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마법사란, 곧 뛰어난 언어학자이기도 하며, 일류의 성악가이기도 하다. 한 사람 몫을 해내는 마법사는 신비로운 자연의 문법에 따라 언어를 배열하고, 또 그것을 능히 발음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뛰어난 언어학자가 곧 마법사인 것은 아니며, 일류의 모든 성악가가 모두 마법사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마법에 쓰이는 글자는 서술자에 종속되기 때문이다. 마법사가 마법을 쓰려면 자신이 쓴 글자를 스스로의 목소리로 발음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아무리 뛰어난 문구를 써내도 그것을 발음할 수 없다면 마법이 아니며, 아무리 훌륭한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을 가지고 있더라도 마법적으로 문맹이라면 소용이 없다. 그리고 하나 더 마법을 어렵게 만드는 사실은 다른 사람의 문법을 그대로 모방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놀랍게도 마법에 쓰이는 글자(마법계에서는 이것을 마법어라고 한다.)는 사람마다 다른 형태를 취한다. 예를 들어 타인에게는 '돌'을 의미하는 글자가 자신에게는 '불'을 의미하는 식이다. 때문에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배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자신을 끊임없이 탐구해야하는 것이다. 혹자는 여기서 이러한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마법이 그렇게 주관적인 학문이라면 도대체 마법학교 에서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라고 말이다.

다행히도 마법이 그렇게까지 우리에게 냉정한 학문은 아니다. 선구자들은 이렇게 주관적이고 귀납적으로 확립된 법칙들 속에서 몇가지 공통된 규칙들을 찾아냈다. 이것을 '제 2문법' 이라고 부른다. 제 1문법은 당연히 앞서 말한 개인만의 문법이다. 현재 제 2문법은 마법의 무수히 많은 형태들을 특정한 단위로 묶어 규정하는 역할을 하고있다. 단적인 예로 한 글자에 대한 의미에 변별자질을 부여해 그 글자가 속한 문법을 유형화하는 '단어변별유형화'가 있다.이 유형화에서는 한 사람에게 어떠한 글자(여기서는'아'라는 글자라고 가정해보자)를 제시하고 만약 그 사람에게 '아'가 '물' 이라는 의미를 갖는다면 그 사람의 문법은 아-물형  문법이라고 정의내린다. 이렇게 정의된 아-물형 문법끼리는 몇가지 공통된 법칙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제 1문법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앞서 알아보았듯이 마법의 언어학적인 탐구에는 제 2문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발음에 관해서는 어떠할까? 사람마다 단어가 다르듯 당연히 그 발음 또한 각자 상이하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제 1문법의 수립보다 스스로의 노력과 시행착오, 그리고 무엇보다 '재능'이 중요하다. 


-1장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