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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읽고 읽어야 이해가 더 잘댐


"극에 치닫은 신념은 결국 광기일 뿐이야! 그건 공산주의라고! 니 말대로라면 이 세상은 말따마나 지상낙원이 따로 없겠지.


하지만 만약 지도자의 생각이 바뀌면?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어. 지도자의 생각이 틀렸다면? 그런 상황에서 방향을 잡아주어야 할 민중의 의견은 그저 개 떼의 지저귐에 불과하다면?


인류는 계속해서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거야. 민중의 의견이 개소리 취급 당하는 세상은, 이미 민중을 인간 이하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띄고 있다고!


내가.. 내가 바라던 세상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어..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야해! 가축이 아니라!


인정하기 싫지만 인간은 역겨울 정도로 이기적이야. 이제껏 인간을 믿어왔지만 이건 변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었어.


부수고, 약탈하고, 헐뜯고, 남을 짓뭉개서 이득을 취한다. 인간은 본디 경쟁의 운명을 타고났어. 분쟁이 없고 전쟁이 없는 세상? 멋져. 정말 멋지지. 하지만, 그 세상에 살고 있는 것들이 정녕 인간이라고 생각해?"


소녀는 흔들리는 눈으로 이곳을 바라보았다. 흔들리는 눈, 흔들리는 신념.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아니. 그건 가축의 세상이야. 내가 바라는건 인간들의 세상이고.


인간의 전쟁, 역겨운 정치, 쓰레기 같은 핍박들. 더러워, 역겨워. 나도 알아. 내가 바라던 정의는 이런게 아닌 너처럼 이상적인 정의였다는걸.


하지만 이제까지는 인정하지 않았어, 타협하지 않았어. 인간이.. 너무나도 더럽고 역겨운 욕망 덩어리라는걸, 변하지 않는다는걸. 하지만 네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어. 인간에게서 그 더러운 욕망들을 완전히 거세한다면, 그건.. 더이상 인간이 아니야."


스르릉- 소녀는 검을 빼들었다. 떨리던 눈동자는 천천히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이곳을 똑바로 겨눈 검 끝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으나, 더이상 눈동자는 떨리고 있지 않았다.


"나는 인간들의 세상에서 살고 싶어 마왕. 내가 지키려 했던 정의는 그런 것이었어. 내가 죽고자해서 지키려고했던것들은, 가축이 아니라 인간이었어. 그렇다면 이제 인정해야해, 받아들여야해. 인간은 변하지 않아.


인간은 더러워, 역겨워.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이 가축과 다른 점이 뭐라고 생각해? 인간은 동물과 다르게 필요 이상의 생물을 죽여 비축하는 것? 고작 꼴 보기 싫다고 길가를 떠도는 고양이에게 뜨거운 쇳물을 쏟아 붇고 눈알을 파내는 것? 고작 권력이라는 허상을 위해서 다른 이들을 마구잡이로 이용하고 써먹고선 가져다 버리는것? 돈을 위해서 한 가족의 딸아이를 납치해서 창부로 써먹다가 장기를 떼다 팔아버리고 바다에 던져버리는 것?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들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우고 있는 마법소녀를 인터넷이라는 익명성을 빌려 모욕하고 돌을 던지는 것?"


소녀는 썩은 미소를 지으면서 긍정했다. '맞아- 그게 인간이야'- 라고.


그렇다면 왜. 내가 소녀에게 되묻기도 전에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생각할 수 있어. 사고할 수 있어. 불의에 맞설 수 있어. 신념을 위해 목숨을 불태울 수 있어. 후회할 수 있어. 다른 이들을 위해 희생할 수 있어. 불타는 집에 들어가서 자기 목숨을 버리고 한 가정을 살릴 수 있어. 납치되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차에 치이고 총에 맞아도 맞설 수 있는 용기가 있어.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해 자신의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고 진실을 외칠 수 있어. 전쟁 범죄를 고발하기 위해 총알이 난무하는 전쟁터에 파견나갈 수 있어.


분명히 인간은 역겨워. 하지만 그들이 가축과 다른 점은 가축은 밥만 주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본능적인 생물이지만 인간은 아니라는거야.


인간은 욕망과 경쟁의 생물이야. 본능 이상의 욕망을 원하고, 이성 이상의 경쟁을 원하지. 그렇기에 인간은 역겨운거야.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지 않을 일까지 원하니까.


하지만, 그런 더러운 욕망만큼 깨끗한 욕망도 있어. 동물에게는 양심이 없어. 왜? 그들이 살아가는데에는 양심이라는 것이 전혀 필요하지 않으니까. 그건 생존에 전혀 유리해지는것이 아닌, 행하면 행할 수록 생존에 불리해지고 죽어가는 욕망이니까.


그러니까 이건 오롯이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이상한 욕망이야.


남을 위해 자신이 손해를 감수하고, 남의 목숨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아주, 아주아주 이상한 욕망."


횡- 바람가르는 소리가 울리고 이제 더이상 소녀의 검 끝은 흔들리지 않고 결의의 찬 눈빛이 이쪽을 겨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난 인간을 믿을거야 마왕. 아쉽게도 너와 손 잡는건 안되겠어."


소녀는 역대 최흉이라는 마왕을 향해 검을 겨누며 비뚜름하게 웃었다.


이 아래꺼는 아직 쓰는중인글 맛은 없을듯?


'아카데미의 추리 천재 무녀가 되었다.'

내가 빙의당했고, 현재 살아가고 있는 소설의 이름이었다.

왜 빙의당했느냐고? 나도 잘 모르겠다.

딱히 소설에 악플을 달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선플을 달지도 않았다. 5700자는 커녕 작가 메일 주소도 모른다. 내가 한 것은 그저 매화마다 꼬박꼬박 추천만 눌러주고 완결까지 따라간것 뿐이었는다.

그런 사람이라면 분명 나 말고도 수백은 있었을터. 그런데 왜 하필 나였는지. 또 대체 무슨 능력으로 빙의시킨것인지. 전혀 추측가는 부분이 없다.

그럼 혹시 악플이나 5700자 혼자만 끝까지 본 소설 같은 이유 말고 뭔가 다른 계기라도 있었냐- 하고 물어보면 그것도 아니다.

차에 치이지도, 버스가 전복하지도, 괴한에게 찔린다거나, 과로로 쓰러지거나, 갑자기 모니터에서 엄청난 빛이 나온다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

그냥 자고 일어났더니 소설에 빙의해 있었다. 솔직히 이런건 좀 빙의물 클리셰에 따라줘야하는게 아닌가.. 하고 툴툴거리려다 따지고보면 이것조차 클리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클리셰 비틀기랍시고 위의 이유들 대신 이런 시답잖은 이유를 대는 경우가 많아졌으니 말이다.

혹시 나중에는 클리셰 비틀기 비틀기까지 나오지 않을까. 사실 주인공은 자기가 빙의자인줄 알았던 예언자였다- 라는 식으로?

생각에 저편에서 뭔가 두려워지는 미래가 떠올랐지만, 뭐 그때는 그때가서 생각해보면 되는 문제니까 지금은 다시 밀어 넣어두었다.

지금 중요한건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를 클리셰 비틀기 비틀기 따위가 아니라 내가 소설에 빙의하고 뭘 했느냐니까.

사실 중요하다고 말하긴 했지만.. 정말로 별일이 없었다.

솔직하게 생각해봐라. 평범하게 집에 틀어박혀서 책이나 읽던 일반인을 갑자기 훈련된 초인들 사이에 던져 놓으면 대체 그 일반인이 뭘 할 수나 있겠는가?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뭐, 그거 말고도 내가 소설에 빙의하고도 아무것도 못한 이유가 또 있기는 하다. 보통 아카데미 빙의물은 처음 보는 인물 아니면 조연이나 주연으로 입학식 도중에 빙의 되기 마련인데 나는 아니었다.

작중 아카데미 입학식 시기는 2122년이었고 내가 빙의한 시간대는 2097년이었다. 그래. 나는 본편의 아카데미 시기보다 25년이나 일찍 빙의해버린것이다.

게다가 성인이나 청소년으로 빙의한것도 아닌 아기부터 시작. 당연히 작중 기연이라거나, 히든피스에 관한 지식은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고, 작중에선 과거 역사책에서나 나오는 '침략 전쟁' 이라거나 '이종족 분쟁', '마신 퇴치' 같은 대사건을 몸소 직접 겪는 세대가 되어버렸다.

당연히 그 난리통에는 군인이나 초인의 숫자가 부족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런 이유로 나는 성인이 되자마자 군대로 끌려갔다.

뭐.. 거기선 굉장히 많은 일이 있었다고 해두겠다.

선임의 갈굼은 기본, 일반인인 군인들을 바라보는 초인들의 무시어린 시선과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여기는 무능한 윗대가리들까지.

그런 곳에서 살아남기위해선 나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용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수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고 나는 여자가 되어버렸지만,

결국 나는 살아남는데에 성공했다.

당연히 저런 대사건에 세번이나 휘말린 군인을 전쟁 영웅을 우대해준다.. 같은 일은 없었고, 그래도 5년정도는 걱정없이 먹고 살 수 있을정도의 돈을 받았다.

나는 그 중 약 2년치를 사용해서 내집을 마련하고, 가구를 채워넣고, 편의기구들을  산 이후, 약 1개월동안 총소리 없는 편안한 나날을 즐겼지만..

그것도 약 1개월 동안만이었지, 그 이후가 되니 번 아웃 증후군인지 뭔지가 날 찾아와서 뭐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것 같았다.

그래서 그때 해보자고 결심한것이 글쓰기.

그렇게 나는 소설 속에 빙의해서 소설을 쓰게 된다는 웃지 못할 일을 하게 된것이다.

"후우.."

뭐 솔직하게 말하자면, 웹소설 작가라는 일이 처음부터 그리 잘 되지는 않았다.

안그래도 종전으로부터 1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였던데다 내가 글을 특출나게 잘 쓰는 사람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끄으응- 하는 소리와 함께 기지개를 폈다.

그러자 이런 몸으로 변한지 벌써 3년이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적응이 안되는 가슴이 제 피지컬을 자랑하며 옷 위로 도드라졌다.

나는 쭉 펴지며 풀린 관절에 개운한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인기가 없어도 첫 작품을 오기로 완결.

이후 두번째 작품부턴 첫작으로 인해 안정된 필력과 무난한 소재를 잡아 선호작 5000정도 되는 글을 써냈다.

그리고 인생 첫 5700자 메일을 받아봤지.

솔직하게 멘탈이 흔들리지 않았다- 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세차례의 대전쟁을 겪었던 내가 겨우 이정도로 멘탈이 무너지진 않았다.

다만 글 쓰는게 조금 더 무서워지긴 했지.

그래서 조금 긴 휴식기를 가지고자 첫 작품에서 두번째 작품을 집필할 때는 가지지도 않았던 휴식기를 세번째 작품에선 6개월이나 가지기로 했다.

그렇게 공지까지 올리고 조금 쉬기로 결정한 바로 다음날.

나는 내가 쓴적도 없는 작품이 내 필명으로 올라가 있는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찬찬히 그 글을 읽어보자 묘사며 표현까지 분명 내가 쓴 글이 맞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게 뭔.."

그에 나는 어이없음을 표하며 이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되는지 기다려보았지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로 글이 올라갔다.

그 상황에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던 나는 한번 밤을 새어보았고, 내 몸은 내가 뭘 하고 있었든 8시부터 8시 30분까지 글을 쓰고 업로드 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만약 지금이 전시 상황이었다면 이건 엄청나게 위험한 일이었겠지..만

"뭐.. 상관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