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단어 챌린지란?: 댓글로 주어진 단어를 모두 써서 글(주로 소설)을 써야 하는 챌린지

제시 단어: 가을 바다 백사장 얼음 니코틴아마이드아데닌다이뉴클레오타이드 / 둬둬둬 / 창작문학 / 아카시아 세신사 메이드복 계획생육정책 모무늬낙엽병 전주 세일러복 카프카 탄산수소나트륨 응애 나애기 맘마 밥조 김형직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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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네요."

"예. 역시 바다는 가을바다죠."


백사장으로 뒤덮힌 바닷가. 그곳에서 그녀와 나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자주 나누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처음에는 얼음같이 차가웠던 그녀였지만, 어느샌가 나의 소중한 말동무가 되어주었다.


"가을 바다가 좋다니요?"

"좋잖아요. 적당히 쌀쌀한 바람에 밀려오는 파도 소리부터 시작해서, 적당히 쨍쨍한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바닷물. 그리고 끼룩거리는 갈매기라던가..."

"지금 뭐라고 하셨죠?"

"예?"


그녀가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말했다. 내가 무언가를 잘못 말했나 싶었다. 그녀는 나를 지금껏 보지 못했던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바닷물이... 뭐라고요?"

"반짝인다고요."


그러더니 그녀가 총을 꺼냈다.


"넌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어."

"아니, 잠깐만, 뭐, 뭔데?"

"그래, 그런 거였어. 넌 사실 우리의 비밀 계획을 망치려고 온 첩자였어. 혼자 있는 나한테 접근한 것부터가 수상하더라니. 역시 그걸 눈치 채고 온 거였구만."

"뭐?"

"모르는 척 해도 소용 없어. 우리가 인간들의 니코틴아마이드아데닌다이뉴클레오타이드를 정지시켜 인간들을 몰살시키려는 계획을 봐버렸으니 이제 그만 잡혀줘야겠어."


그녀가 품에서 권총을 꺼냈다. 그리고 장전을 하더니 총구를 나에게 겨누었다.

"어느 조직이야?"

"예?"

"어느 조직이냐고. 이래도 말 안 해?"


총구가 머리에 닿았다. 어느새 그녀의 표정은 분노와 혐오가 뒤섞여있었다. 이대로 가면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때였다.


"둬둬둬둬둬둬둬둬"

총알이 날아오더니 그녀의 머리에 핏줄기가 터졌다. 상당히 그로테스크했다. 이 무슨 창작문학 같은 일이란 말인가.



"좋아, 잘 붙잡아두고 있었어!"

"네?"

"역시 너였구나! 이번에 새로 들어왔다는 신입이!"

"...네?"

"내 이름은 아카시아. 너도 많이 들어봤겠지만 이렇게 직접 보는 건 처음이지?"

"......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아카시아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싶었다.


그때 저쪽 어디에서 간부 급으로 보이는 중년 아저씨가 등장했다. 목욕탕에서 세신사 일을 막 하고 온 듯 때밀이 수건을 들고 있었는데, 메이드복까지 입고 있어 보기에 좋지 않았다.


"네가 그 신입이구나? 오랜만이다. 그때랑은 뭔가 분위기가 많이 다르지?"

이건 또 뭐란 말인가. 분위기가 다른 사람들이랑 다른 건 맞는 것 같지만. 물론 이상한 방향으로.

"아니요, 별로 다르지 않아요."

"그래? 벌써 적응됐나보네."

"적응 빠르네. 하긴 그때보다는 한결 패션이 순해지긴 했지."

그 세신사의 말에 아카시아가 덧붙였다. 그보다도 이게 순해진 거라고? 그럼 평소에는 뭐하고 다니는 거야?


"아무튼 우리 '계획생육정책'을 위해서는 저 NAD(그 니코틴 뭐시기의 준말) 파괴기를 파괴할 수 밖에 없어. 우리의 출산율 증가 정책에 반대되니까."

그냥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아카시아가 뭐라뭐라 주문을 외우더니 변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치 모무늬낙엽병에 걸린 것처럼 색깔이 영 이상했다.

그나저나 저 세신사 아저씨는 전주에서 공수한 듯한 세일러복을 입고 있으니 참 보기 흉했다.


"이제 저 비밀병기 '카프카'만 없앨 수 있다면..."


"오이오이, 자네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건가?"

세신사 아저씨가 세일러복 등 쪽 지퍼를 잠그려고 낑낑거리던 그 때 누군가 매우 삐딱한 자세로 탄산수소나트륨을 먹으며 등장했다.

"안 그래도 속 쓰린데 사람 귀찮게 하는 건 무슨 생각인 건가?"


"너구나. '카프카'를 만든 놈이!"

세신사가 대꾸했다.


"그렇다. 이 세상은 썩었어. 그러므로 세계를 지우고 다시 만들어야 해!"

"그딴 궤변은 내가 수정해주지!"


세신사가 주문을 외치자 '계획생육정책'이 발현되었다. 빔이 그 적이라는 사람한테 닿자 그 적이 임신을 한 것이었다.

그러더니 아기를 순풍숭풍하게 출산했다.

그리고 아기가 말했다.

"응애 나애기 맘마 밥조"


"크하하, 어떠냐! 계획생육정책의 맛은!"

"큭... 하지만 나는 포기할 수 없다. 이 정도 타격은 고통도 아니니까."

"그런가?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들으면 다를 거다."

"뭐가 말인가? 무슨 말을 해도 나의 멘탈을 부술 수는 없을 거다."

"내 유전자와 교배시켰다."

"우욱"


그렇게 전쟁이 일단락되었다.


아무튼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카프카를 만든 사람들을 원격으로 임신하게 되어 순풍순풍 출산하게 되었다.


그렇게 카프카가 파괴되고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그때 나는 궁금증이 생겼다. 어째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을 벌이는 지.

"그야 당연히..."

그리고 나는 대답을 듣고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혁명동무를 육성하는 락원을 만들기 위한 위대하신 령도자 동지의 뜻 아니갔소?"


그 순간 그들에게 붉은 기운이 흘렀다. 김형직,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그 대대로 내려오는 붉은 기운이 인상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