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영어를 자주 쓰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레딧의 r/Korean이라는 채널에 한국어 욕에 대한 영문판 설명을 올려서 다량의 추천을 받은 적도 있고, 시벌리 2라는 게임의 해외 공식 디스코드에 에픽스토어 버전에서 발생한 게임 플레이 불가 수준의 버그를 언제 고치냐며 톤 배너에게 재촉을 한 적도 있다. 그 외에도 고전 PC와 콘솔 및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에 관한 해외 영문판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기도 한다. 예를 들면 플로피 디스크의 작동 원리라던가 고전 아케이드 게임에서 불법 복제를 방지하기 위해 RAM에 중요 데이터를 저장해놓고 복제가 감지되면 RAM을 날려버리는 수법이라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필자가 소속된 학과인 영어과에서 시험을 칠 때 아무런 대비를 안 하고 가도 최소한 B+는 맞는다. 


여하튼 지금까지 늘어놓은 것들이 영어 교육과 무슨 상관이 있는 헛소리들인가 싶을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사는 여기까지만 하고 지금부터 제대로 된 영어 교육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서술하겠다.





필자는 부모님의 증언에 따르면 4살 때 피자가게에서 갑자기 메뉴판을 읽는 것으로 한글을 뗐다고 한다. 그리고 한글을 떼고 얼마 되지 않아서 구몬을 시작했다. 물론 구몬을 했던 과정이 완벽히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몇 가지 기억나는 중요한 요소들만 적어보자면, 나는 구몬에서 제공한 영어 동요 카세트를 듣는 걸 좋아해서 과외 사긴이 아니여도 집안에 있던 카세트기에 영어 테이프를 넣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들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의 영어 교육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보면 아이가 놀 때 영어 동요를 틀어놨더니 아이가 그걸 꺼버렸다는 말이 종종 돌기도 하지 않는가. 이것은 아이가 영어와 친하지 않다는 것의 증거이고 아이의 영어 교육에 대한 접근이 잘못되었다는 반증이다.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영어 유치원을 간다고들 하는데 필자는 그런 것만큼 아이의 미래 영어 역량을 부숴놓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영어 유치원에서 영어를 쓰면 당장 영어에 익숙해질 수는 있다. 그러나 친숙함의 단계는 도달하기 매우 힘들어진다. 왜냐면 친숙함은 대상과 친근하다는 것까지 포함하므로 영어를 처음부터 공부로써 접근하게 되는 구조 하에서는 이루기 매우 힘드니까. 그리고 이 사소해보이는 차이는 장래에 아이가 영어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 갈아넣어야 하는 시간의 양을 극적으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뒤에서 더 말하겠지만 친숙하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개인적 연구와 전진을 수반한다. 자신과 친하고 자신에게 익숙한 주제이므로 대부분은 더 깊숙히 파고 들어갈 테니까. 그런 상황 하에서는 점점 영어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게 되고, 이는 영어 실력의 극적인 향상과 영어 사용의 자연스러움을 동반한다.


그러면 아이가 영어에 단순히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친숙해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간단하다. 자연스럽게 접근하면 된다. 아이가 영어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전제 하에, 음색이 적당히 좋은 영어 동요를 틀어놓고 아이가 그 환경 속에서 놀게 하다가 호기심부터 유도하면 된다. 아이가 먼저 "이건 무슨 노래야?" 라고 묻거나 아니면 부모가 이게 무슨 동요인지 아냐고 직접 물어본 다음 이건 영어라는 언어로 노래한 동요라고, 혹시 뜻을 알 것 같냐고 물어보면서 호기심을 자극한 뒤 잘 들리는 단어들 몇 개만 집어서 알려주고 다시 놀게 두고 동요가 다시 재생될 때 "혹시 이게 뭐였는지 기억나?" 라는 식으로 천천히 접근하면 된다.


그러다가 아이가 흥미를 보이면 영어사전을 하나 사서 던져 주고 "이 책에는 네가 듣는 동요에 나오는 모든 말들이 있어" 라면서 다시 한번 호기심을 자극한 뒤에 그런데 이걸 어떻게 읽냐고 물어보면 그때 알파벳을 살짝 가르쳐 주고 빠지는 식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핵심은 자연스럽게 나아가는 것이다. 주입식 교육으로 전진하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아이 개인의 흥미에 따라서 전진하는 것. 필자는 그것이야말로 영어를 제대로 교육하는 데 필요한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이런 식으로 유년기를 보내고 나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아이의 머리도 이제 조금 컸을 거고 슬슬 스마트폰과 같은 다양한 매체를 접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 매체가 바로 이번 단계의 핵심이다. 현대의 청소년들은 디지털 매체라면 사족을 못 쓴다. 어릴 적부터 핸드폰을 달고 사는 세대인 만큼 유튜브와 같은 매체에 그 어느 세대보다 많이 노출된다. 그러므로 매체를 보는 사이에 영어를 끼워넣을 수만 있다면 청소년의 영어 역량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번에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접근이 핵심이다. 유년기 때와 같은 원리로 핸드폰으로 롤 영상 말고 영자 신문을 읽으라고 닥달해봤자 악영향만 끼치게 된다. 우선 아이의 관심사를 파악하는 게 먼저이다. 아이의 관심사가 요리라고 가정해 보자. "너 양식 할 줄 아냐?" 같은 식으로 가볍게 시작하는 거다. 그 다음에 고든 램지의 비프 웰링턴 영상을 추천해주는 식으로 진행하면 된다. 자연스럽게.


물론 아이가 다른 것들에 관심이 전혀 없고 게임만 주구장창 한다는 케이스도 있겠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영어로 된 게임 실황 영상을 보게 하면 된다. 다시 말하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이용해서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주제가 교육적이든 비교육적이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최종적으로는 영어 실력의 향상이라는 교육적 목표를 달성하게 될 거니까. 그게 영어로 된 워썬더 기체 리뷰 영상이든, 18세기 서양 요리를 재현하는 채널이든간에 상관없다. 유튜브 자동 영문 자막을 써도 괜찮다. 자막 정확도부터가 거의 확실한 놈이고 영어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로써 제격이니까.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 자녀가 해외 유튜브 채널 중 몇 개를 구독해 놓고 꾸준히 보면서 재미를 느끼면 이제 부모가 할 일은 끝난 것이다. 그 아이는 자연스럽게 영어를 더더욱 배워가게 된다. 재밌는 것을 보다가 모르는 단어 덕분에 재미가 반감된다면 모르는 단어를 찾아서 완전한 재미를 느끼려고 할 테니까. 그리고 굳이 유튜브가 아니여도 된다. 레딧이든 4chan이든 트위치 채널이든 뭐든간에 영어를 쓰는 것을 구독해 놓고 자발적으로 보기만 하게 만들면 된다.





물론 혹자는 여긴 어차피 대한민국이라고, 학술적인 글을 읽고 쓸 능력을 위주로 생각해야지 영어에 친숙해지고 자연스럽게 배워나가는 것을 위주로 교육해서 뭐 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은 언어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하다고 본다. 언어를 자연스럽게 배운다는 것은 곧 자연스러운 언어의 사용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학술적인 글을 포함한 자연스러운 읽고 쓰기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은 외국인이 한국어를 외국어로써 교육받는 과정과 다르고 실제로 교육의 결과물 또한 다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한국어로 된 학술지를 못 읽는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외국어를 자연스럽게, 마치 모국어처럼 배운다고 해서 학술적인 읽기 및 쓰기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나는 어릴 적부터 외국어를 학문적으로 교육시키는 자들이 구시대적인 패러다임에 갇혀 있거나 그냥 언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본다. 물론 학문적인 접근이 아예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정도 나잇대에서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는 학문적으로 주입하는 것도 충분한 효과가 있다. 그걸 부정하진 않겠다. 그러나 영어와 같이 어릴 적부터 접근할 수 있는 언어만이라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이다. 이상으로 글을 마친다.




근데 이게 수필의 형식에 맞는 건지 모르겠음

부끄럽게도 글을 가끔 쓰긴 해도 읽지는 않아가지고 그런 것 같은데 이것도 수필로 볼 수 있나?
그리고 피드백탭 아닌 건 아는데 규정상 허용이 된다면 피드백도 좀 해주면 고마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