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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스테리 소녀



유난히 사람이 없는 밤이다바람이라도 쐬고 싶지만 추위를 견디면서까지 그럴 생각은 없었다그리고 몇시간 알바가 끝나기 한시간 전쯤 답답한 마음에 바깥으로 나가본다추위를 견뎌보며 맑은 공기를 쐬고 있는데  멀리 누군가가비틀대며 걸어오는것이 보였다제발 편의점엔 오지말라는 주문을 걸어봤지만  실루엣은 점점 가까워졌고 편의점 앞마지막 가로등밑을 지날때 나는  사람이 니시카와 선배라는 것을   있었다.


놀란 마음에 잠시 지켜보니 그녀는 비틀거리면서도 넘어지지 않고  눈길을 헤쳐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그리고는 편의점 앞에  있는 나를 보고엄청나게 환한 얼굴로  이름을 부르며 달려온다.


재희다아아아아아아앙


으허헉!!”


그녀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깜짝놀라 엉거주춤  있는 사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내게  안겨버린다그녀가넘어질까 어쩔  없이 그녀를 잡아 안았고 그녀는 헤롱거리며 내게 기대 안긴 모습으로  늘어져버렸다.


..선배저기요일어나보세요.! 얼어죽어요.”


우우웅


그녀는 갑자기 무언가를 놓아버린것처럼 다리도 풀린채 몸을 가누지 못했고 나는 어쩔  몰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그녀를 들쳐안고 편의점 안으로 들어왔다그리고 사무실 한켠에 마련되어 있는 접이식 침대를 펴고는 그녀를 가까스로 눕혔다.


아아..하아..”


니시카와 선배는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온것인지 짧은 주름치마에 검정 스타킹을 신고위에는 두꺼운 패딩을 입고는기분좋은 표정으로 잠에 빠진듯 보였다.


나는 그런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다가담요를 덮어주고는 사무실을 나왔다무방비하게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다싶으면서도 얼마나 마셨음 이럴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그리고 대체 뭘하길래 거의 매일  이런 모습이 되는지도 새삼궁금했다


띠링


핸드폰 문자음이 울려 확인해보니 아니나다를까 주인아주머니가 조금 늦으신다는 문자다이시간에 연락올 사람은 주인아주머니밖에 없기때문에 그러려니 했다하지만 오늘은 니시카와 선배를 어떻게 처리해야하나 싶어 주인아주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늦으신다니..막막했다.


주인아주머니가 올때까지 기다렸다가  넘기고 가는것도 방법이었다그래도 혹시 몰라 그녀를 다시 깨워보기로 했다.


저기 선배니시카와 선배일어나봐요.”


우우웅..…”


여기서 자면 안돼요일어나보세요


우웅..무우우


뭐라구요?”


무우우


?”


무우울


 ..잠시만요..”


나는 물한잔을 떠다가 그녀에게 다가갔다종이컵을 옆에 올려두고 그녀를 부축해 몸을 일으키는것을 도와준다.


일어나봐요물마셔요 선배.”


그녀는  손길에 의해 상체가 일으켜지고 목을 못가누고 있다가  부스스한 눈을 뜨고는 나를 바라본다내가 물컵을그녀의 얼굴 가까이 갖다대자 그녀는 아기가 물을 받아마시듯  앙증맞은 입술을 쭈욱 내밀고 종이컵을 찾는다나는 물컵을 그녀의 입에 갖다대고는 그녀가 물을 마실  있게 도와줬다.


 차가…”


정신차려보세요..”


재희다아아.. 재희.. 헤헤..”


그녀는 물한모금을 마시고 손으로 입을 훔치더니 나를 발견하고는 헤헤거리며 웃었다그리고 갑자기  목뒤로  팔를돌려 감싸고는  안겨버린다.


헤헤 착한 후배..우리 재희..헤헤헤


저기요 선배잠시…”


우우웅…”


그녀는 그렇게 내게 기댄채 다시  늘어진다그녀에게선 술냄새가 진동을 했지만 어렴풋이 좋은 샴푸 냄새와 향긋하고달콤한 냄새가 나기도 했다그러길 얼마후밖에 인기척이 들려 깜짝 놀라 그녀를 다시 눕히려는데 갑자기 시무실 문이열렸다.


아니  밖에 아무도 으엇!”


주인아주머니셨다.


아니 저기 이건…”


..하는거지 재희군..?”


 그게..”


나는 자초지종을 그녀에게 설명했다그제서야 주인 아주머니는 이해를 해주셨고 나는 진땀을 흘려야했다


근데 어쩌나..집에 가야할텐데..”


재우다가 일어나면 가라고 하는게 낫지 않을까요..?”


아이 ..오늘 오전에 알바 면접도 오고월요일이라 이래저래 바쁜데..혹시 미안한데 니시카와네 주소 알려줄테니까 재희 니가  데려다   있을까?”


제가요?”


응응 부탁좀 할게..내가 오늘은 꼼짝을 못해..”


니시카와 선배 가족은요..?”


 교토에 살고  아이만 여기에..있는거라던데.”


그래도..제가…”


부탁할게그대신 원하는거 말해봐.”


나는 머뭇거렸지만 주말알바에 대해 물어볼 기회라 생각을 했는지 그녀에게 알바시간 조정을 요청해본다.


 그럼주말 알바는 못할거 같아요 이제..“


 그래어쩔  없지 .. 그럼 새로 뽑는 아이를 주말로 돌려봐야겠다알았어주소줄게 잠깐만..”


그녀는 서류철을 이리저리 뒤적거리더니  쪽지 하나를 나에게 써서 전해준다.


 근데..”


 뭔가요..”


..멀긴 하네..”


?”


미안해..”


하아.. 어떻게든 되겠죠그럼 들어가봐도 되죠?”


그래그래 얼른 들어가고내일  늦게 와도 되니까..”


나는 침대에 엉거주춤 누워있는 그녀를 들쳐매듯이 일으켜 세우고는 나가려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주인아주머니께도움을 청해 그녀를  등에 업히는데 성공한다.


편의점을 나와 그녀의 집으로 걷기 시작하는데도저히  늘어진 사람을 업고 걸어갈  있는 거리가 아니다따뜻한 것이 등에 닿아있어 보통때보다  춥긴 했지만 그래도 도저히   있는 거리도 아니거니와때마침 눈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어쩔  몰라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그냥 우리집으로 데려가기로 했다그나마 우리집은 가까웠기에 무거운 그녀를들쳐업고 가까스로 집에 도착했다. 3층에 집을 구한것을 처음 후회해보았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그녀를  침대에 던져놓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부엌으로 가서 물을 두잔 연속 원샷을 때렸다찌부둥한 몸을 크게 기지개 펴보고큰 숨을 내뱉으며  일을 돌이켜본다한숨밖에 안나온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방으로 들어가자 그녀가 침대에 널부러진채 늘어져 있었다옷을 벗겨줘야 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그녀가 꿈틀대며 꿈지럭 대더니 겉옷을 벗어 던져버리고 입고있던 하얀 니트도 벗어버린다그녀의 검정 브라가 그대로 드러나고 풍만한 가슴을  작은 천조각이 가리고 있었다그리고 버둥거리며 이불을 찾아 들어간다잠시  모습을 지켜보다가 어이도 없고  상황이 웃겨서 웃음이 나왔다그녀가 벗어놓은 옷들을  개서 침대 밑에 놔두고 이불을 제대로덮어주고는 방에 불을 끄고 거실로 나왔다


소파에 털썩 앉아 멍하니 물을  마시고는 그대로 눕는다방에서 담요를 하나 가져나와 대충 덮고는 잠을 청해본다그녀는 어느새 새근새근 잠이 들었고 나도 오늘의 피곤함을 달래듯이 잠이 쏟아져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왠지모를 한기에 몸을 떨며 눈을떠본다핸드폰 시간을 확인해보니 새벽 6잠이 든지 2시간도 안된시간이다확실히 거실이 방보다 춥긴 한가보다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쉽게 오지 않는다순간 니시카와 선배가생각나 몸을 일으켜 방으로 가본다그녀는 여전히 벽쪽을 향해 누워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고 이런  상황을 아는지모르는지 세상 태평한 꿀잠을 자는듯 했다


다시 거실로 나와 잠을 자려해보지만 한번  잠은 쉽사리 다시 들지 않았다점점 몸도 차가워지는것 같아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그녀가 자고있는 방으로 슬그머니 들어갔다그녀가 벽쪽에 붙어 등을지고 자고 있었기에 침대 반정도가 비어있었고 나는 천천히  침대로 들어가 그녀와 최대한 멀리 떨어져 누워 이불을 나눠 덮었다그제서야 차갑게 식었던 내몸이 온기로 덮였고  피곤에 절은 나는 잠이   있었다


몇시간 어렴풋이 잠에서  나는  숨을 내쉬며 밝아오는 방안의 빛을따라 눈을 떠본다그리고는 깜짝 놀라 몸을 움직이다가 침대에서 떨어지고 말았다그도그럴것이 그녀가 내쪽을 바라보며  맑고 이쁜 눈동자를 꿈뻑이고 있었던 것이다


아야야....일어났어요..선배..?”


그녀는 충격을 받은것인지 아니면 현실을 자각하지 못한것인지 나를 바라보며 여전히 눈만 꿈뻑인다아무래도 어제 일을 생각하려 애쓰는듯 했다


저기..선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상체를 세운 그녀의 몸에서 이불이 스르르 흘러내리자 어제  섹시한 검정 속옷이 눈앞에 드러났고 그녀는  모습을 깨닫고는 놀라며 다시 이불로 몸을 감싼다.


선배 그러니까…”


..떻게 된거야여기..어디?”


선배 어제 기억 나요?”


그녀는 머리가 아픈듯 미간을 찡그리며 기억을 해내려 힘을 쓰는듯 하다가 이내 포기한듯 고개를 젓는다


선배 어제 완전 취해서 편의점으로 비틀거리면서 와서..뻗어가지고 퇴근할때 같이 온거에요.”


.. 너네 ..?”


선배네 집으로 갈까 했는데 도저히 멀어서..그시간에 차도 없고..그래서 어쩔  없이..”


그녀는  말을 듣는 중에도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눈을 굴리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옷은?”


옷은 선배가 덥다며  벗어재껴서..이불만 덮어주고 저는 밖에 밖에서 자다가 너무 추워서 살짝 끝에서 잤어요죄송해요.”


..…”


.?“


그러니까…”


…”


…...했어?”


뭘요?”


우리....그거 ..”


아뇨아뇨아뇨 ㅋㅋㅋ아무짓도 안했어요정말 맹세코절대!”


..푸훗..쿡쿡..”


그녀는 쿡쿡 거리며 웃더니 나를 바라본다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나와는 달리 그녀는 이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했다.


후훗미안..고생했겠네..술마신 사람 엄청 무거운데..ㅋㅋ


아녜요  이거.”


이게 뭐야?”


어제 주인아줌마가 숙취해소제 챙겨줘서..이거  먹이랬어요..”


내가 물과함께 알약을 내밀자 그녀는 방긋 웃으며 받아들고는 꿀꺽 삼킨다


하아.. 정말..술을 줄이던지 해야지..”


그러게요어제 정말 큰일이었다구요.”


미안미안그래도 재희 너라서 다행이다.”


왜요?”


아니 다른 사람이었음 큰일날뻔 했자나..”


저는 괜찮은 사람인가요?”


아니야?”


..모르죠..저도 남잔데..”


푸훗 아하하하  마자마자.”


왜요..어차피  남자로 안보실테지만..”


흐음..? 아닌데 재희 너라면 안겨도 된다고 생각…”


그녀가 갑자기 속마음을 내뱉은것인지 스스로도 깜짝 놀라 얼굴을 붉힌다


아우..정말 아직 술이 안깼나보다..흐끅..”


놀란것은 나도 마찬가지다가까스로 정신줄을 부여잡고 그녀를 걱정해주는 척을 한다.


 줄여요선배 이쁘다고 노리는 사람도 많은데


어머 그래 누가 노려?”


그게 포인트가 아니라..”


 내가 이쁜게 포인트ㅋㅋ


아니..그게..제말은…”


내가 얼굴이 붉어지며 얼버무리자 그녀가  좋아라 하는듯 하다아마 남자를 대하는데 있어서는 고수임에 틀림없었다


어쨌든  줄이라구요맨날 그렇게 늦게까지 놀고 마시고…”


..?”


?….…..”


맨날 마시는거같애..?”


..아뇨..죄송해요잊어주세요.”


아니아니..말해봐..뭔가..본거야?”


그녀의 눈치를 살폈지만 읽을  없다오히려  표정이 관리 안되고 있을까봐 긴장했다.


최근에 몇번알바 끝나고 가는길에   같아요..”


흐음그렇구나…”


그녀는 고개를 살짝 떨구며 무슨말을 해야할지 가늠하는듯 했다그리고는 잠시  무언가를 결심한  고개를 들고 나를바라본다.


 혼자 있는걸.. 본건 아니지?”


..…”


나를..경멸해..?”


아뇨..그랬으면 이렇게 데리고 오지도 않았겠죠..”


이건 어쩔  없는 상황이니까…”


그래도..성격상 싫은건 싫은거라..”


으음..그럼..이런 내가 이상해?”


제가 이상하고 말고 할게 있나요..그건 선배 사생활이고..어쨌든 죄송합니다제가 괜한 말을 해서..”


아냐.. 이미 봤으면 어쩔  없지..재희 니가  경멸해도 할말은 없고..”


그렇지 않아요처음엔  놀랐는데 나중엔 그러려니..근데  걱정되긴 했어요..”


“…?”


아니 선배가 누굴 만나는가는 솔직히 상관없어요근데 맨날 그렇게 늦게까지  마시고 몸상하고 그럴까봐.”


 그런걱정을 ?”


그래도..좋은 사람이고 선배.. 여기서 살아가는데  힘이 되준 사람이라그냥 신경쓰이는…”


흐으음..“


그녀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지만 왠지 기분이 좋은듯한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나는 오히려 내가 부끄러워져서 선배에게 숙취해소제를 챙겨주고 옷을 입으라며 방을 나왔다


소파에 앉아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자 잠시  그녀가 어제의 모습 그대로 방에서 나와 나를 보고는 방긋 웃는다


선배 오늘도 알바..가죠?”


 가야지집에가서 씻고..준비하고 그러면 바로 가야겠네..”


 피곤하겠네요..”


아냐 간만에  잔거 같애..고마워그리구 미안.”


아녜요..같이 가요데려다 줄게요.”


아냐아냐  그냥 혼자 가면 얼른  .”


괜찮아요가요저도 바람도 쐬고싶고..”


만류하는 그녀를 뿌리치고  내가 먼저 집을 나서니 그녀는 어쩔  없다는 듯이 뒤를 따라 나왔고 우리는 눈이 쌓인 거리를 잠시 아무말 없이 걷기만 했다 밟는 소리만이 귓가에 선명하게 들려왔고 도심에 가까워질수록 늘어나는 사람들의발소리가 우리의 발소리와 어울려 경쾌하기까지 했다.


저기 선배.”


?”


..아녜요..”


뭐야..”


 마음의 소리가 나올뻔 했다궁금함이 앞서 용기를 내볼까 했지만 그녀의 밝고 이쁜 얼굴을 보자  용기가 사그라든다잠시 그렇게  말없이 걷고 있는데 이번엔 니시카와 선배가 먼저 말을 건내왔다.


재희야.”


 선배.”


오늘 나랑 술한잔 할까?”


오늘요선배 맨날 그러면 안된다니까요!”


그냥 간단하게 말야어디 가기 그런거면 우리집에서 마셔도 되고 오늘 알바 쉬는날이잖아.”


그건 그렇지만…”


 끝날때 쯤에 편의점앞으로 .”


아니..”


그럼 그렇게 하는거다 먼저 갈게!”


그녀는 일방적으로 통보를 하고는 횡단보도 신호등이 바뀌자마자 나를 두고 먼저 뛰어가 버린다굽이 있는 신발을 신고저렇게 눈밭을 달릴  있다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나는 잠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는 멍하니 생각을 정리했다뭔지모를 두근거림이 계속 되었지만 개의치 않았다다만 최근  니시카와 선배의 모습은 그동안의 그녀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어서 그런지  괴리감에서 오는 궁금증그리고 처음보는 존재에 대한 두근거림과 같은것이라 생각했다


그녀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나는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그리곤 쉴까 하다가 전에 소헤이 녀석이 사진찍기 좋은 스팟이라고 알려준 뒷산 공원까지 가보기로 하고 카메라를 챙겨 다시 집을 나섰다산책로 입구에 다가섰지만 올라갈 엄두가 선뜻 나지는 않았다길이라고 나있긴 했지만 아무 발자국도 없고 눈을 치운 흔적도 없는 야생의  같은 모습돌아갈까 하다가 이왕 여기까지  김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뽀드득 뽀드득’ 


신발이 거의 잠길듯한 깊이의 눈이 쌓인 길을 천천히 조심스레 걷고 있는데 문득  발자국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보였다자세히보니 이미 누군가 올라간 듯한 발자국크지 않은것으로 보아 어리거나 여성인듯 했고 다른 내려가는 길이 없다면 올라가는 발자국만 있는것이 아직 내려오지 않았을거라는 추측과 함께 의아함을 가지고 길을 걷는다.


가파르거나 어려운 길은 아니었다다만 눈때문에 조심스레 긴장을 해서 그런지 체력소모가 컸고 그렇게 긴장감을 가지고   올라가자 소헤이 녀석이 말한듯한 공원이 나왔다나무들과 몇몇 벤치그리고 기이한 구조물작가의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각같은것들이 널부러져 있기도 했다 미스테리한 장소같다는 생각이 든다그리고 다가선 전망대전망대라봐야 제대로  그런거라기보다 나무 데크와 난간이 마을을 향해 있었고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하얀 눈의 나라는  다른 모습으로  눈에 새겨졌고 산과 나무 그리고 집들의 지붕들이 온통 하얀색으로 물들어 어디서부터 마을인지 구분도 안되는 하얀빛 세상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전경아니 절경을 담아본다찍고 확인하기를 여러번구도를 바꿔 기이한 구조물과 조각들도 카메라에 담아 작디작은 액정 화면으로 확인을 해본다


그때나무 조각품 옆으로 사람의 모습이 찍혀있는것이 보였다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사람의 모습이다순간소름이돋아  조각품쪽을 쳐다봤지만 역시나  모습은 없었다나는 무엇엔가 홀린것처럼  조각품쪽으로 다가갔고그곳에는 방금 누가 있었다는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뽀득탓탓탁


순간 무언가 밟는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가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고개를 돌리자 검은색  생머리의 사람이 내가 올라온 곳으로 빠르게 뛰어 내려가고 있는게 얼핏보였다쫓아가 볼까 했지만 이내 포기를 하고 주변을 둘러본다아무것도없는 공원마치 이곳만 다른 세상인듯 오묘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듯하다


너댓개의 조각품과 구조물 가운데쪽으로 가보니 무언가 비석같은것이 놓여있는것이 보였다온통 눈이 쌓인  곳에 이비석만이 눈을 피해간듯 깨끗하게 닦여있다그리고  비석구석엔 조그맣게 글자가  있었다.


에리카이곳에서 편안하게..‘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는것이 느껴졌다안그래도 추운 날씨가 살을 파고 들어 에이는듯 했다.


여긴 뭐지..? 소헤이는  이곳을 추천해 준거지변태녀석..’


소헤이에게 한마디 하려고 핸드폰을 집어 들었지만 아니나다를까 이곳은 통화권 밖이다나는  일대의 사진을 서둘러찍고는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돌아가며 확인해보니 역시나 아까 올라왔을때 봤던 작은 발자국이 내려가는 쪽으로 생겨나 있었다


다행히 귀신은 아닌 모양이네.’


산을 내려오자마자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안테나 만땅신경질적으로 소헤이에게 전화를 걸어 따져본다.


소헤이 전에 말한  뒷산 공원!”


오오 거기 가봤냐좋지?”


아니 좋은건 둘째치고거기 뭔데뭔가  이상하던데?”


뭐가 이상해좋기만 한데


아니 이상한 조각들이랑 구조물이랑..그리고 ..비석..같은게 있던데..”


조각들은 유명한 작가 작품이고비석은 뭐냐모르겠는데?”


아니  조각들 사이에 있더라니까 몰라니가 추천했자나!”


아니 비석은 모른다고조각들뿐인데.. 조각들이 비석처럼 보인거 아니고?”


아니.. 됐다 어쨌든 알았다!”


거기 아마 인물 사진이랑 모델컷 할때 자주 갈거야사전답사도 하고 좋지 뭘그래.”


알았어 끊어!”


그래 다음주 주말 미티..”



무슨말을 할지 뻔히 알기에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녀석도 알아챈것인지 더이상 전화를 하거나 하진 않는다나는 이오묘하고 이상한 기분을 남겨둔채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신발을 베란다에 말리고 간단히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아직 니시카와 선배가 끝나려면 두시간정도 남은듯 했다


오늘 찍은 사진들을 천천히 살펴본다역시나 흐릿하게 찍혀있는 여성의 모습 생머리의 교복같은것을입고..


잠깐 교복..? 교복…. 산중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비슷한 생각을 했던것이 떠올랐다.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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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