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전.


현실을 조작하는 힘인 사이킥을 다룰 수 있게 된 인간은 그들의 오만으로 대륙 중심부에 있는 수도에 거대한 사이킥 폭풍을 불러내렸다.

아흐레동안이나 계속된 폭풍은 수도와 그 주변의 모든 것을 산산히 흩어버렸고 불안정한 힘은 현실의 경계를 찢어내어 수많은 괴물들을 불러내렸다.


폭풍이 끝나고 나자 대륙 남부, 훗날 성소라고 불리우는 곳에서 트루드 종족이 약해진 현실의 경계를 뚫고 등장했다. 강한 호전성과 인간보다 더 큰 몸집을 가진 이들은 사이킥 폭풍으로 분열된 인간들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간들은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였다. 트루드와 괴물들의 출현이라는 위기 속에서 한 순간, 분열됐던 인간들은 다시 뭉쳤고 트루드들은 인간들의 전략과 전술 앞에 무너져내렸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 지금은 그저 황제로만 부르는 자가 등장했고, 자신을 따르는 여섯 명의 여대장장이들과 그녀들이 만든 비밀스러운 무구를 들고 트루드 종족을 이끌었다.


수 없는 전투가 벌여졌고 땅과 강이 트루드와 인간의 피로 물들었으며 도시들은 한낱 폐허로 변했다.

마침내 벌어진 최후의 전투에서, 인간들은 트루드의 숨통을 끊기 위한 군대를 동원했다. 도시 한 두개는 우습게 넘을 숫자의 군대가 알려지지 않은 평원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인간의 대군을 맞이한 건 트루드의 황제 혼자였다.


그 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다만 그 날, 하나였던 대륙은 3개로 갈라졌다.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땅이 갈라졌고 바닷물이 들이쳤다.

해안가는 노도같이 밀려드는 바닷물에, 땅은 흔들리는 대지와 갈라지는 틈 사이로 모든 것들이 파괴되었다.


트루드와 인간 둘 다 피해를 입었지만 더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인간이였다.

마침내, 갈라진 3개의 대륙 중 남쪽의 아리아만 대륙이 처음으로 트루드에게 정복되었다.

트루드가 처음 나타난 곳이자 위대한 여섯의 여대장장이가 자리잡은 땅.


얼마 지나지 않아 서쪽의 대륙도 불타올랐다. 인간들의 왕국과 도시는 몰락했고 그 자리를 트루드들이 채웠다.

서쪽 대륙을 정복한 황제는 트루드를 지배하던 12개 대가문 중, 여대장장이들을 따르기로 한 여섯개 대가문을 제외한 나머지 대가문들과 함께 제국을 선포했다. 살아남은 인간들은 트루드의 존재와 그들의 지배를 인정하고 무릎꿇었다.


동쪽 대륙의 인간들은 여전히 건재했지만 전쟁은 일단락되었다. 곧, 제국의 황제와 아리아만의 여섯 대장장이들은 동맹의 증거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호전적인 동족의 무기가 서로를 겨누게 하지 않게끔 하기 위해서.

황제와 여대장장이들은 동맹의 증거로 서로 결합했고, 20명의 자식들이 태어났다.


세계의 2/3을 지배하게 됬지만 트루드의 정복욕과 호전성은 식을 줄 몰랐다.

황제와 여대장장이들 사이에서 난 20명의 형제자매들은 영원을 사는 부모 아래에서의 안락한 삶을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투쟁과 지배의 삶을 원했다.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인간의 손에 마지막으로 남은 대륙, 동쪽의 사르가바룬 대륙이였다.


제국이 세워지고 황제와 여대장장이들이 결합한지 40년이 되던 해.

20명의 형제들은 추종자들과 자신들의 어머니가 만들어준 무구를 들고 사르가바룬 대륙으로 향했다. 40년 전에 중단되었던 전쟁의 재개였다.


인간들은 거세게 저항했지만 노도처럼 밀어치는 트루드들을 이길 순 없었다. 8년간 이어진 긴 전쟁 끝에, 인간들은 스무명의 형제들 중 다섯명을 쓰러트렸지만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마지막 인간 왕국인 엘림이 사르가바룬 북부의 자치권을 대가로 형제들에게 굴복적인 조약을 맺고 항복하자 결국 사르가바룬은 트루드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다.


전 세계가 트루드의 손에 넘어갔다는 사실은 수 많은 트루드들은 흥분시키기엔 충분했다.

새로이 정복된 대륙인 사르가바룬에서 힘을 키우고자 하는 트루드 가문과 새로운 삶을 원하는 인간들은 수 없이 많았다.

사르가바룬으로 매일같이 향하는 수많은 배들은 항상 만선이였다. 사르가바룬, 그리고 트루드의 부흥은 영원히 계속될 것 만 같았다.


하지만 형제들은 만족하지 않았다.

사르가바룬 대륙을 지배하게 된 열 다섯의 형제 중 가장 맏이였던 인카라스는 전쟁이 끝나고 황량한 중북부의 황무지를 지배하게 된 것에 불만이였다.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였던 나이르와 로카이르, 그리고 나말라스를 꼬드겨 남쪽의 아달라스와 라에론을 향해 전쟁을 일으켰다.


형제들 사이에서 일어난 전쟁은 곧 열 다섯 형제 모두가 끼어드는 난장판으로 변했다.

나이르는 아미라스에게 죽었고 아미라스는 나말라스에게, 나말라스는 아달라스에게 죽었다.

그렇게 형제들은 죽었다. 열 다섯 형제 중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건 아이러니하게도 처음 전쟁의 불길을 일으켰던 인카라스였지만 아달라스와 아미라스의 군대가 그의 궁정을 불태울 때에, 같이 불탔다.


형제들이 모두 죽었지만 사르가바룬에서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목적없이, 증오와 관성으로 계속된 전쟁은 땅을 황폐하게 만들었고 황폐해진 땅에서는 먼 옛날 인간들이 몰아냈던 괴물들이 다시 나타났다.

한 때, 인간의 수도가 있었다고 전해지는 거대한 산맥, 비무장지대와 이어진 거대한 땅, 사르가바룬 중북부 황무지에서는 인간과 트루드들이 힘을 합쳐 괴물에게 맞서 싸우기로 결심했다.


황무지의 열 두개 도시는 끝없는 괴물들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방관하는 나이르와 인카라스 왕국에 분노해 자신들은 더이상 왕국에 종속된 도시가 아닌 자유임을 선포했다.

왕국들로부터 자유임을 선포한 12개의 도시의 지원과 힘 아래에 트루드와 인간들은 괴물들에게 맞서 싸웠으나 비무장지대에서 끝도없이 몰려나오는 괴물들을 다 죽일 수는 없었다. 


자유도시 중 하나인 에다루스가 용염에 의해 네 번째로 불타버리고 나자, 결국 황무지의 인간과 트루드들은 괴물들을 끌어내 일시에 섬멸하기로 결심했다. 황무지 한 중간, 불타버린 도시인 우드루스 위에서 오천명이 모여 괴물들과 싸웠다.

열흘 째 되던 날, 싸움은 멈췄고 수 많은 괴물들을 쓰러트린 채 다섯 명 만이 살아남았다.


괴물들과의 전쟁에서 마침내 승리한 황무지의 인간과 트루드들은 자체적으로 무장하고 외부인을 배척하기 시작했다.

형제들의 전쟁이 끝나고 나서 나이르와 인카라스가 독립을 선포한 도시들을 되찾으려 했으나 끝끝내 실패하고 나서, 여덟개 도시는 진정한 자유도시로써 황무지에 남을 수 있었다.


- 에르무스 라이니엔. ’황무지의 역사’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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