있고 찢어져 있어도 두 눈으로 읽은 글은 충격적이였다.

나는 정신을 붙잡고 이어서 누군가 직접 적은듯한 글을 읽었다.


추신.


읽고 있는 또 다른 녀석을 위해 이 기록을 남긴다.

나는... 이미 이곳을 나가기가 글렀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가려는 또 다른 녀석을 위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남기고 가겠다.


우선 무의식적으로 너는 아무도 없다고 느꼈겠지만

조금이라도 의식하거나 전철이 입구에 도달할 때쯤

네 눈앞에 녀석들이 나타날 거다.


알아두어야 할 것은 녀석들은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야.

네가 탑승하기 전부터 이 안에 있었던 놈들이다.

녀석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최대한 의식하지 말고

눈 또한 마주치지 마라.

녀석들이 네가 눈치챈걸 알면 어떻게 해서든 너를 붙잡아두고

이곳에서 나가기 위해 온갖 수단을 펼칠 거야.


이런... 아무래도 '임시입구'라는곳에 도착한 모양이야.

녀석들도 이상하게 나를 더는 신경 쓰지 않고 마치

인형처럼 자리에 착석한 뒤 앞만 주시하고 있어.

이건 조금 무서울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이제부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만

이걸 읽고 있는 너는


부디... '삶'을 포기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


이게 무슨...?


이 순간 온 등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고

머리 위에 전광판에는 현재 위치가 표시되어있었다.



'종점' → '입구' → '임시 입구'

  ○    ●    ○    ○       ○



'빨리 가야 해!'


나는 필사적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을 깜빡인 순간...


아무도 없던 지하철이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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