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체벌에 대해 좋은 기억이 없다초등학생 때는 부모님이 촌지를 내길 거부했다는 걸 이유로 사소한 꼬투리를 잡혀 교무실까지 머리채를 잡힌 채 끌려가기도 했고부모라는 이들은 숙제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글씨체가 못생겼다거나연필 뒤꽁무니를 씹었다거나심지어는 1학년 겨울방학 내로 구구단을 전부 외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걸핏하면 나를 때리고 맨발로 차가운 문밖으로 내쫓곤 했다심지어는 본문 해석을 하나 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10kg이 넘는 철제 책상을 1시간이나 들고 벌을 서게끔 한 적도 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과연 그것들이 내게 도움이 되었을까숱한 구타와 두꺼운 글씨체 교정집을 끼고 살았음에도 여전히 내 필체는 엉망이다손이 부러져라 필사했던 사설은 그저 내게 노동이었을 뿐내 필력은 중학교 3년동안 손에서 놓지 않았던 토론 입안문 작성과독서를 통해 이루어졌다.

 

결국그 외에 내가 배운 것은그들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그저 들키지 않도록더 조용하고 은밀하게내가 바라는 바를 이루고더 교묘하게 그들을 속이는 방법들 뿐이었다듣고 적는 숙제는 앞부분과 뒷부분의 몇 줄만을 제대로 적거나 한두 문단씩 빼고 적었고다른 과목들은 PDF 답지를 내려받아 베끼거나폐지함에 버려진 답지를 주워 몰래 숨기는 방식으로 점점 더 교묘한 쪽으로 속이는 방식을 발전해나갈 뿐이었다.

 

체벌이나권위를 내세우려고 하는 이들은 결국 그러한 수단 없이는 자신이 너무 볼품없기에그러한 수단 외에는 타인에게 자신의 말을 경청하게끔자신에게 설득되게끔 하는 능력이 없으므로 그러한 수단에 집착하게 된다어린아이 하나 구슬리지 못해 폭력을 사용하고누구나 먹는 나이를 들먹이며허울뿐인 지위를 내세워 추잡하게 자신의 바닥을 치는 자아를 끌어올려 보려는 것이다고작 어린아이에게.

 

체벌을 부활시킨다고 교권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나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그렇게 된다면 학생들은 점점 더 은밀하게더 어른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숨어들 것이다그러면 자연스레 여러 범죄와 심각한 탈선으로 이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그러므로 우리 어른들이 권위와 폭력에 의존하기 이전에자신이 타인에게 존중과 존경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성찰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