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마디를 훑고 지나가는 밤

나무도 이제야 제 잎을 떨구어내는데

우리들은 어쩌자고 벌써 차갑게 식어가는가


하나 하나 떨어지는 낙엽에

차게 식은 것들과 차게 식을 것들

그 이름들을 되새겨본다


아름답던, 혹은 아팠던 기억들이

점차 얼어붙어 그저 그런 단편으로

흐르지 않는 순간으로 굳어져 간다


끝나가는 사색의 계절,

올가을은 꼬리를 늘어뜨리지 않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