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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초기 단계에 임할 때의 작가에게는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여러가지 애로 사항이 많습니다.

단순히 글을 쓰고자 하는 의지와 흥미가 있는 소재만을 가지고는 글이 완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느 만화에서 보았던 등장인물들 간의 케미스트리와 티키타카, 어느 소설의 간결한 문체로 진행되는 강렬한 묘사 등등.

이를 가지고 창작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가슴 뛰고 훌륭한 일이지만,

단순히 이런 기제만 가지고 창작에 임하는 것은 살점 만으로 사람을 만들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여기에 짧게나마 이야기의 뼈대를 만드는 방법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글쓰기의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오직 두 가지 단계로 단순화가 가능합니다.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글쓰기의 첫 단계는 먼저 거대서사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거대서사란 구체적인 세계관이 아니라 이야기가 나아갈 방향을 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쓰고자 하는 글의 내용이 "자신을 배신한 과거의 동료들에게 복수하는 용사 이야기" 라고 한다면,

거대서사는 "용사의 복수"가 되겠습니다. 글의 뼈대에 해당하는 요소입니다.

세계관은 그 용사와 동료들이 존재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배경이면 되겠지요. 이는 살점에 해당합니다.



둘째 단계는 육하원칙에 따라 거대 서사에 합리성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는 국소적인 서사의 창작, 즉 이야기에 살점을 붙일 때도 사용하는 방법이니 잘 기억해두셔야 합니다.


육하원칙이라고 하였지만 여기서는 단순히 '누가(주체)' '무엇을(행동)',  '왜(이유)' 에 대해서 만 고려해도 좋습니다.

그 밖에 '어떻게', '언제', '어디서'는 추후에 필요한 질문들입니다.


첫 단계에서 정했던  "자신을 배신한 과거의 동료들에게 복수하는 용사 이야기" 를 육하원칙에 따라 분리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용사가(누가)', '복수를(무엇을)', '과거의 동료들이 배신해서(왜)' 한다.

자, 벌써 뼈대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것 만으로는 완성된 이야기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용사는 정말로 어디에서 나타난 사람이며, 어떤 방법으로 복수를 할 것이며, 과거의 동료들은 어째서 배신을 했는가에 대해 전혀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후에 작가에게 남겨진 과제들도 '누가', '무엇을', '왜'에 따라 차근차근 풀어나가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당장 윗 문단에서 새로이 등장한 과제들을 예로 들어 복습해보도록 합시다.



Q1. "용사는 정말로 어디에서 나타난 사람인가?"


'누가', '무엇을', '왜'에 따라 이 질문을 해체해보아도 제공되는 정보는 하나 뿐입니다. 

바로 '무엇을'에 관한 것입니다. "용사가 나타났다" 라는 사실만이 존재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누가'와 '왜'에 관한 것을 만들어낼 필요가 생겼습니다.


저는 보통 판타지보다는 SF를 가미하고 싶으니 '누가'를 '초월적인 기술을 가진 인류의 선조 종족'으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인류의 적인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를 '왜'에 대입하도록 합시다.


그러면 용사에 관한 국소적인 서사가 다시 하나 완성됐습니다.

'용사는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 선조 종족이 만들어낸 인공의 인간이다.'


이 명제가 창발된 것으로 인해 '선조 종족은 어디서 왔나', '왜 용사를 만들어서 마왕을 물리치려 하는가' 등의 새로운 질문이 생겼습니다.

이런 식으로 새로운 질문들에 대답해가면서, 거기에서 생긴 의문에 살을 채우는 것이 기본적인 창작의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반복하는 7살 짜리 아이처럼 계속해서 자신이 만들어낸 명제에 대해 대답해야 합니다.

'누가, 무엇을, 왜'를 넘어 '어떻게, 언제, 어디서'까지 모두 질문하고 그에 대답했을 때 뼈대 만들기와 살점 붙이기는 완료됩니다.


거대 서사의 창작 이후에 진행되는 이 부수적인 '왜'에 대한 '대답'을 바로 '빌드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독자가 보기에는 빌드업이 먼저 진행되고, 그 다음에 거대서사가 모습을 드러내야 합니다)



여기까지가 개략적인 글의 기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주 간단한 방법이지만, 글에 익숙할 수록 잊기 쉬운 것이기도 합니다.


나머지 예제들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테니, 그냥 재미삼아 남겨 놓도록 하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왜 글에 주제가 있어야 하는가에 관해 짧게 이야기할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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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용사는 어떤 방법으로 복수를 할 것인가? 



Q3. 과거의 동료들은 어째서 배신을 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