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씩이나 묵혀둔 소재입니다. 도저히 저로서는 감당할 필력이 되지 않아서 부탁드립니다.

배경은 조선을 기본으로 하지만, 작가의 취향에 따라 판타지 요소를 가감하여도 좋습니다.


액자식 구성으로 지금은 나이 든 주인공은 밤잠을 설치자, 곁에 있던 아내가 수십년씩 매일 밤마다 잠을 설치는데 괜찮냐고 물어보죠. 그러나 주인공이 과거의 망령이 되살아났다는 말과 함께 마당을 나서는것으로 회상이 시작됩니다.


대충 모반을 했다가 연좌제로 줄줄이 죽어나가는 집의 이야기인데, 주인공은 금부도사로 그래도 여러 대에 걸쳐 고관대작과 왕후를 배출한 명망있는 집안이라 성인이 되지 못한 자들은 각자 처형에 앞서 하루짜리 소원을 들어준다는 어명이 있었습니다. 저마다 수랏상을 차려달라, 옆 마을 누구에게 편지를 전해달라 등 별별 소원을 이야기하였고, 예산과 법률이 허락하는 한에서 (수랏상의 12첩은 흉년인 당시 상황에 맞지도 않고, 감히 역적의 집안에 올릴 수 없으므로 9첩으로 줄이는 식) 들어주고 다음날 보내는 식의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일이 끝나는대로 마을 귀퉁이에 보이는 귀여운 소녀와 닮은 여자를 색시로 만나고 싶다는 망상을 곁들이며 단말마 속에서 정신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피비린내 나는 처형도 끝이 보이는데, 오늘의 상대는 척 보기에도 가난한 소녀. 설마 했었지만, 집성촌 귀퉁이에 있었던 그 귀여운 소녀 역시 끔찍한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시기가 심하다는 이유로 어미와 함께 쫓겨난 이후 얼마나 어렵게 살아왔는지는 손에 박힌 굳은살 만으로도 증명할 수 있었지만, 단지 역적의 가문이라는 이유만으로 처형대에 올라야 했습니다. 그녀는 혼기가 찼음에도 처녀귀신으로 남을까 두렵다며 하루만이라도 좋으니 주인공과 결혼생활을 하고싶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부친까지가 양반이었기에(양반은 급제자의 4대까지 유효) 하루가 멀다하고 공부에만 매진한 쑥맥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명이라면 못할 것도 없어보이는 제안. 그렇게 만으로 하루, 주인공은 처음본 소녀와 혼인생활을 하게 됩니다. 다른 금부도사의 지휘 하에 주인공은 정오에 혼인식을 급하게 올리고, 밤새워 어설프면서도 격렬한 첫사랑을 보내고 밤늦게까지 길쌈에 바느질하는 소녀를 봅니다.


날이 새도록 바느질에 매달리는 소녀에게 주인공은 마지막 남은 시간마저 그런식으로 보낼 셈이냐고 묻자, 소녀는 아비에게 버려지고, 병든 어미 마저 보낸 이후 그저 낯선 남자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레고 행복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소녀가 차린 조촐한 아침상을 먹고 주인공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신부에게 작별을 고합니다. 집성촌 하나를 완전히 휩쓸어버린 몰골을 마주한 이들은 정신을 붙잡기 어려웠을 겁니다. 주인공 역시 이 일을 겪은 후 벼슬에 학을 떼고 고향으로 내려왔고, 홀린듯이 자신의 첫 신부와 닮은 여식을 구해 혼인을 올리죠.


이후 매일같이 악몽에 시달렸다가 죄책감에 아내를 끌어안기를 수십년. 머리는 희어졌고 매섭던 눈매도 많이 둔해졌지만 악몽은 여전히 그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


근데 여기서 마무리는 못 정했습니다. 소재가 소재인만큼 우중충한 분위기로 맺어야 하는데, 마무리는 고사하고 이야기의 진행부도 메우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써줘"