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다 해져버린 재킷의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든다. 꺼내 드는 손에서 그것의 가벼움과 담배끼리 부딪치는 달그락거림이 느껴진다. 담뱃갑을 열어젖히자 그곳에는 겨우 세 개비의 담배가 들어있을 뿐이었다.


 그중 하나의 담배를 들어 올려 입에 문다. 눅눅하고 질긴 종이의 질감이 입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손끝에서 작은 불꽃을 피워 올린다. 그러면 얇은 손가락의 끝에서 촛불보다 작은 불꽃 하나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나타난다.


 나는 그 불꽃을 무심코 응시한다. 그 작고 붉은 불꽃은 약하게 부는 실바람에도 이리저리 흔들린다. 나는 이리도 연약한 불꽃을 볼 때마다 무심코 나 자신을 떠올린다. 어째서일까, 나는 그저 알 수 없는 의문을 보낼 뿐이다.


 저 작지만, 창틀조차도 없는 창문에서 산들바람이 언뜻 붙어온다. 불꽃은 마치 꺼질 듯이 위태롭게 흔들린다. 금세라도 꺼질 듯 바람에 흔들리던 그것은 이내 다시 일어서며 그 위태롭지만 꿋꿋한 자태를 뽐내었다.


 나는 그런 불꽃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담배에 불을 붙인다. 가볍게 빨아들이는 숨에 붉게 달아오르는 담뱃불은 그 뒤로 하얀 재를 남기며, 담배를 태워 들어간다. 이내 내쉬는 바람에 뭉게구름과도 같은 하얀 연기가 저 위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연기는 저 위를 향하며 마치 없었던 것처럼 흩어진다. 


 그리고는 담배를 가만히 응시한다. 언뜻 위태로이 보이기도 하는 담뱃불은 담배를 조용히 갉아 먹어가고 있었다. 그 뒤로는 하얀 재와 연기를 남기면서, 그 담뱃불은 꾸준히 끝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었다.


 나는 흡연을 즐기지 않는다. 그저 저 위를 향해 날아가며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는 연기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마치 불꽃처럼 위태로이 흔들리고 날아가지만, 결국에는 사라져 버리는 연기를 언뜻 동경하듯이 바라볼 뿐이다.


 담배를 바라보며 상념에 빠져있는 사이, 어느새인가 담배는 이내 거의 타들어 가 버리고 말았다. 그것을 받치고 있던 내 손에는 그것의 하얀 재와 작은 담배꽁초만이 남아 있었다. 작은 담배꽁초에는 아직도 작은 불꽃이 남아 그것을 태우고 있었다.


 담뱃불이 손바닥에 닿아 있었지만 뜨겁지 않았다. 이 몸일 때에는 불꽃의 뜨거움을 느낄 수 없다. 나는 불꽃의 마법 소녀이고, 나는 마치 불꽃과도 같아야만 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작디작은 담배꽁초를 차마 꺼버릴 수 없었다.


 손을 움찔 떨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저 뒤늦게서야 상념에서 깨어난 것이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차마 인정하고 싶지 않은 다른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담배꽁초는 저 바닥으로 떨어져, 결국 담뱃불은 들을 수조차 없는 단말마를 남기고는 꺼져버렸다.


 나는 잠깐 그 담배꽁초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이내 또 다시 가벼운 담뱃갑을 꺼내 새로운 담배를 입에 물고서는 불꽃을 피워 올려 보인다. 언제나 그랬듯이 가볍게 한 번 들이쉬고 내쉬는 숨에 연기가 퍼진다. 


 나는 타지 않을 담배의 아랫부분을 끊어 버렸다. 그리고는 그것을 담배꽁초와 함께 쥐어 불태운다. 손바닥에는 하얀 재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이제는 전부 탈 담배를 바닥에 내려둔다. 이내 일어서면서 나는 손에 묻은 담뱃재를 툭툭 털어버린다. 그래, 불꽃은 그 파멸을 알고 있음에도 끝까지 타올라야만 하는 법이다. 담배꽁초 같은 것은 남기지 않고 오직 하얀 재와 하얀 연기만을 남기고 모두 타올라야만 하는 법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끝없이 불타올라야만 한다. 이 불이 꺼질 때는 오직 모든 것을 불태운 후일 것이다. 




나는 왜 이렇게 불꽃, 담배, 연기, 재 이런 소재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음.


아, 그리고 틋챈 대회 때문에 쓴 거라서 얘 남자인데 마법소녀임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