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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빛으로 채워지는 중이었다. 그들은 자기가 우주를 맨 처음으로 탐험하는 개척자가 된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그렇게 다들 세상의 끝을 향하여 진행하고 있었다. 어라, 동식이한테 뭔가 일이 생길 것 같다.


 "야, 야! 비켜!"


 웬 녀석이 동식이의 밑으로부터 치고 올라왔다. 이대로 가다간 부딪힐 게 뻔했다. 하지만 둘 다 속력이 너무 빨라서 어디로 틀 수 없었다.


 "미안, 나도 내 몸을 주체할 수가 없어."


 결국 두 광자는 부딪혔다. 그리고 그곳에선 웬 알갱이 두 개가 튀어나왔다. 두 개입자는 상당히 비슷하였다. 하지만 둘의 전하가 반대라는 점에서 상당히 다르기도 하였다.


 "동식아!"


 동식이뿐만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서로가 서로에게 충돌하면서 그런 식으로 나뉘었다. 아직 부딪히지 않은 광자들은 '이러다 빛이 사라지고 암흑만이 남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나뉜 두 입자는 위로 아래로 상대방을 지나치는 파동의 형태를 이루며 나아갔다. 그러다가 파동의 진폭이 점점 좁아지고 결국 한 점에서 만나는 그 순간, 그곳으로부터 다시 빛이 생기는 것이었다. 빛의 만남은 이별을 낳았고, 이러한 이별은 다시 빛으로 향하는 재회를 이룩하였다.


 빛이 요동치던 때에 아래에서는 쿼크들이 말썽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만나려고 할 때마다 온 우주의 열기가 방해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언제쯤 손 한번 잡나 하고 전전긍긍했다.


 온도가 많이 내려갔다. 그러자 자신들의 사랑을 결사반대하는, 막장 드라마 속 결혼을 반대하는 남자의 어머니 같은 우주를 저지하고 자기들끼리 결합을 시작했다. 하지만 우주의 입장에서는 반대할 만했는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 자칭 비련의 여주인공은 양다리를 걸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놀라운 것은 양다리가 걸친 두 남자 주인공끼리도 서로 사랑한단 것이었다. 그런 기기묘묘한 삼자 관계가 쿼크 그다음의 것들을 존재토록 하였다.


 업 쿼크 둘, 다운 쿼크 하나가 결합하여 양성자, 업 쿼크 하나 다운 쿼크 둘이 결합하여 중성자란 결실을 보았다. 하지만 우주가 식었다고 해도 아직까진 많이 뜨거운 편이었다. 그 열기는 중성자적 사랑을 하던 쿼크들은 양성자적 사랑을 하고 싶게 했고, 그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 후 광란의 파티가 벌어졌다. 중성자는 에너지를 방출하며 양성자와 전자로 바뀌고#, 양성자는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중성자와 양전자로 나뉘었다#. 하지만 양성자가 된 녀석들은 다시 중성자가 되고, 중성자가 된 놈들도 양성자로 되돌아가기 일쑤였다. 


 우주는 계속 식어갔다. 그러한 대세에 따라 본인들의 열기도 낮추고자 하는 자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래서 에너지를 방출하고자 하는 중성자들이 흡수하고 하는 양성자들보다 많아졌고, 이런 이유로 현재의 양성자와 중성자 개수비가 7:1이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엄청 활발하던 빛과 양성자, 중성자들도 낮아지는 온도 때문에 점차 반응을 일으키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양성자와 중성자들은 이대로 끝내기엔 아쉬웠다.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고민하다 마침내 열망을 실현할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 방법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부터는 서로를 향한 질투 대신 힘을 합칠 때였다.


 쿼크 셋이서 결연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서 이제는 양성자와 중성자 간의 결합이 시작됐다. 서로가 상대방을 향해서 헤엄쳐 가다가 만나는 그 순간, 다시 우주에서는 작은 불꽃이 일었다. 그때 튀어나오는 열기는 주변 다른 입자들의 애타는 마음을 적시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양성자 둘과 중성자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모였고, 운이 좋으면 양성자 셋과 중성자들이 모였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만남과 헤아릴 수 없는 이별, 그리고 무수한 재회가 있었다. 그리고 만남과 재회는 이별이 있기에 더욱 찬란했다.


연표

10⁻³⁵초: 쿼크의 형성 

~10⁻⁴초: 양성자 중성자의 생성, 소멸이 평형을 이룸

~1초: 렙톤(전자, 뮤온, 타우)의 생성, 소멸이 평형을 이룸

~3분: 헬륨 원자핵, 극소량의 리튬 원자핵 합성


렙톤의 이야기도 하고 싶었는데, 이야기 구성 때문에 못했음. 최대한 찾아보긴 하지만 오류가 있을 수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