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아침이었다 오늘도 비몽사몽
한 정신을 이끌고
머리를 감은 뒤 아침을 먹으러 수건으로 대충 머리를
털고서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던 중
맞은편에 어머니가 말을 거신다
'' 너 요즘 머리카락 많이 빠지더라?
너 탈모 아니야? ''
나는 그런 농담에 별로 흥미 없다는 듯 말했다
'' 에이 괜찮겠지, 아빠도 나보고 맨날
너 숱 많다고 숱 좀 치라고 하시잖아. ''
'' 머리카락 많이 빠져서 화장실이 자주 막혀
관리 좀 해 ''
나는 네~ 네~ 하며 그릇을 치운 뒤
교복을 챙겨입고 등굣길에 나섰다
쌀쌀한 날씨에 단풍잎을 보며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추우면서 또 시원한 거 같은 바람에
흩날리는 단풍잎 하나가 머리 위 떨어졌다
나는 귀찮다는 듯이 단풍을 털어내고
등교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앞자리 친구에게 말을 건다
'' 야 오늘 1교시 뭐냐? ''
'' 영어였나? ''
'' 아 ㅆ 자야지 ''
그렇게 귀찮은 수업 시간이 지나 잠에 깬 뒤
책상 위에 떨어진 머리카락이 5올이나 된 걸 보고
조금 놀랐다
'' 에이 아니겠지 아침에 어머니가 하신 말씀 때문에
의식 하는 거야 평소에도 이랬겠지. ''
하며 마음속으론 알면서도 머리로는 무시했다
'' 야 니 좀 대가리가 빈 것 같다? ㅋㅋ ''
친구가 비웃으며 말을 걸어온다
나는 손으로 중지를 치켜세우고
답하였다
'' 아가리 ''
'' 아니 ㄹㅇ 님 빡대갈같다는게 아니고 머리가 좀
횅해 보임 ㅋㅋㅋㅋㅋ ''
시발 진짜 좆됐나 보다
어릴 때 검은콩이 건강에 좋다며
콩밥에 콩을 편식하지 못하게 하신 작은 아버지...
머리에 옆부분은 검지만 가운데만큼은 척박한
땅 같아 보였던 큰아버지
아직 건강하시고 늘 같은 머리를 유지하셨던
아버지를 믿고 외면해왔던 게 아니니까 싶다
이제는 잘 알 것만 같았다.
머리 감을 때 꾹꾹 눌러 감을 것을...
단풍잎 떨어지던 가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