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이야기였다.

생일이 다가오고, 나는 친구가 없었다.

가난하고 더럽고 말도 잘 안통하는 나에게 친구가 있을 턱이 없었다.

그날도 여느때와 같이 멍하니 학교의자에 앉아 묵묵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여자아이 하나, 남자아이 셋이 나에게 다가왔다.

"생일이라며?"

어떻게 안 걸까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 입은 의문보다 질문에 대한 답을 내뱉었다.

"응."

"우리 갈꺼니까 맛있는거 많이 해놔"

그 말이 전부였다. 웃으며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목소리는 꽤나 커서 교실에 울렸다.

웃음소리가 들리는 거 같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건 분명 비웃음이었겠지.

하지만 나는 어리숙했고 겉은 더럽지만 속은 순수했다.

내 생일에 사람이 온다.
나를 축하해주러.

난생 처음 겪는 일에 무척이나 기뻤고 흥분했다.

집에 달려갔다.

여름엔 덥고 곰팡이가 피고 겨울엔 춥지만 우리 집이었다.

어머니가 걸레질을 하고 계셨다.
나는 어머니에게 대뜸 상기된 얼굴로 이야기했다.

"친구들이 생일에 온데!"

어머니는 기뻐하셨다.

친구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친구가 많다고 이야기 했지만 어머니는 내 친구를 본적이 없으셨다.

아마 어렴풋이 알고는 계셨으리라.

한데, 친구가 없을줄 알았던 아들이 생일에 친구가 온다고 이야기한다.

어머니는 화사하게 웃어보이며 어떤 음식을 하는게 좋겠느냐며 물어보셨다.

상냥한 목소리에 나는 그간 내가 먹고 싶어했던 음식들을 이야기했다.

떡볶이, 치킨, 과자와 아이스크림, 케잌등등.

우리집은 가난했다.

그 흔한 과자나 아이스크림도 나에겐 무척이나 귀했다.

생일, 그것도 친구들이 함께하는 생일.

이럴때가 아니면 언제 먹고 싶은걸 마음껏 먹을까.

평소엔 생일도 까먹고 넘어가기 일수였는데 그간 미뤄진 생일을 모아서 축하받는 자리라 생각했었다.

나는 그날 스프링이 망가진 침대에 누워 행복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안방에서 들려오는 와장창 하고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 울음과 고함소리.

자주 있던 일이었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썼다.

내일은 내 생일을 축하받을 수 있으란 기대감을 품었다.

내일이 되어 오늘이 찾아왔다.

당연하게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아무도 없이 집에 터벅터벅 걸어온 내 손에는 100원짜리 포켓몬 스티커가 생일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들려있었다.

어머니는 나를 바라보셨다.

나는 어머니가 차려놓은 식탁을 바라보았다.

치킨도 케잌도 없었지만 내가 기쁘게 말했던 대부분이 충족되어있는 풍족한 식탁이었다.

그리고 그건 나와 어머니, 둘이서 먹기엔 양이 너무 많았다.

입술을 깨물고 울음을 참으려 했으나 눈물이 흘렀다.

멈출 수 없어서 나는 울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저 너무 서러워서 울기만 했다.

나도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