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는 스스로를 미치광이 작가라 부른다. 물론 그가 정신병이 있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그렇게 부르는 것은 아니었고, 단지 그가 '나 정말 미쳐버리겠어' 하는 호소와 자조적인 농담을 그다운 기교로 적절히 섞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었다.

별로 닦는 일이 없고, 닦더라도 셔츠로 슬쩍 문질러 닦는 일이 전부인 그의 뿔테안경 속 눈은 항상 배고프다. 정확히 말하자면 때로는 걸인의 입처럼, 때로는 소매치기의 손처럼 그의 눈은 항상 정보를 탐한다. 마치 그것만으로도 <위대한 개츠비>를 써내리고, <노인과 바다>를 술술 읊어낼 수 있는 것처럼. 그 또한 한때는 꽤나 멋들어진 줄글들을 뽑아낸 적이 있었다. 영감이란 것이 매일같이 찾아와 마치 혈관에는 전류가 흐르고, 머릿속에서는 폭포가 흘러 펜을 들면 수많은 문장들이 스스로를 뽐내며 쏟아져나오는 나날들. 그때는 그의 책들도 서점에서 꽤나 상석들을 꿰찼었고, 뜸하던 연락도 작가 하나 나왔다는 이유로 잦아졌었다. 하지만 지금은 영락없이 유령을 쫓는 경찰이요, 유니콘을 좇는 사냥꾼 꼴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에게 있어 세상은 항상 흐릿하고 어두운 잿빛이었으며, 시도때도없이 그에게 쇠사슬을 채우려 하는 압제에 지나지 않았다.


2.

그는 나름대로 지식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며 산다. 비록 남들이 보기엔 평범한 회사원이요, 월급쟁이요, 사회를 구성하는 톱니바퀴에 불과하겠지만. 그럼에도 그는 세상사에 깨어있으며, 약간은 펜을 다루는 재주도 있는 말하자면 '난 놈'이었던 것이다.

특히 그의 글들은 꽤나 볼만해서, 멋들어진 말들로 촌철살인을 날리거나 맵시있는 단어로 그림을 그려내는 제격이었다. 더구나 '글쓰는 회사원'이라는 칭호가 주는 나름의 잔재미도 있다. 이를테면, 그의 친구들은 그를 '작가 양반, 작가 양반' 하고 부르곤 했고, 회사에서 약간의 차질이 생길 때마다 '이제 작가 양반 사표 쓰고 전업작가 되시겠다' 하는 투로 농담을 건네곤 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아무 문제 없이 유토피아에 가까운 삶을 보낸 것은 아니다. 그 또한 때때로 갈등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럴 때마다 특유의 유연한 대처,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 빼어난 일솜씨를 통해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밝은 회사생활, 찬란한 삶,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다. 그에게 있어 세상은 수많은 가능성들의 세계였고, 화려하게도 빛나 눈부실 정도로 밝았다.


아마 뭔가 거창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기보단 표현 위주가 될 거 같네요

가제는 쌍둥이로 정해놓긴 했는데 마음에 안 들어서 그림자로 바꿀까 생각 중

아직 맞춤법 검사 같은 기초적 작업도 안 해둔 상황이라 완성되면 조금씩 바뀌어서 나올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