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투학원에 어서오세요 -1화. 폭풍을 부르는  신입생


"드디어 입학인 건가?"


나는 교문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내가 신입생으로 들어오게 된 이 학교는 팔라딘 기숙학원이라 한다.


듣기로는 세계최강의 결투가들을 양성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학원을 다니다 보면 강한 녀석들과 싸울 수 있지 않은가?


문득 그 상상을 하다 보니 뭔가 온몸이 저릿거리는 거 같았다.


한참동안 멍하니 있던 중 어디선가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아아, 신입생 여러분께 안내드립니다. 잠시후 9시 20분부터 체육관에서 입학자격시험이 있을 예정이니 관계자 분들과 신입생들은  즉시 체육관으로 집합해주시기 바랍니다."


"호오, 입학시험이라..... 기대되는 걸?"

나는 우득 주먹을 꺾고는 시험을 보러 체육관으로 들어갔다.


그 안은 마치 고대 로마 시대의 콜로세움 경기장을 보는 것 같았다.


"우와, 존나 넓네.... 여기서 테스트를 보는 거야?"


나는 넋을 놓은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던 중 누가봐도 학생회 임원인 것 같은 사람이 다가오더니 내게 시험 절차가 적힌 책자를 건네주면서 줄을 서라고 안내했다.


그 줄은 다름 아닌 일종의 신체검사였다.


세계최고의 격투가를 양성하는 곳에서 약한 체력을 가진 자는 당연하게도 용납되지 않는다.

벌써 맨 앞줄부터 좌절과 탄식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1차 검사인 몸무게 측정과 기초체력 테스트였다.


지루한 기다림이 끝나고 내 이름을 호명하는 소리가 나오자 나는 들뜬 기분으로 시험을 보러 갔다.


"자네에겐 전혀 망설임과 떨림이 느껴지지 않는구만. 그만큼 자신 있다는 건가?'


"네, 물론이죠. 전 제가 시험에 합격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면접관의 돌발 질문에 나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대답을 했다.


먼저 몸무게 검사를 실시했는데, 담당관이 결과를 보고 살짝 당황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보통 여자의 평균 몸무게보다 너무 가벼운데....... 괜찮을려나?"


측정 결과를 보니 44.2kg라고 나와있었다.


몸무게 측정이 끝나고 다음은 기초체력검사였다.


눈 앞에 놓여진 10kg 짜리 추를 들고 몇분동안 버틸 수 있는지 였다.


'뭐야, 이거... 엄청 쉽잖아?'


나한테 그정도 무게는 마치 깃털과도 같은 것이었기에  한손으로 거뜬히 들었다.


정확히 3분동안 버티면 되는 거였다.


나는 한 껏 편안한 표정으로 들고 나서 추를 다시 내렸다.


면접관은 경이롭다는 표정을 짓고는 합격이라는 도장을 찍었다.


나는 뛸듯이 기뻤다. 드디어 이 학교에 들어오게 됐다는 성취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 테스트는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다음 시험이 바로 학생회 임원들과 직접 결투를 하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전투에 대처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 같았다.


시험의 내용은 임의로 짜여진 신입생 조 4명과 학생회임원 4명이 서로 결투를 벌여서 먼저 리타이어하는 쪽이 패배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학생회 임원들을 넉다운 시키면 합격된다는 소리이다.


나는 조 명단에서 D조에 들어가게 되었다.


먼저 결투를 치르기 전 팀원끼리 서로 통성명하는 시간을 주었다.


비록 잠깐이지만 서로의 전력을 안다면 학생회를 쓰러트리는데 도움이 될 거 같았다.


나는 d조의 다른 멤버가 있는 부스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나랑 같은 여학생 3명이 앉아 잇었다.


나는 뻘쭘히 자리에 앉아서 대화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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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어색한 기류가 흐르던 중 빨간 생머리의 여자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안녕, 난 체리 아나스타샤라고 해. 특기는 맨손 격투랑 자력 조종이야."


첫번째 주자의 자기소개가 끝나고 나서 두번째 타자로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멤버들에게 간단히 이름과, 능력을 소개시켜줬다.


"오오.... 대단한데? 마도검사 속성은 흔치 않은데..... 그럼 혹시 마검도 보여줄 수 있어?"


"응, 당연하지."


나는 케이스의 지퍼를 열어 내 마검인 스칼렛을 보여줬다.


내 마검의 늠름하고 우아한 자태에 다른 멤버들은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헐..... 개쩐다..... "


"한번 만져봐도 돼?"


"미안하지만, 그건 안될 거 같아. 얘가 다른 사람의 손길은 거부하거든."


"글쿠나."


이후 나머지 두명의 자기소개가 끝나자 확성기에서 우리 조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결투장으로 가보니, 그곳에는 하얀제복을 입은 학생회 임원 네 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풍채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에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결투가 시작되기 전 나는 상대편을 쭉 훑어보면서 약점이 있을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나는 일단 제일 둔해 보이는 떡대를 노리기로 했다.


잠시 후 심판이 결투장에 올라오고는 호루라기를 불며 시합 시작을 선언했다.


우리 팀과 학생회 멤버들의 기합소리가 결투장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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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일 먼저 아무것도 안하고 팔짱만 끼고 있는 떡대를 타깃으로 잡아서 집중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째선지 그에게 아무런 데미지도 입히지 못했다.


"칫..... 이거 꽤 장기전으로 갈 거 같은데?"

나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상태를 살펴봤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멤버들은 각자 학생회 임원들을 상대하느라 벅차 있었다.


나는 팀원과 함께 다른 학생회 멤버를 공격하면서 빈틈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상대는 빙결계 능력자, 말 그대로 얼음을 자유자재로 생성해서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이다.

 그는 우리들의 능력을 전부 양팔로 막아내고는 입김을 불어 우리들의 다리를 얼려버렸다.


"젠장, 다리가 얼어버렸잖아."

체리가 낑낑대며 말했다.


"이번 신입생도 별거 아니구만? 너무 시시해."

 

"글쎄? 시시한지 아닌지는 대봐야 알지."


나는 상대가 우리에게 일격을 내릴려는 순간 재빨리 허리에서 스칼렛을 발도해 프로펠러처럼 마구 빙빙 돌려댔다.


"으읏....!!"

상대는 결국 내 마검의 풍압을 버티지 못하고 뒤로 나가 떨어졌다.


그 순간 우리 다리를 묶어놨던 얼음도 드디어 부셔졌다.


"체리야, 이 사람은 내가 끝낼게.  시시하다고 말하니까 열받아서 말야."


"그래, 난 다른 애들 돕고 잇을게."


나는 다시 일어서서 전투 태세를 갖추려는 상대의 주변에 마구 검의 분신들을 세우고 나서 이도류로 마구 공격하면서 베어내기 시작했다.


이것이 오직 나만이 갖고 있는 필살기였다.


상대는 결국 아무런 공격도 하지 못하고 리타이어하고 말았다.


드디어 장장 50분만에 학생회 한명을 넉다운 시켰다.


하지만 아직 3명이 남았기에 마냥 안심할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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