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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후회


조금 추위가 사그라든다 싶더니 오후에는 다시  바람이 분다이럴때마다 옷차림은 서울도쿄와 다름없이 입고 다니는이곳 사람들이 사뭇 대단하게 느껴졌다.


 왔어요.”


오늘도 일찍왔네?”


선배 힘드니까..”


헤헤..”


여느때와 같은 모습나는 알바를 하기위해 출근을 했고 니시카와 선배는 마무리를 하고 나에게 인수인계  옷을 갈아입으러 사무실로 들어간다잠시  옷을 갈아입고 나온 그녀가 내쪽으로 다가오더니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오늘 끝나고 뭐해?”


뭐하긴요집에가서 자야죠.”


으응기다릴게!”


ㅋㅋ 알았어요무리하지말구 졸리면 자요.”


이따봐!”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편의점을 나간다그녀의 집에서 일이 있은 이후우리는 사귀기로 했다달라질건 없었다다만 그녀가 은밀히 하던 일을 앞으로는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대신 뭔가 다른 일을 찾아보기로 했고 역시 뭔가 도울일이 있으면 알아봐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녀가 무엇때문에 돈이 필요한 것인지 아직은   없었지만 그녀를 믿기로 했다그리고 언젠가는 모두 말해줄거란 믿음을 갖기로 했다


그녀와의 시간은 더없이 좋기만 했다솔직히 이렇게 이쁜 사람과 사귄다는게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학기 학년을 앞둔지 몇주 소헤이에게 연락이 왔다.


오이뭐하냐!”


그냥 있다.”


미팅…”



미팅 소리가 들리자마자 전화를 끊어버렸다예전엔 그냥 싫었지만 지금은 나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끊자마자 바로 소헤이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안한다고!”


얌마 미팅이 아니라우리 사진부 미팅임마이제  개학하는데  안할거야?”


..그거였냐쏘리..니가 하도 미팅미팅 하길래..”


그럼 다른 미팅도 생각 ..”



다시 끊어버렸다역시 방심하면 안되는 놈이었다그녀석에게 다시 전화가 온다.


소헤이 너도  대단하다.”


그치근데 진짜 미팅 있어사진부모델이나 장소 섭외도 그렇고 준비할게 많아.”


알았어..언젠데?”


내일 모래장소는 학교고시간은 정해지면 바로 알려줄게


그래..”


순간 무언가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것이 느껴졌고 나는  즉시  스치는 생각을 소헤이에게 말해본다.


 소헤이.”


?”


 모델이란게프로나 정식 모델인거냐?”


 이런 시골 대학교에서 그런 모델 섭외가 쉽겠냐아마추어나 일반인들중에 모집해보는거지..”


돈은?”


무슨 모델료물론 지급하지그래도 우리 학교 사진부는  잘나가니까여기 풍경도 좋고평이 좋다보니그래도제대로 챙겨줄걸근데 ?”


아니 혹시 니시카와 선배는..”


!! !!”


 ㅆㅂ


소헤이가 갑자기 소리치는 바람에 귀가 따가워 순간 욕이 튀어나갔다.


니시카와 선배 섭외 가능하냐?”


아니 그게 아니라..선배 정도면 모델 해도..”


 당근빠따지!! 니시카와 선배면 말이 필요없지왠만한 아마추어들보다..아니 어쩌면 프로들보다 나을걸?”


근데  그동안 섭외 안한거야?”


..그런가글쎄..사진찍는거 안좋아하는거 같던데..어쨌든 니시카와 선배 가능하다고?”


아니 물어볼  있잖아.”


..근데 선배가 하려고 할까..? 그런거 안할거 같은데..”


그래도  물어나보지 ..”


오오 그래만약 섭외 성공하면  일약 스타가 될것이다그리고 이번 학년 내내 인물 사진 위주라 1년은 걱정안해도 될거야 모델료 말이야.”


 그래좋은 정보군어쨌든 알았다내일은 뭐하냐?”


내일별거 없는데?”


그냥  보자.”


왠일이냐니가 먼저오케시간이랑 장소 보내니시카와 선배  섭외하고!”


끊는다!”


롸져!”


전화를 끊고 소파에 널부러져 바깥 하늘을 바라본다맑고 어둑해진 하늘이 보기만해도 추운 날씨를 대변하고 있었다이곳은 4월까지 눈이 내린다고 하니 아직은 추운게 당연한 곳이었다


니시카와 선배의 알바가 끝날때쯤 해서 편의점으로 어슬렁 거리며 걸어가본다그리고 편의점에 다다랐을때쯤입구 앞에 조그만 아이가  있는 것이 보였다 아이는 예전의  미스테리한 교복의 아이였다여전히 교복을 입고 모자를 눌러쓴 편의점 앞에서 기웃거리며 머뭇거리고 있다.


저기..”


그녀는 내가 부르자 내쪽을 무심히 바라보는  하더니 몸을 돌려 가려는  했다.


아니왜자꾸 도망가는지는 모르겠는데그냥 뭔가 원하는게 있으면…”


 소녀는 나를 돌아보며 무언가 입을 뻐끔거리다가 이내 몸을 돌려 빠른 종종걸음으로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렸다나는한숨만 내뱉고는 의아한 생각과 함께 편의점으로 들어왔다니시카와 선배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미노만이 나를 반겼다


어서오세요..재희씨오셨군요근데 오늘 쉬시는날 아니었어요?”


 니시카와 선배  보려고..”


..오늘 니시카와  안나오셨는데연락  받으셨나요?”


무슨 소리야아무 연락 없었는데?”


개인적인 사정이라고..오늘 쉰다고 해서 그러다보니 제가 고생이라니까요재희씨도 쉬는날이고..주인아주머니도투덜대시더라구여..”


..무슨일이지아침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어쨌든 알았어수고해!”


들어가세요


나는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껴 편의점을 나와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가는 내내 그녀에게 전화를 해봤지만 전원이 꺼져있었고 숨이 막혀오는 답답함에 뛰다시피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어두운 그녀의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앞에서 호흡을 고르고 있는데그녀의  현관앞에 누군가가 문을두드리며 소리를 지르고 행패를 부리는것이 보였다


야아아 이년..내려올때까지 안간다!!”


중년의 아저씨로 보이는 퉁퉁한 남자가 그녀의 집앞에서 나오라고 소리를 치고 욕을 하고 있었다.


저기요.”


어엉?”


내가 부르자  퉁퉁한 남자가 내쪽을 바라보며 눈을 흘겼고헝클어진 옷과 안경을 추스르며 내쪽으로 몸을 돌린다.


뭔데  앞에서 행패입니까돌아가시죠?”


 뭔데너도   따까리냐너도  뜯어먹히고 온거야?”


가까이 다가온  남자에게선 술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만하고 돌아가세요.”


이년이 나랑 노는게 좋다고꼬실땐 언제고용돈도 두둑히 챙겨줬구만이제와서 이제 안할거라고내려와봐얼굴 보고 얘기하자고!”


아저씨자꾸 이러시면 경찰 부를겁니다돌아가시라고요!”


 뭔데니가 뭔데 지랄이야!!”


그가 흥분하여 가방을 휘둘렀고 나는 갑자기 날아온  서류가방에 얼굴을 맞고 입술이 살짝 찢어져 시큼한 피맛이 혀에느껴졌다.


 진짜..이거 폭행죄까지....안꺼지면 죽는다 진짜..”


내가 입술에 피를 닦으며 강하게 나가자그는 주춤거리더니 비틀거리며 물러나는듯 했다


 조심해걸레같은년!! 너도   뭐하고 다니는지 아냐케케케.. 잘들 놀아봐라.”


그는 그러면서 침을  뱉더니 비틀거리며 사라졌고 나는 아직도 두근거리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고는 그녀의  초인종을 누른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여기서 소리칠 수도 없어 집을 돌아 들어가 그녀의 2층방 아래쪽에서 그녀를 불러본다.


선배니시카와 선배!!  재희에요..!”


몇번 계속 하여 그녀를 부르자그제서야 어두웠던 그녀의 방에 불이 켜지는것이 보였고 창문이 열렸다.


선배괜찮아요?“


..희야앙..”


그녀는 나를 보고는 울먹이더니  내밀었던 얼굴을 감춘다나는 현관앞에서 그녀가 내려오길 기다렸고 잠시 겁에질린  하얗게 질린 얼굴을  그녀가 부은 눈으로  현관을 열어준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와락 안기며 몸을 떨기시작했다나는 그녀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와 소파에 앉히고는 물을 한잔 떠다가 그녀에게 갖다줬다.


무슨일이에요 선배.. 괜찮아요?”


“……”


나는 대충 무슨 일인지 짐작은   있었다그녀의 입으로 확인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선배아직   하는건 아니..”


아냐!! 절대 이후로는 한적 없어..”


알겠어요..믿어요.”


정말이야..오히려 그렇게  갑자기 끊어버리니까..대부분 안그러긴 했는데..저렇게 심하게..그러는 사람이 있어서..이런거 예상은 했지만 하지만 이렇게 찾아오기까지  줄은 몰라서..너무 무서워서…”


그녀는 말하면서도 몸을 떨고 있었다물잔을   가녀린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기에 나는 그녀의 앞에 쭈구리고 앉아그녀를 꼬옥 안아줬다.


걱정마요..이제 괜찮을거에요.”


그녀는 내게 안기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물론 위험한 일이긴 하지만선배는 잘못한거 없어요이제 걱정하지 마요저런 사람들  있잖아요.”


그녀는 한동안 울던 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 여기 왜그래..?”


그녀가  입술의 상처를 보고 놀라며 물었다.


 이거..별거 아니에요괜찮아요..”


그녀는 무언가 짐작을 한듯다시 눈물을 그렁거리더니 또한번 울음을 터트린다그리고 미안하다며 백만번 사과를 했다그녀는 눈물기 가득한 얼굴로 흐끅거리며 숨을 삼켰고 나는 그런 그녀의 머리와 등을 도닥여주며 위로해줬다


나한테 연락을 하지..전화는  꺼놨어요..”


자꾸..전화오니까..”


문자라도 보내지..걱정했잖아요.”


..어떻게 알고 온거야..”


편의점에 선배 보러 갔다가 미노만 있길래…”


흑흑흐아아앙…”


한동안 그녀의 긴장이 풀릴때까진 눈물이 멈추지 않을것 같았다그런 그녀의 눈물이 다시 한번 잦아들때쯤 그녀의 팔을잡고 일으켜 세웠다.


오늘은 우리 집으로 가요여기 있기  불안할  아녜요.”


그녀는 놀라는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팔이 이끌려 몸을 일으킨다이시카와 선배는 방으로 올라가 주섬주섬몇가지 짐들을 가방에 챙겨 넣고는 나와 함께 집을 나섰다그녀가 두리번 거리며 주위를 살폈지만 아무도 없다나는 그런 그녀의 차갑게 식은 손을  잡아주며 집으로 향했다그녀도 이내 안정을 되찾은듯  손을 꼬옥 맞잡아 오며 길을 따라 나선다.


들어와요전에 와봤죠..? 


....그러네..”


맨날 선배네 집에서 놀다보니까..우리집은  안오긴 했네요..오늘은 편하게 있어요.”


으응..고마워 재희야..”


그리고 내일..핸드폰 바꾸러 가요내일 어차피 선배 쉬는날이니까..알겠죠?”


…”


먼저 씻을래요아무것도 안먹었죠뭐라도 할테니까..”


내가 주방으로  냉장고에서 먹을만한것을 주섬주섬 고르고 있는데 어느새 다가온 그녀가  뒤에서 나를 꼬옥 안는다.


고마워…”


으이구앞으로는 무슨일 있으면 저한테 전화부터 해요.”


 그럴게..”


그녀는 생긋 웃으며 내게 뽀뽀를 해주고는 샤워실로 씻으러 들어갔다그런 그녀를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그녀가 먹을 만한것들을 꺼내 요리를 했다요리랄 것도 없는 그냥 야채를 때려넣은 볶음국수다국수가 완성 될때쯤 그녀가 샤워실에서나왔고 몸엔 타올이 둘러져 있었다.


..뭔가 입을거 있어잠옷을 안챙겨와서..”


.. 티셔츠라도..”


부탁할게..”


..속옷은 있어요없으면 편의점에서 사올까요?”


 속옷은 있어..”


나는 얼른 방으로 들어가 그녀가 입을만한  티를 가져다 주고 내가 입던 반바지를 하나 꺼내준다그녀는 티를 훌렁 걸치더니 바지를 입어보고는 커서 어차피 흘러내린다며 티셔츠 한장만 입고 방을 나왔다크긴 해서 보이진 않았지만 그녀역시 키가 컸기에 조금만 잘못하면 속옷이 보일듯한 길이였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듯  이쁜 몸매를 살랑이며 주방으로 오더니 식탁에 앉아 내가 차린 국수를 보며 감탄을 한다.


..요리 잘하는구나


이게 무슨 요리에요  그냥 국수지  얼른 먹어요.”


같이 먹어..”


나는 그녀의 맞은편에 마주앉아 그녀가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맛있게 먹으며 웃는 모습이 사랑스럽다밥을  먹고는그녀가 치우겠다는 것을 한사코 말리고 그녀를 티비앞 소파에 앉히고는 티비를 틀어줬다다른 생각 하지 않게 정신없게만들어야 겠다 싶었다설거지를 마친  씻고 온다며 욕실로 들어갔고내가 씻고 나올때까지 그녀는 티비를 보며 편하게 소파에 앉아있었다.


내가 그녀 옆에 앉자 그녀는 자연스레  어깨에 그녀의 머리를 기대왔고 나는 그녀의 머리와 이마에 뽀뽀를 해줬다.


오늘 피곤했을텐데 잘래요?”


..”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일으켜주곤 방으로 데려갔다그녀는 꾸물꾸물 침대  이불속으로 들어갔고 나는 그런 그녀를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방의 불을 끄고는 그녀를 따라 이불을 덮고 옆에 누웠다우리는 잠시 아무말 없이 고른 숨만 내쉬었고방안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오늘 정말 미안해..그리고 고마워..”


 적막함을 깬것은  한번의 그녀의 사과였다.


괜찮아요..”


재희야..”


 선배..”


선배 말구..이제 그냥 이름으로 불러줘도 되는데..”


....”


나도  이름으로 부르자나..”


한국은 그게 평범한거니까여 


나도 이름으로 불러줘..”


그럼..카오리 선배아니 선배라고 해야하나..”


그냥 편하게..”


  적응 안될거 같은데  노력할게요..”


..저기 재희야..”


.. 카오리..”


헤헤..이런 나라도 좋아..?”


이런 카오리여서 좋아요..”


에에..선수같은 말투..”


뭐가 ㅋㅋ 진짠데..앞으로 속만 안썩이면 ..”


미안..”


아냐카오리도 후회하는거 같고..괜찮아요 이제앞으로는 나랑 같이 있어요 하든..”


..”


얼른 자요피곤할텐데.”


그녀는 기분이 좋은지  품으로 꾸물대며 들어와  팔에 안겼다그리고는  숨을 쉬더니 이내 고른 숨을 쉬며 잠을 청하는듯 했다나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그녀의 숨소리를 귀에 새겨 넣었고 그녀의 어깨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그녀가 잠들때까지  눈으로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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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는 괜찮은건가…보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